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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말글살이]

‘-음’ [말글살이]수정 2024-11-28 18:48 등록 2024-11-28 14:30  기계는 어떤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부품들을 조립한 것이다. 괘종시계를 분해하여 안을 들여다보면 에너지를 만드는 태엽, 에너지를 전달하는 톱니바퀴, 에너지를 규칙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만드는 탈진기 등의 부품이 있다. 말도 시계처럼 부품들로 분해할 수 있다. 사물의 이름을 나타내는 ‘명사’와 사물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동사’가 대표적이다. 명사와 동사를 조립하면 하나의 사건을 표현할 수 있다. ‘자동차가 달린다’, ‘사람을 만났다’, ‘밥을 먹었다’. 그런데 동사에 ‘-음’이라는 도깨비방망이를 붙이면 명사로도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다. ‘움직임’은 시간이 지나면 이내 사라져 버리는 것이건만, 마치 형체..

연재칼럼 2024.11.30

안식을 위한 안식

안식을 위한 안식입력 : 2024.11.27 21:06 수정 : 2024.11.27. 21:08 오은 시인  한 해가 저물어간다. 언제부터 “한 해가 저물다”란 표현이 관용적으로 쓰였는지 알 수 없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연말이 가까워질 즈음이면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차분해진다. 설렘은 잠시 눌러두고 가만히 올해를 돌아보기 시작해서일까. 꼼꼼한 사람이라면 이미 내년 계획을 세우고 있을 테지만, 기념일 다음날 목격되는 거리 풍경처럼 내게 마무리는 복잡하기만 하다. 좀처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곳곳에 놔두고 온 미련 때문일까, 정리 또한 깔끔하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물다’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풍경은 어둠일 것이다. 날이 다 저문 뒤에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처연..

칼럼읽다 2024.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