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46

한강 “느낀 감각들 문장에 불어넣어…언어, 우리를 잇는 실이라 실감”

한강 “느낀 감각들 문장에 불어넣어…언어, 우리를 잇는 실이라 실감”동아일보업데이트 2024-12-08 10:582024년 12월 8일 10시 58분 “내가 느끼는 그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고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합니다.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에.”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소설가 한강(54)이 7일(현지시간) 31년간의 집필 인생을 회고했다.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수상자 강연에서 한강은 ‘빛과 실’이라는 제목의 강연문을 낭독했다. 노벨상 수상자의 강연은 노벨 주간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사실상 수상소감으로 여겨진다. 한강의 강연에는 스웨덴 현지 교민, 국내 출판사 관계..

책이야기 2024.12.14

보통 이 정도 합니다

보통 이 정도 합니다입력 : 2024.12.11 20:44 수정 : 2024.12.11. 20:47 김수동 탄탄주택협동조합 이사장  장인어른께서 돌아가셨다. 언젠가는 이날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죽음은 언제나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유족들은 슬퍼할 겨를 없이 당장 상(장례)을 치러야 한다. 이때부터 모든 주도권은 전문가(장례지도사)에게 넘어간다. 장례 절차와 의례, 장례식장 및 장사시설 이용, 빈소 설치와 조문 예절에 이르기까지 장례지도사는 일사천리로 안내한다. 상당 부분 이미 패키지화되어 있어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뭐가 뭔지 잘 몰라 하는 질문에 장례지도사는 친절함에 전문가의 권위를 담아 답을 한다. “보통 이 정도 합니다.” 장례지도사가 많이 하는 말. 보통 이 정도 합니다. 무엇..

칼럼읽다 2024.12.13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하여

존엄한 삶과 죽음을 위하여입력 : 2024.12.08 20:26 수정 : 2024.12.08. 20:29 김기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  얼마 전 영화 플랜 75>를 본 뒤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이 영화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일본 정부가 노인들에게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가상의 정책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노인들은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죽음에 대한 상담을 받고, 죽음을 위한 지원금을 신청하며, 죽음을 준비합니다. 또 다른 영화 룸 넥스트 도어>에서는 말기암 환자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을 준비하며 오랜 친구와 재회해 삶과 죽음에 대해 탐구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 두 영화는 초고령 사회에서 더 중요해질 삶과 죽음의 존엄성에 대해 무겁고 슬픈 질문을 던집니다. ..

칼럼읽다 2024.12.12

조용필, 말년의 양식

조용필, 말년의 양식입력 : 2024.12.05 20:34 수정 : 2024.12.05. 20:36 이희경 인문학공동체 문탁네트워크 대표  고대하던 조용필의 정규 20집이 도착한 날, 두근두근 언박싱을 하고 조심조심 CD를 꺼냈다. 볼륨을 한껏 올린 후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듣기 시작했는데 몸이 먼저 반응했다. 리듬을 타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어나서 혼자서 춤을 추듯 방 안을 헤맸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는데 가사 때문은 아니었다. 모든 음을 꾹꾹 눌러서 단정하고 정성스럽게 세상에 내보내는 일흔넷 조용필 소리가 더할 나위 없이 절절했기 때문이었다. 위로였다. 20대, 강의실이 아니라 거리와 술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던 그때, 나와 친구들은 시도 때도 없이 조용필을 듣고 불렀다. 1..

칼럼읽다 2024.12.07

심장에 남은 만남과 인연 [서울 말고]

심장에 남은 만남과 인연 [서울 말고]수정 2024-12-01 18:57 등록 2024-12-01 16:45 백창화 | 괴산 숲속작은책방 대표  인생을 살면서 사람들은 가족을 제외하고 생의 전반을 뒤흔드는 결정적 만남을 몇번이나 경험할까? 때로 책과의 만남이 도끼처럼 우리 정수리를 내리치고 삶을 뒤흔들듯 어떤 인물과의 만남은 우리에게 전혀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다. 11월의 마지막, 내게 그런 인연을 열어준 이를 만나러 일본 요코하마에 갔다. 그의 아버지는 식민지 시대 조선인이었고 어머니는 일본인이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 일본에서 난 그는 분단된 조국의 뒤편에서 차별받는 조선인으로 살며 온몸에 아픈 역사를 새겼다. 언젠가 통일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 경상도로 돌아가리라 생각하고 자식들을 조선학교에 보내 ..

