2024/04 47

무표정

무표정 입력 : 2024.04.08 20:08 수정 : 2024.04.08. 20:09 김상민 기자 캔버스에 아크릴(41×32㎝) 입꼬리의 크기, 눈썹의 각도, 주름의 깊이, 눈동자의 크기와 방향, 얼굴색의 차이 등. 이런 미묘한 변화로 나의 감정이 표현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데 그게 잘되지 않습니다.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눈썹은 찌푸려지고, 주름은 깊어집니다. 당황할 때는 얼굴이 붉어지고, 땀이 나며, 눈동자는 춤을 춥니다. 내 속마음을 숨기고 태연한 듯 있고 싶지만, 야속한 내 얇은 껍데기는 내 속마음도 모르고 솔직하게 나의 감정을 표현해 줍니다.

칼럼읽다 2024.04.09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우연과 운명 사이에서 입력 : 2024.04.03 20:24 수정 : 2024.04.03. 20:28 이은희 과학저술가 대개 구분 없이 쓰곤 하지만, 사실 우연(偶然)이란 단어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다. 하나는 어떠한 현상이 너무나도 무작위적이라 예측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는 경우에 쓰인다. 바닷가의 파도는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나가며 모래사장에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들이 남기는 자국은 무작위적이어서 다음에 어떤 흔적이 남을지 예측할 수도 없고, 한 번 만들어진 자국이 재현되지도 않는다. 이는 신기한 현상이지만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와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째 의미의 우연은 좀 다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이 맞물려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때, 우리는 이를 ‘기..

칼럼읽다 2024.04.08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대에 맞게 고쳐 써요”

“가르치려 들지 않고, 시대에 맞게 고쳐 써요” 입력 : 2024.04.01 17:09 수정 : 2024.04.01. 21:39 박송이 기자 한국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글 작가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이금이 작가가 지난달 25일 경향신문사 여적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작품을 쓸 때만큼은 등장인물의 나이로 완전히 돌아가서 써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 시기마다 인간이 갖는 본질적인 마음은 같다고 생각해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이금이 작가(62)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84년 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해 지난 40년 동안 아동·청소년 소설을 꾸준히 펴냈다. 지금까지 출간한 책만 해도 51권. 그의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이 대변하는 어린이·청소년들의 마음이 생..

책이야기 2024.04.07

사고로 죽을 고비 넘긴 개그맨, 그가 찾아낸 '살 궁리'

사고로 죽을 고비 넘긴 개그맨, 그가 찾아낸 '살 궁리' [서평] 우리를 방어하는 든든한 무기, 책... '나는 어떻게 삶의 해답을 찾는가'를 읽고 24.04.01 11:27l최종 업데이트 24.04.01 11:28l 김은미(woori74) ▲ 책표지 ⓒ 라곰 출판사 1997년 MBC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MBC 코미디 프로그램의 흥망성쇠를 함께 하면서 배우로도 활동했던 고명환은 2005년 1월 드라마 촬영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이틀 안에 죽을 수도 있다는 사망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고명환은 결심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겠다고.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책'이었다. 책을 통해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는 경험을 하고 책 속에서 인생의 해답..

책이야기 2024.04.06

정치적 자유를 주는 일이 최고의 정치교육 [세상읽기]

정치적 자유를 주는 일이 최고의 정치교육 [세상읽기] 수정 2024-04-03 18:44 등록 2024-04-03 18:25 선거를 몇 주 앞두고, 아이들에게 ‘선거 관련 특강’을 했다. 이병곤 제공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건신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선거를 몇주 앞둔 날 교사 회의. 아이들에게 ‘선거 관련 특강’을 해보겠노라, 자청했다. 고학년 아이들이 곧 유권자가 될 터인데 정치 상황이나 선거제도에 관해 알려주는 일관된 정보 제공 통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교안을 작성하려니 막막함이 밀려왔다. 아이들에게 3분 정도 분량의 뉴스 보도를 들려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다. 기사 몇 꼭지를 찾아 들어보았으나 아이들을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전문 용어가 넘쳐났다. 공천, 초..

