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우리교육 2014-가을호> 특집 도서관에서 개를 키우는 이유 <원고>
독서의 목적은 책읽기 그 자체
학교 현장,
쉽지 않은 독서교육의 현실
글 주상태
독서교육은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잊어버릴 때 삶은 중심을 잃게 됩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치환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의 삶도 그것에 매몰되고 맙니다. ‘왜?’라는 질문을 할 때 우리의 삶은 조금씩 바뀌게 되고, 어느새 책이 우리들의 손 안으로 오게 됩니다.
책을 읽는 목적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깨어있는 삶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함께 이야기하다보면 자신도 성장하고 세상도 바뀝니다. 그래서 책읽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학교교육에서 책읽기를 강조합니다. 그런데 독서교육에서 가끔 본질을 잊어버리고 ’독서행사‘에 매몰되거나 ’독서평가‘에 집착하기도 합니다. ’독서‘는 빠지고 ’행사‘나 ’결과‘만 남습니다. 그 중심에 우리 아이들은 없습니다. 이제 ’독서교육은 왜 하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가끔 학교에서 책을 읽히기 위하여, ‘교과성적이 오른다.’ ‘자기소개서 쓰는데 필요하다.’ 등의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책을 읽히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말입니다. 물론 책읽기가 공부 등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은 책읽기를 통하여 얻을 수 있는 것 중 극히 일부분에 해당됩니다. 그것만을 위해서 굳이 책읽기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독서의 목적은 독서 그 자체여야 합니다. 학생들이 평생 책과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합니다.
독서교육을 가로 막는 현실
독서에 ‘교육’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서 독서에 간섭이 시작됩니다. 교육은 학생들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합니다만, 오히려 독서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독서의 목적이 책을 읽고 책의 즐거움을 알다가 자신을 돌이켜보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인데, 교과점수, 실적 등 결과 등에 치우치다보니 책읽기 본래모습은 사라지고 맙니다. 독후감을 잘 쓰는 것이 책읽기를 제대로 하면 가능하기도 하지만 독후감을 잘 쓰는 것이 목적은 아닙니다.
독서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것 또한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학교평가를 하는 여러 요소 중 독서에 관한 항목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독서동아리 문제입니다. 독서동아리가 없으면 감점이 되기 때문에 억지로라도 독서동아리를 만듭니다. 독서동아리가 독서를 활성화시키고 평생독서로 이어진다는 사실 또한 분명합니다. 현재 독서활성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독서동아리’이기도 합니다. 독서가 생활화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는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의 다양한 독서동아리가 존재합니다. 그런 독서동아리를 위하여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심지어 서점에서까지 그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서점의 한 공간을 마련해주기도 하죠. 공공도서관에서는 당연히 그런 공간을 제공합니다.
문제는 급하게 진행하여 만든 동아리다 보니 한때 반짝 운영되다가 사라지고 맙니다. 좀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독서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하고 관련 지원예산도 주어져야하는 등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도서관이용객 수나 갖가지 통계수치로 학교를 평가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다른 시스템의 문제는 학교생활기록부의 독서활동상황 기록부분입니다. 학생들의 진학을 위해서 기록을 안 해줄 수는 없지만 확인할 수 없는 책이름과 저자 등의 단순한 기록만으로 그 학생의 독서활동을 알 수 없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의 교육과정이 문제입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수업을 진행하는데, 성적을 올리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책을 읽히기 위하여 ‘독서퀴즈대회’를 하기도 하고, 중학교 국어시험에 따로 선정한 책에서 몇 문제씩 출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의도는 책을 읽히자는 것이겠지만 책을 읽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책에 나와 있는 지식만 기억하게 하거나 책을 싫어하게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책읽기를 좋아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장소에서 어떤 방법으로 책읽기를 하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매년 국어수업소감문을 받아보면 1주일에 한 시간씩 하는 ‘학교도서관에서의 책읽기 수업’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다만 학생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나 요리책 등의 책들을 좋아해서 깊이 있는 책읽기를 위한 교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독서교육이 필요한 거죠. 문제는 독서교육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는 교사가 많지 않고, 독서교육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것 은 교육청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청 독서교육관련 연수가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죠. 학교별로 한 명씩 반강제적으로 연수에 참여하도록 하고, 연수시간과 내용이 부실합니다. 물론 두 가지가 맞물려 있는 거죠. 연수내용이 알차면 교사들은 자발적으로 참석하겠죠. 공공도서관이나 독서관련 단체에서 하는 좋은 독서관련 연수는 신청자가 넘쳐나거든요.
