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1위’ 광고

닭털주 2022. 2. 26. 17:14

‘1광고

차준철 논설위원

 

 

미국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의 60년 전 광고는 획기적인 성공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세계 최초로 2등 전략을 쓴 것이다.

1962년 선보인 에이비스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Avis is only No.2. So we try harder)”라는 광고다.

당시 업계 1위는 점유율 70%가 넘는 허츠(Hertz)였다.

에이비스는 1위를 넘보지 않고 2위임을 깨끗이 인정하는 파격적인 광고 전략을 택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그해 13년 연속 적자를 끊으며 흑자로 돌아섰고 매출이 50% 이상 급상승했다.

1위와의 격차를 줄인 것은 물론이다.

2012년까지 지속된 에이비스의 ‘2등 광고는 많은 아류를 낳았다.

국내 소주·라면 시장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다.

어쨌거나 2등은 2등이니까.

넘사벽업계 1등이 있다면 소비자들의 시선을 2등 쪽으로 돌리기가 극히 어렵다.

그래서 대개의 광고는 1등 타이틀을 겨냥한다.

제일 잘나가는 회사의, 가장 좋고, 많이 팔리는 제품·서비스라고 주장하며 가장 믿을 만하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여러 분야로 쪼개 1위 지표를 내세우는 입시학원이나 대학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합격자 수 1’ ‘공무원 1문구를 내걸고 버스·지하철 광고를 해온 온라인 교육업체 에듀윌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28600만원 부과 처분을 받았다.

합격자 1위는 2016년과 2017년 공인중개사 시험에 한정된 일이고

공무원 1위도 2015년 설문조사 결과일 뿐인데

이를 아주 작게 표기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를 했다는 것이다.

특정 연도와 분야에만 해당한다는 사실을 감춤으로써 모든 기간·분야에서 업계 1위인 것으로 오인시킬 수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에듀윌 측은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에이비스의 ‘2등 광고가 소비자 마음을 움직인 이유는 진심을 담았기 때문이다.

솔직한 2등 선언으로, 1등 아닌 2등도 기억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른바 진심 마케팅이다.

지금은 곳곳에 1위가 넘쳐 피곤한 지경이다.

근거가 불확실한 1위 주장은 금세 외면될 뿐이다.

소비자들은 너도나도 떠드는 1위에 현혹되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업계 1위는 애써 ‘1위 마케팅을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