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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수의 나이는 2025세보다 많다

새해 예수의 나이는 2025세보다 많다입력 : 2024.12.29 21:08 수정 : 2024.12.29. 21:15  난데없는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 탄핵소추 등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르는 올해가 저물고 있다. 이제 이틀 후면 새해인 서기 2025년이 시작된다. 서기(西紀)는 ‘서양의 기원’을 줄인 말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예수가 태어난 해를 원년으로 삼아 연도를 표기한다. ‘기원전’과 ‘기원후’를 나타내는 영어 약자 ‘B.C.’와 ‘A.D.’에도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B.C.’는 Before Christ의 약자로, 직역하면 ‘예수 탄생 이전’을 뜻한다. ‘A.D.’는 Anno Domini의 약자로, 이는 ‘예수가 태어난 해’라는 뜻의 라틴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새해는..

칼럼읽다 2024.12.31

새해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천 원짜리입니다

새해 다이어리를 샀습니다, 천 원짜리입니다 꼭 비싼 다이어리여야만 할까... 나를 지탱하는 4개 주제를 떠올렸다24.12.27 15:41l최종 업데이트 24.12.27 15:54l 최은영(christey)  연말마다 다이어리 광고가 흔해진다. 모 커피 프랜차이즈의 다이어리를 얻기 위해 그 카페 음료만 열심히 먹기도 한다. 새해 다이어리를 받기 위한 '프리퀀시'를 당근에서 거래하거나 단톡방 품앗이로 채우는 일도 주변에서 자주 본다. 만 원짜리든, 오만 원짜리든, 카페 굿즈든, 다이어리를 사고 얻는 사람들의 마음은 다 같다. '내년부터는 다이어리를 진짜 잘 써봐야지.' 이 마음이다. 잘 쓰려면 구성도 좋아야 하고 디자인도 내 마음에 쏙 들어야 한다. 저절로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나를 지탱하는 4개의 기둥 ..

칼럼읽다 2024.12.30

후회 없이, 함께, 꿈을 꿀 수 있을까?

후회 없이, 함께, 꿈을 꿀 수 있을까?입력 : 2024.02.28 20:16 수정 : 2024.02.29. 10:25 손희정 문화평론가  여러분은 영화를 좋아하시는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엔 인생의 굽이굽이마다 열광했던 영화들이 있었고, 그런 영화와의 마주침이야말로 내가 삶에서 발견한 행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렇다면 기억에 남는 대사는 어떤가? 가장 좋아하는 대사를 꼽는 것도 간단하진 않다. 너무 많으니까. 그런데 최근 우리의 기억을 물화한 놀라운 책이 한 권 나왔다. 이름 하여 대사극장>. 총 850여 쪽에 달하는 이 작업에 붙은 부제는 “한국영화를 만든 위대한 대사들”이다. 출간의 변은 이렇다. “한국영화의 전통하에서 대사는 시대와 인간을 드러내는 압축적..

칼럼읽다 2024.12.29

공간에 머무는 기억

공간에 머무는 기억입력 : 2024.06.05. 20:49 성현아 문학평론가  학교 축제에 가수 ‘뉴진스’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들뜬 마음으로 졸업한 동기들을 불러 모았다. 나는 학부를 졸업한 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녔고, 이제는 여기에서 강의를 한다. 그러니까 스무 살부터 서른이 넘은 지금까지 같은 캠퍼스를 수없이 오간 셈이다. 친구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장소에 매여 사는 나를 ‘지박령’이라고 놀리곤 한다. 오랜만에 학교를 찾은 동기들은 이곳저곳을 둘러보고는 새삼 옛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나는 머무르는 사람이라 그런 걸까? 익숙한 교정을 거닐 때 딱히 새로운 기억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저 얇은 반죽이 겹겹이 쌓인 크레이프 케이크처럼 캠퍼스의 공간마다 여러 기억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다. ..

칼럼읽다 2024.12.29

요리와 글쓰기

요리와 글쓰기입력 : 2024.06.12 20:36 수정 : 2024.06.12. 20:37 오은 시인  “오밤중에 뭘 또 만들어?” 방문을 열고 나오며 형이 묻는다. 별도리가 없다는 듯 씩 웃고 만다. 도마 위에는 토막 난 애호박과 양파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오늘도 글이 잘 안 풀린 거야?” 형이 다시 묻는다. 나는 여전히 웃고 있다. 곧바로 들기름을 두르고 프라이팬 위에서 지지고 볶는 시간이 이어진다.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새우젓을 넣어 간을 맞춘다. 이윽고 완성된 애호박볶음 위에 통깨를 솔솔 뿌린다. 오밤중에 뭘 또 만드는 시간이 끝났다. 시계를 보니 고작 20분 정도가 지났다. 원고가 잘 안 풀리거나 다 쓴 원고가 영 마음에 들지 않을 때면 요리에 돌입한다. 요즘 들어 요리하는 횟수가 부쩍 ..