독서교육에는 사서교사와 책이 있어야 한다
학교도서관담당교사업무를 맡고 있을 때입니다. 아침독서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학급담임에게 아침독서의 필요성, 어려움 등에 대하여 연수를 실시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독서의 필요성을 당연한 것으로 알고는 있지만, 본인이 책을 좋아하지 않거나 책을 읽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학급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하여 진정으로 다가설 수 있겠습니까? 먼저 교사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의 중심이 도서관이고, 학교교육의 중심은 독서교육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하는데, 그 중심에 사서교사가 있습니다. 아직도 학교도서관에 정규직 사서교사가 있는 경우가 10%를 밑돌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독서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사서교사가 배치되었다고 해서 독서교육이 제대로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적어도 그것부터 갖추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독서교육활성화 컨설팅 등을 통하여 학교를 방문하면 먼저 도서관을 살펴봅니다. 제가 가 본 몇 몇 학교도서관에서는 좋은 책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과학이면 과학, 역사면 역사 등 분야에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책들이 없거나 소위 자기계발서 등의 책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물론 좋은 책이 어떤 책이냐는 것은 토론이 필요하지만 도서전문가들이 대체로 인정하는 책들 말입니다. 심지어 윤독을 위한 책들이 5분의 1이상 도서관에 있는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몇 몇 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 드물었습니다.
한편 도서구입비 문제도 있습니다. 독서관련 세미나에서 담당교사나 사서교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도서구입비문제를 말합니다. 도서관법 시행령에 따르면 초·중·고 학교별 도서구입비는 학교 기본운영비의 3%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의무가 아니라 권장사항이어서인지 제대로 확보한 학교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당연히 의무사항으로 해야하고, 나아가 5%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지 않는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다. 보통 사서(교사)를 뽑을 때 도서관에 꼭 있어야 할 것 3가지를 묻곤 하는데, 그 중 첫 번째가 사서(교사)고 두 번째가 책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2가지가 모두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독서교육이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독서교육은 책읽기부터
책을 읽지 않고 독서교육을 한다는 것은 앞뒤가 잘못된 것입니다.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1학년 국어수업을 맡고 있는 저는 일주일에 한 시간씩 도서관에서 책읽는 시간을 가집니다.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읽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도서실 책을 구경하고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하면서 아이들이 잘 읽지 않는 시집과 역사, 철학 등 인문학 책을 읽도록 유도합니다. 처음에는 그 분야 책이라도 만화로 되어 있거나 그림이 많은 책을 고르는 아이들이 3분의 1이상 있기도 합니다. 그것은 시작이니까 조금씩 어려운 책을 읽도록 이끌어가야 합니다. 아무튼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책 읽을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고르게도 하면서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하는 독서지도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방법으로 학교도서관 행사를 빠트릴 수 없습니다. 이 때 이벤트 위주 행사만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런 독서행사는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면 괜찮습니다. 아이들을 도서관에 오도록 하는 방법이기에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오게 하고난 다음에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행사가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히면 이벤트보다는 지속적인 독서문화를 위한 행사도 있어야 합니다. 저자 초정 강연회도 좋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밤새기 행사, 독서캠프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책읽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도서관행사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 행사는 지속성을 가질 때 효과가 있습니다.
학교도서관행사를 하다보면 도서관에 오는 학생들만 항상 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도서관을 아예 오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책들을 준비하거나 그 학생들을 위한 특별행사를 하는 것입니다. 가령 학교 운동부의 경우에는 도서관에 스포츠잡지를 구비하거나 스포츠스타 화보집, 수필집 등도 갖추면 좋겠습니다. 또 주제별 책 전시도 함께 고려하고, 책읽기를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그림책 읽어주기 행사 등도 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책을 읽히겠다는 의도에서 학교에서 필독도서 및 권장도서목록을 준비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록을 살펴보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점은 아이들의 흥미와 이해도를 고려해야한다는 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읽고 그 책들을 다양한 아이들에게 읽혀보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수준은 중간정도의 수준을 유지하지만 몇 권의 책은 쉽거나 매우 어려운 책들도 포함시켜도 됩니다. 그 목록을 활용할 때도 반드시 모든 책들을 읽게 하는 것보다는 그 중 분야별로 선택해서 읽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분야별로 수준을 다양하게 선정해야겠습니다.
함께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독서를 위해
독서 교육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각각의 학교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죠. 이제 독서 교육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나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적용하느냐 하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어떤 학교에서는 이런 방법이 필요하고 어떤 학교에서는 이런 방법이 필요한 것이죠. 말하자면 학교의 독서교육 실태를 파악하고 그것에 맞는 독서 교육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제가 독서 활성화 컨설팅을 나가서 하는 것이 대상 학교의 도서관 현황인 도서실 서가 배치, 보유 도서 현황, 독서 행사 등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그것에 맞는 독서 교육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독서 교육은 학교마다 열의에 따라 다릅니다. 예전에는 대체로 독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학교 차원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학교가 있는 반면 각자 알아서 독서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가 있습니다. 교사들의 역량에 따라 독서 교육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교사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교사 독서 동아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몇 년 전까지는 출판문화진흥원,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지원금이 나왔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관련 교사 연수가 학교별로 이루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가 책을 읽지 않는 것이 제일 문제니까요.
무엇보다 독서 교육은 독서 교육 자체여야 합니다. 책을 읽도록 지도하는 독서 교육은 그 외 다른 의도는 없어야 합니다. 순수하게 좋은 책을 읽도록 해야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그다음 문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을 때, ‘왜?’라는 질문을 항상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먼저 책을 읽은 교사가 함께 그 책에 대하여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함께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혼자 읽은 독서가 아니라 함께 읽은 독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