칼럼읽다 2024.04.06

‘기타’를 업신여기지 말라 [말글살이]

‘기타’를 업신여기지 말라 [말글살이] 수정 2024-04-04 18:41 등록 2024-04-04 14:30 내 방은 왜 이리 어지러운 건가? 오늘도 책 한 권을 찾느라 반나절을 보냈다. 남들은 정리정돈을 잘만 하던데, 내 방은 책 위에 책이, 책 뒤에 책이, 층층이, 칸칸이, 여기, 저기, 쌓여 있다. 언젠가 읽겠다며 사 모은 철학, 교육, 사회, 예술, 문학책들이 전공책들과 함께 뒤엉켜 있다. 거기에 지난주 회의 자료와 주전부리, 세 갈래로 쪼개진 거울, 탑이 된 과제물들, 수북이 쌓인 볼펜과 우산 몇 자루, 낡은 온풍기, 그리고 ‘기타’ 잡동사니들. (‘기타’ 잡동사니가 ‘나’의 습성을 말해준다.) 이 세계를 질서정연하게 분류하고 모두 알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삼라만상을 어찌 인간적 기준으로 완벽..

연재칼럼 2024.04.05

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가공육이 먹음직스러운 이유 입력 : 2024.04.04 20:30 수정 : 2024.04.04. 20:33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햄이나 소시지만큼 손쉬운 반찬거리도 아마 없을 것입니다. 그냥 삶거나 볶아도 맛있고 다른 야채들과 함께 조리하면 제법 그럴싸한 요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가공육에는 식품첨가제들이 들어 있습니다. 특히 ‘아질산나트륨’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아질산나트륨은 지방의 산화와 유해한 세균의 번식을 막아 가공육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데 사용되는 일종의 보존제입니다. 이를 사용하지 않은 가공육은 유통기간이 10일 내외인 데 비해, 아질산나트륨을 첨가하면 30일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보다 안전한 식품 섭취와 식재료의 낭비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죠. ..

칼럼읽다 2024.04.05

과거의 벽 깨는 ‘문학의 힘’

과거의 벽 깨는 ‘문학의 힘’ 입력 : 2024.04.03 20:27 수정 : 2024.04.03. 20:28 장동석 출판평론가 1692년 1월,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미국 보스턴 인근 한 마을에서 두 소녀가 발작 증세를 보였다. 의사는 한 달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자 소녀들이 “악마의 손에 떨어졌다”는 진단(?)을 내렸다. 추궁이 계속되자 소녀들은 노예 출신 하녀와 부랑자들이 자신들을 저주했다고 지목했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녔다는 허황된 주장이 난무하는 와중에, 200명 가까운 사람들이 기소되었다. 결과는 끔찍했다.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졌고, 1명이 고문 끝에 죽었으며, 옥사한 사람도 여럿이다. 총독이 나서서 마녀재판 법정을 해체하고서야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집단 광기의 대표적인 사례로 종종 언급되는..

책이야기 2024.04.04

넓은 집과 넓은 도시

넓은 집과 넓은 도시 [크리틱] 수정 2024-04-03 19:02 등록 2024-04-03 18:19 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한강을 덮은 물안개가 근사하다. 컨시어지 서비스로 배달된 아침식사를 마치고 출근 준비를 한다. 초고속 엘리베이터로 50층을 내려가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승용차를 타고 회사로 직행한다. 업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차를 세워두고 아파트 2층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아내를 불러 건물 지하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생각나는 데로 갈겨썼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대도시 고층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어떤 이의 일상이다. 럭셔리한 인테리어의 넓은 아파트, 멋진 전망, 호텔식 서비스, 엘리베이터만 타면 도달할 수 있는..

칼럼읽다 2024.04.04

4월의 흔한 풍경

4월의 흔한 풍경 입력 : 2024.04.03 20:33 수정 : 2024.04.03. 20:42 복길 자유기고가 저자 시장 초입의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와 버스기사가 실랑이를 벌였다. 할머니에게는 아직 정류장까지 오지 못한 세 명의 일행을 위해 시간을 끌어야 하는 미션이 있었고, 버스기사에게는 대부분이 노인인 승객들을 데리고 이 복잡한 시장통을 무사히 벗어나야 하는 미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의 목표가 충돌하니 언쟁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할머니는 자기 말을 무시하고 자꾸만 문을 닫으려 하는 기사가 야속했고, 버스기사는 다리를 계단에 올린 채 막무가내로 기다려달라 조르는 할머니의 행동에 화가 났다. ‘참전하겠습니까?’ 눈앞에 상태창이 깜빡였다. 지체 없이 ‘YES’ 버튼을 누른 것은 노인을 공경하는 ..

칼럼읽다 2024.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