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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시즌3’ - 이름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닭털주 2023. 11. 25. 10:40

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시즌3’ - 이름을 찾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

입력 : 2023.11.24 16:56 수정 : 2023.11.24. 17:57

 

 

작은 떨림, 큰 울림한 번 더벅찬 용기에 힘찬 응원을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JTBC) 시즌3이 시작했다.

나는 응원을 부르는 가수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74호 가수는 15년 만에 무대에 선 참이다. 전주가 흐르자 심사위원과 시청자의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잔뜩 긴장한 듯하던 74호 가수가 시원하게 내지른다.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

이럴 수가, ‘질풍가도잖아! 질풍가도는 투니버스에서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 2>(2004)OST, 각종 스포츠와 축제의 응원가, 선거송으로 쓰이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야구장의 8회말, 위기가 닥친 순간,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어버린 내가 씁쓸하게 느껴지는 날 등등, 인생에서 용기의 리필이 필요할 때마다 질풍가도는 울려 퍼졌다.

<싱어게인3>의 심사위원 선미와 코드 쿤스트는 질풍가도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로, 아직도 이 노래에서 용기와 힘을 얻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74호가 바로 그 노래의 원곡자 유정석’?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119일 방송된 해당 영상은 온라인상에서 크게 화제 몰이를 하며, 지금까지 유튜브에서 720만뷰를 돌파했다.

댓글도 19000개 이상 달렸다.

누군가는 어린 시절의 추억 소환에 반가워하고, 누군가는 자신에게 용기를 주었던 가수가 겪어야 했던 고난에 안타까워하며 그를 응원한다.

74호 가수 유정석은 2년 전 근황 올림픽을 통해 가족의 투병과 갑작스러운 사망, 그리고 본인에게 찾아온 질병 등으로 오랫동안 노래를 하지 못했다는 사연을 밝힌 적 있다. 그런 그가 마침내 다시 노래할 때의 첫 소절이 한 번 더 나에게 질풍 같은 용기를이라니.

역시 현실은 때때로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질풍가도가 전하는 위로와 용기가 이토록 감동적인 이유는,

현실이 좀처럼 한 번 더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얼마 전 끝난 수능을 예로 들자면,

입시의 세계에서는 한 번에붙는 것이 정상이고 재수는 실패로 통한다.

정상성의 압박은 생애주기별 과업을 촘촘하게 설정하여 끊임없이

내가 늦은 것은 아닐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뒤처지면 안 되는데라는 불안을 자극한다.

인생은 단두대 매치나 삼세판의 가위바위보가 아니건만, 시행착오나 미숙함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거나 실패하면 패배자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라는 으름장이 삶의 곳곳에 가을날 은행 열매처럼 흩뿌려져 있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무대에 선 가수가 고난과 역경을 통과하면서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노래한다. 그 순간 마음속의 심지에 타닥 불씨가 댕겨진다.

15년 만에 온 유정석의 한 번 더처럼, ‘에게도 언젠가는 때가 오리라는 희망 같은 것들. <싱어게인> 시리즈는 몇 번이고 다시 도전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른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고도 무대에 설 기회를 얻지 못했던 27호 가수는 왜 또 나왔냐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간절하게 기다렸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