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생각과 기억에 관한 메모입력 : 2024.08.22 20:11 수정 : 2024.08.22. 20:24 이갑수|궁리출판 대표 사실 햇빛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단단히 본 교정과 교열, 심혈을 기울여 붙인 제목, 맵시 있게 디자인한 책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제 모습을 건사하기가 힘들다. 이윽고 하얗게 탈색되더니 너덜너덜 제 본래를 부수고 먼지로 흩어진다. 그러니 햇빛은 주삿바늘처럼 제가 닿은 모든 사물을 찌르며 이렇게 말하는 중이겠다. 조금만 기다려, 물체의 사슬에서 풀려나 공중에 자유롭게 떠다니도록 해줄게. 아침부터 따갑게 내려꽂히는 내 목덜미도 예외가 아니다. 여차, 하면 도래하는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생각을 안 하고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해서 지금도 매미소리와 싸우며 하안거에 든 수행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