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거장’ 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닭털주 2022. 2. 26. 17:10

거장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소속 예술인들이 지난해 11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블랙리스트 예술인 시국선언 5주년 선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부여된 예술적 재능으로 동시대 인간 조건과 진실한 삶에 대해 탐구하며,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존의 문제를 논했다는 데 있다. 선한 영향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도 분모가 같다. 박수근이 그랬고, 장욱진이 그랬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백남준과 봉준호, BTS도 마찬가지다.

 

김건희는 사업가다.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통해 수익을 추구해온 이다. 대형 상업전시를 기획하는 회사의 대표일 뿐, 그의 남편 윤석열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나오기 전까진 미술계 내에서 특별한 관심을 받던 존재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전 인천시장에 의해서다.

안상수는 지난 13일 페이스북에 자신이 출연한 유튜브 영상을 올리면서 김건희를 가리켜 문화예술계 거장이라 했다. 그가 진행한 몇몇 전시를 근거로 대한민국 국격을 높인사람으로까지 추켜세웠다.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미술이라는 고급 콘텐츠를 활용한 행사였을 뿐임에도, 안상수는 그 모든 것을 거장의 영역으로 삼았다.

미술계에 종사한 지 올해로 26년째지만 이익을 따지는 상업전시 기획자에게 국격거장운운하는 이는 처음 봤다. 그래도 이 정도는 미술계 생태를 모르거나 거장의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한 무지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김건희씨가 아티스트로 우리나라 수준을 높여주는 사람인데 변론해주는 사람이 안 나왔다면서 뜬금없이 좌파 예술계를 탓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성형되고 조작된 김건희의 경력과 무속 논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등 다양한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바라고 있다. 이는 안상수가 언급한 전시 및 수준과는 아무 상관없다. 본인이 해명해야지 변론해줄 수 있는 부분 또한 아니다.

그런데 안상수에겐 김건희를 두둔하지 않는 것이

고의적인 좌파 프레임이요, 예술계를 바꿔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더구나 안상수는 좌파와 문화예술계의 전위적 특성을 분간조차 못하고 있다.

예술가들은 과거 예술의 답습을 거부하고 새로운 사회와 예술의 유토피아를 염원하며, 도전성과 실험성을 토대로 개혁을 지향하는 진보적 생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인천공동총괄선대위원장이라는 자는 이를 좌파로 해석한다. 이념적 잣대 아래 바꿔야 할 대상으로 본다.

특정 문화예술인들을 좌파로 규정짓고 척결을 강조한 안상수의 발언은 사실상 문화예술계에 대한 협박과 진배없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문화예술계를 이념으로 갈라내고 결과적으로 블랙리스트로 이어진 역사를 재소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

 

 

그가 국민의힘 공식 직함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좌파 문화예술계를 확 바꾸겠다는 그의 망언은 개인의 의사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어떤 설명이나 사과 논평도 없다. 가재는 게 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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