칼럼읽다 2024.12.29

도심 먹자상가의 쓸쓸함

도심 먹자상가의 쓸쓸함입력 : 2024.06.06 20:46 수정 : 2024.06.06. 20:49 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페이스북에 꼬박꼬박 점심 먹은 걸 올리는 친구가 있다. 서울 강북 도심의 한 빌딩에서 일하는 그는 매일 메뉴를 바꿔가며 먹는다. 더러는 전날 음주 상태에 따라 새로운 해장거리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덕분에 서울 도심에 ‘이런 집이 있어?’ 할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식당을 발견하곤 한다. 5000~6000원에 백반 한 상 차리고 찌개 올리고 돈가스도 주는 집 같은. 같이 식당을 하는 처지에서 당최 그 값에 어떻게 저런 음식을 차려내는지 놀랍다. 사실 원가에 밝은 내가 보면 짐작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이른바 자기 착취다. 주인이 자기 이익을 상당 부분 녹여내어 반..

칼럼읽다 2024.12.29

아무 것도 없는 풍경의 아름다움

아무것도 없는 풍경의 아름다움입력 : 2024.08.29 20:15 수정 : 2024.08.29. 20:26 김봉석 문화평론가   도쿄의 가구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미치코는 주말마다 기차를 타고 인적 드문 역을 찾아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철도 오타쿠다.  처음으로 일본에 간 해는 1998년이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영화 하나비>의 기타노 다케시 감독을 인터뷰하러 도쿄에 갔다. 당시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가수 아무로 나미에의 스타일을 따라 하는 젊은 여성들이 활보하는 시부야, 만화 시티 헌터>의 배경인 신주쿠, 첨단 전자제품과 애니메이션의 성지 아키하바라 등 도쿄의 중심가를 경탄하며 걸었다. 당시의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가는 선진국이었다. 화려한 거리와 느긋한 공원의 비일상적인 풍경, 한국에서..

칼럼읽다 2024.12.28

진정 ‘스포츠계 리더’는 없는가

진정 ‘스포츠계 리더’는 없는가입력 : 2024.12.23 21:50 수정 : 2024.12.23. 21:53 김세훈 스포츠부 부장  우리는 ‘리더 부재’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등 사회 거의 모든 곳에서 믿고 존경하며 따를 만한 리더가 부족함을 절감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은 머리를 조아리고 귀를 세우기보다는 권력을 앞세워 자신을 합리화하고 국민을 지배하려고 한다. 자기 이익에 매몰돼 돈놀이에 집중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타락한 종교 지도자도 다수다. 교육계에도 아이들을 팔아 이익을 챙기거나 자리를 보존하려는 행태가 여전하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은 지난 2~3년 동안 정부와 극심한 대립각을 세웠다. 단순한 갈등이 아니라 노골적인 충돌이었다. 이 회장..

칼럼읽다 2024.12.28

현장 뛰는 다큐 사진가의 2024년 사진 소풍

현장 뛰는 다큐 사진가의 2024년 사진 소풍위험을 감수하고 촬영 현장 다니는 사진가, 이렇게 충전합니다24.12.26 13:36l최종 업데이트 24.12.26 13:36l 정남준(jnj964@daum.net)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사회의 사실에서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긴 여정을 걷는 사진가라고도 한다. 탄핵 정국, 시위와 집회 등 현장 곳곳이 힘든 여정이어서 위험을 감수하고 촬영 현장을 다닐 때가 많다. 그럼에도 현장을 찾아다니는 건 사진으로 기록해야 한다는, 사진가로서의 신념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다큐멘터리 사진가도 사진의 일상 시름에서 벗어나 환하고 따뜻한 자연이나 살가운 사람들에게 안기고 싶은 생각은 늘 가진다. 그래서 종종 떠나는 게 가벼운 '사진 소풍길'이다. 그런 소풍에서 그간 현장 ..

사진놀이 2024.12.27

고맙다는 말에 담긴 함께 사는 세상

고맙다는 말에 담긴 함께 사는 세상입력 : 2024.12.26 21:24 수정 : 2024.12.26. 21:26 레나 사진작가  한국수어  한국수어로 ‘고맙다’를 표현하고 있다. ⓒ레나  20대 후반 업무로 알게 된 분이 있었다. 물어볼 것이 있어 e메일을 드렸는데, 아주 상세하게 답변을 보내주셨다. 메일의 마지막에는 발신자의 이름과 ‘고맙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 느낀 감정은 낯섦이었다. 분명히 감사하다는 말은 내가 해야 하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감사하다는 인사로 끝을 맺다니.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번 더 메일을 주고받으니 나도 뭔가 그분이 감사해야 할 일을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나도 요청받은 일들을 메일로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끝에 ‘감사합니다’나 ‘고맙습니다’를 붙..

칼럼읽다 2024.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