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의 웅변가와 철학자 [이명석의 어차피 혼잔데]수정 2024-08-14 19:18등록 2024-08-14 19:09 담벼락에 얼기설기 쓴 글에서도 진심을 본다. 골목의 평온을 지키고 싶다는. 사진 이명석 이명석 | 문화비평가 소나기가 그치자 뚝뚝 떨어지는 능소화 사이로 길을 나섰다. 공원, 강변, 에어컨 씽씽 나오는 쇼핑가도 좋지만, 나는 ‘안 가 본 골목’이 제일 재미있다. 골목 산책에도 여러 테마가 있다. 특이한 벽돌담만 찾아다니는 건축 산책, 나혜석이 말년을 보낸 무연고 병동터를 찾는 역사 산책, 경로당 화단 뒤의 수상한 꼬리를 좇는 길고양이 산책…. 그런데 요즘의 나는 담벼락의 글자들에 꽂혔다. ‘부탁 드립니다. 꽃들이 숨쉬게 오토바이를 옮겨 주세요.’ 스티로폼에 매직펜으로 날려 쓴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