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다른 길 애호협회 이명석 | 문화비평가 “거긴 막혀 있어요. 길이 없어요.” 선생님은 나를 차에서 내려준 뒤에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네. 걱정 마세요.” 나는 가짜 미소를 지으며 큰길 쪽으로 서너 걸음 걸었다. 그러곤 차가 사라지자 곧바로 돌아서 아까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입구엔 ‘막다른길’도 아니고 ‘믹디른길’이라는 색 바랜 표지판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나는 작은 도시에 강의를 왔다. 기차역에 마중 온 선생님의 차로 학교 근처에 오니 1시간이 넘게 남았다. 혼자 주변을 산책하고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곤란해했다. “여긴 볼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시골도 도시도 아니라 어중간해요.” “괜찮습니다. 바람 좀 쐬고 들어갈게요.” “아이고 먼지가 이래 뿌연데?” 다행히 선생님은 수업을 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