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소설을 읽는가? 부끄럽게도 내가 소설을 다시 읽기 시작한 것은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서였다. 돌아보니 대학 졸업 이후 40년을 훌쩍 넘긴 세월동안 나는 소설을 읽지 않았다. 직장 말년에 러시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다. 모스크바와 페테르부르크의 여러 명소들을 관광했었는데 러시아 예술과 문학을 안내하는 현지인들의 얼굴에서 넘치는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페테르부르크 시내를 거닐며 이 가로가 소설 『죄와 벌』의 배경 장소라는 설명을 들을 땐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귀국하자마자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사서 읽었다. 나 자신에 대한 속죄의 심정으로 읽었다. 이후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 나는 소설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있다. 누가 내게 당신이 소설을 읽는 이유를 한마디로 말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