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들이 반드시 참여, 이런 축사는 처음입니다
"참신하네요", 김규원 제2시집 <마음 떠난 그림자> 출간 기념회
24.09.02 09:23l최종 업데이트 24.09.02 09:29l 정만진(daeguedu)
▲ (왼쪽) 김규원 제2시집 <마음 떠난 그림자> 표지 (가운데)출간 기념회 장면 (오른쪽) 인사를 하는 김규원 시인
ⓒ 정만진
김규원 경북대 명예교수의 제2시집 <마음 떠난 그림자> 출간 기념 모임이 지난 8월 31일 오후3시 대구 반월당 국수나무에서 열렸다. 행사는 개회선언, 축배 제의, 꽃다발 및 축하선물 증정, 축사, 시인 답사, 참가자들의 시집 평가 말씀, 시집에 대한 설명 등으로 이루어졌다. 그 중 축사 부분이 특히 이채로웠다.
살면서 출간 기념회에 많이 다녀보았지만, 일찍이 이런 축사는 못 봤던 것 같다.
대개 축사라면 참석자 가운데 원로 또는 권위있는 이가 나와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마음 떠난 그림자> 축사는, 행사 참가자들이 시집에서 각각 시 한 편을 골라 낭송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최영 시인은 "시인의 시를 출간 기념회 참가자들이 한 편씩 낭송하는 경험은 이색적입니다. 구태의연한 주례사를 연상시키는 기존 축사에 견줄 때 아주 참신하고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라며 '몸과 마음이 따로'를 낭독했다.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마음 따라 몸이 가면 되는 일이다
마무리는 아무나 잘할 수 없다
끝날 때까지 모르는 일이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잘 풀리지 않는 일도 그렇고
시작이나 마무리나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것이 문제다
늙어갈수록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올해부터는 몸 가는 데 마음이
부지런히 따라 가볼 참이다
김해경 번역가는 "시집이 표지도 정말 멋있고, 시들도 일상에 잔잔한 교훈을 주는 수작들이 많아 김규원 시인의 열성 애독자로서 오늘 아주 기쁘다. 축하드리는 뜻에서 시집을 다수 구입해 지인들에게 선물하겠다"면서 '알 듯 말 듯'을 낭독했다.
어린 나이에 시골집 떠나
도회지 학교 다닌답시고
알 듯 말 듯했던 농사꾼 아버지의 삶
알 듯 말 듯한 것은 잘 모르는 일
그래도 나에겐 온전히 감사와 경외의 대상
내 삶은 아들에게 어떤 것일까
차마 물어볼 수 없다
다만 알 듯 말 듯
혼자서 짐작만 할 뿐
"아직도 '시인'이라는 감투가 저는 어색합니다"
허소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고경하 대구이육사기념사업회 사무처장, 정기숙 금오서원 원장, 류승호 사임산장 장주, 김성범 범어도서관 세계사공부모임 회원 등 여러 참가자들도 시를 한 편씩 낭독하거나 축하말씀을 했다. 또 김성순 수필가와 이민섭 현진건학교 회원의 꽃다발과 선물 증정도 있었다.
꽃다발과 선물을 안은 채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김규원 시인이 답사를 했다.
"작년 초부터 현진건학교와 인연을 맺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일곱 달 지나 7월에는 첫 시집(<다 같은 사람인 줄 알았어요>)까지 내었습니다. 그 후 더러 지인들로부터 '시인'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저에게는 아직 어색한 감투입니다. 외람되이 말씀드리자면, 시를 쓰고 시집을 펴내는 '시집살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풍류문화를 계승하는 훌륭한 행복찾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참가자들의 박수가 쏟아진 후 시집을 만든 김명희씨의 설명이 있었다.
"페이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갈 때 행과 행 사이 또는 연과 연 사이에 쪽수를 표시하는 숫자나 꼬리말이 있으면 시 읽기에 걸림돌이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시가 한 페이지로 끝나지 않고 다음 페이지로 이어지는 경우 앞 페이지에는 쪽수 숫자와 꼬리말이 보이지 않도록 세심하게 편집했습니다. 다른 분들도 시집을 낼 때 이렇게 하시라고 권유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발언에 또 박수가 쏟아졌다.
<마음 떠난 그림자>에는 모두 78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제1부 '나를 안다고 하지 마세요'에 11편,
제2부 '그림자의 새로운 그림자 되어'에 12편,
제3부 '빈 그릇이 되어 쉴 때에는'에 12편,
제4부 '나무들 모이면 숲을 이루지만'에 11편,
제5부 '생각할수록 미안하고'에 10편,
제6부 '부딪히는 게 나쁜 것만 아니네'에 10편,
제7부 '못 잊어서 신명나는 오늘을'에 12편이 실려 있고,
김미경 중문학 박사의 '해설'이 시집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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