책이야기 2024.12.06

차마 어찌할 수 없는 것들

차마 어찌할 수 없는 것들입력 : 2024.12.05 20:36 수정 : 2024.12.05. 20:38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지옥으로 가는 길은 부사로 뒤덮여 있다.”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에 나오는 말이다. 글 쓸 때 부사로 멋내려다 오히려 문장이 엉망이 되는 걸 경계하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글쓰기에서 부사와 형용사를 장식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문제가 있다고 안 쓰는 건 쉬운 일이긴 하겠으나,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잘 쓴 부사 하나 사람의 마음을 몽땅 훔치며 글의 격을 높이기도 한다. 얼마 전 발표된 가톨릭 사제들의 시국선언을 또 꺼내 읽는다. 성경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붙인 제목부터가 참으로 쩌릿하게 마음을 울린다. ‘어째서 사람이 이 모양인가!’ 이어지는 본문이 모두 ..

칼럼읽다 2024.12.06

인생은 아름다운가 [김탁환 칼럼]

인생은 아름다운가 [김탁환 칼럼]  마을 사람들은 영화 내내 곳곳에서 언성을 높이며 다툰다. 상처는 쌓이고 빚은 늘고 해결할 방법은 없기에, 분노로 지르는 주먹질이요 슬픔으로 뻗는 발길질이다. … 한마을에서 긴 세월 지내다 보면, 이웃의 자랑할 만한 빛기둥뿐 아니라 어둡고 탁하고 때론 추한 그림자까지 낮은 담을 넘어온다. 연민과 위로와 격려와 응원이 겹겹이 쌓인다. 법 따위로 논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 사람 마음이다. 수정 2024-12-04 08:02 등록 2024-12-04 08:00  김탁환 | 소설가  올해는 망했다. 아직 한달이 남았지만, 일찌감치 2024년을 결산하는 마을활동가들의 탄식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작년보다 올해가 나았다는 목소린 어디서도 들리지 ..

칼럼읽다 2024.12.05

묵은 술, 오랜 지혜

묵은 술, 오랜 지혜입력 : 2024.12.03 21:45 수정 : 2024.12.03. 21:48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중국의 명주 가운데 하나로 ‘루저우라오쟈오(瀘州老)’가 있다. 루저우는 예로부터 술로 유명해서 주성(酒城)이라고 불려온 고장이고, 라오쟈오는 이곳에 있는 오래된 교(), 즉 술을 발효시켜 저장하는 ‘지하 광’을 말한다. 1573년에 만들었다는 궈쟈오(國)가 남아 있어 더욱 유명하다. 수백 년 묵은 발효로만 낼 수 있는 깊은 향을 지녀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아왔다. 저장 기술은 고대에도 필수적이어서, 땅굴처럼 판 거대한 지하 광이 일찍부터 만들어졌다. 화식열전>의 선곡 임씨는 지하 광으로 큰돈을 번 인물이다. 진시황이 허무하게 죽자마자 전국 각지에서 호걸들이 들고일어나기 시작했고..

칼럼읽다 2024.12.05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를 좋아하는 사람이입력 : 2024.12.03 21:47 수정 : 2024.12.03. 21:48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수년 전 JTBC 뉴스룸> 문화초대석에 출연했을 때 고 김민기씨는 몹시 경직돼 보였다. 노련한 진행자는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본인도 오늘은 긴장된다며 “선생님은 긴장 안 되십니까?”라고 말을 건넸다. 그는 여전히 굳은 얼굴로 두 손을 모아쥔 채 입술만 간신히 떼어 답했다. “죽겠죠, 뭐. 여기 있는 게.” 보통 저렇듯 긴장하면 감정을 숨기고자 짐짓 너스레를 부리거나 어색함을 깨려고 아무 말이나 던지기 마련이다. 내 경우엔 그랬다. 그러고선 두고두고 자책하곤 했다. 이야기를 들은 지인이 말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내키지 않으면 먼저 입을 열지 않아도 괜찮을 만한 사회적 위상을..

칼럼읽다 2024.12.04

지역에서 연결될 권리

지역에서 연결될 권리입력 : 2024.11.20 20:08 수정 : 2024.11.20. 20:15 고영직 문학평론가  수년 전부터 ‘동네지식인’을 자처했지만, 요즘 정작 동네를 비우는 경우가 잦다. 동네 술벗들로부터 “동네를 너무 자주 비우는 것 아니냐”며 힐난을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15년 전쯤 자발적 백수가 된 이래 직장인의 삶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잘 지켜온 것에 만족해하는 편이다. 올해 유독 자주 찾은 지역은 전남이었다. 전남문화재단 자율기획형 사업 책임심의위원을 맡아 해남, 담양, 곡성, 고흥 등지를 찾았다. 시인보다는 ‘전사’이고자 했던 김남주 시인(1945~1994) 30주기를 맞아 김남주기념사업회가 극단 토박이와 손잡고 상연한 시극 은박지에 새긴 사랑> 관극차..

칼럼읽다 202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