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49

후퇴하는 용기 [서울 말고]

후퇴하는 용기 [서울 말고]수정 2024-12-29 18:55 등록 2024-12-29 17:33 김희주 | 양양군도시재생지원센터 사무국장  12월을 한권의 책과 함께 시작했다. 우치다 타츠루가 엮은 ‘한 걸음 뒤의 세상’이다. 부제인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이라는 표현에 눈길이 가서 집어 들었다. 책은 ‘후퇴학’을 주창하는 우치다 타츠루에 공감하는 여러 분야 전문가가 함께 쓴 글을 모았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고도 성장기를 지나온 조국의 장래가 그리 밝지 않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는 동안 국가의 존망과 그 속에서 국민으로서 나의 안위가 위협받는 계엄 시국을 맞닥뜨리게 될 줄은 몰랐다. 엄중한 시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여..

칼럼읽다 2025.01.03

혼신의 글쓰기, ‘김윤식 전시회’에서

혼신의 글쓰기, ‘김윤식 전시회’에서입력 : 2025.01.02 21:23 수정 : 2025.01.02. 21:29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한 해의 마지막 달이 밋밋하게 끝나지 않고 뿔처럼 하루가 더 있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12월 31일. 복면한 괴한인 듯 아라비아 숫자 즐비한 달력에서 지난 1년을 휘감으며 등대처럼 밝힌다. 그냥 하루, 여느 날처럼 지나치기엔 내 간이 너무 작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일상을 살아내는 건 비장한 일이다. 기괴하고 희한한 일들이 마구마구 범람해서 정신을 모으기가 몹시 힘들다. 해가 뜨고 다시 달이 뒤쫓아 오기까지, 누구에게나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의 보자기에서 이 마지막 날은 목석같은 나에게도 좀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무엇으로 다시 못 볼 갑진년을 마무리할까. 참..

책이야기 2025.01.03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

한 해를 돌아보며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공자와 논어를 넘어... 재독한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24.12.26 17:37l최종 업데이트 24.12.27 09:00l 노태헌(rth922)  연말이다. 크리스마스까지 지나갔다. 사람은 늘 생각을 하며 살아가기에 또다시 한해를 되돌아본다. 한해를 무턱대고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좋았던 기억들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아 보인다. 한 해 동안 목표로 하였으나 이루어 내지 못한 것들도 떠올린다. 이런저런 상념과 부정적인 생각이 밀려올 때는 걷기나 책의 도움을 받아 본다. 그러한 행위들 속에서 또 다른 상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 샛길은 처음에 밀려왔던 부정적인 감각에서 조금 벗어나게 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마음을 먹고 책장에서 책을 한 권 뽑아 든..

책이야기 2025.01.02

‘살았다’는 문장 다음

‘살았다’는 문장 다음입력 : 2025.01.01 20:57 수정 : 2025.01.01. 21:01 인아영 문학평론가  잊고 있었다. 한밤중에 느닷없이 계엄령이 내려지고,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착륙하려던 여객기의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진 2024년 말은 참으로 잔혹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2024년은 세월호 10주기이기도 했다.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므로 기억해야만 하는 일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그 기억을 위한 에세이에서 김현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십 년을 살았다./ 살았다고 끝나는 문장 뒤에 무슨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죽었다고 끝난 문장에 무슨 말을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기억하는 사람들, 기억..

책이야기 2025.01.02

천재와 생활의 달인

천재와 생활의 달인입력 : 2025.01.01 20:57 수정 : 2025.01.01. 21:00 김홍표 아주대 약학대학 교수  남 말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는 흔히 천재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개화기 조선의 3대 천재는 춘원 이광수, 육당 최남선 그리고 벽초 홍명희다. 이들은 시와 소설을 쓰고 사회적 파급력도 컸지만, 막상 천재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적으로는 지능지수를 기준으로 괴테와 아인슈타인 그리고 다빈치를 꼽기도 한다. 과연 그렇구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서양 위주의 평가라는 생각도 없지는 않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부모나 자식은 천재 당사자보다 유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괴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쓰고 식물학과 해부학에도 관심이 컸지만 그의 아들이 뭘 했는지는 알지..

카테고리 없음 2025.01.02

희망의 을사년

희망의 을사년입력 : 2025.01.01. 18:15 손제민 논설위원  ‘을씨년스럽다’는 뭔가 어감부터 스산함이 느껴지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도 ‘날씨나 분위기가 몹시 스산하고 쓸쓸한 데가 있다’이다. ‘을사(乙巳)년’에 나라에 좋지 않은 일이 있었고, 그 뒤로 사람들이 ‘을사년스럽다’고 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을씨년스럽다는 말은 결국 민중의 관점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좋지 않은 일이 외침이나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든, 위정자의 실정으로 벌어졌든 그 고통과 치욕은 대부분 민중의 몫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을사년은 1905년이다. 조선이 일본 제국주의 세력에 외교권을 빼앗긴 을사조약(제2차 한일협약)이 있었던 해이다. 고종이 일본의 강압에 억지로 조약에 서..

칼럼읽다 2025.01.02

슬픔과 분노의 연하장

슬픔과 분노의 연하장입력 : 2024.12.31 19:53 수정 : 2024.12.31. 19:56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지독한 분노와 슬픔 가운데 새해 인사를 띄웁니다. 최고 권력자가 저지른 난동이 국민의 일상을 앗아가고 나라 살림을 파탄으로 몰아넣은 것만으로도 참기 어려운데, 다툴 여지조차 없어 보이는 사태를 지지부진한 정쟁으로 끌고 가는 추악한 모습들을 연일 목도하면서, 분노의 게이지는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입니다. 그 위에 벌어진 비극적인 참사 소식에 온몸과 마음이 슬픔으로 떨려 옵니다. 집단 우울증에라도 걸릴 것 같은, 가혹한 겨울입니다. 견디기 힘든 시절, 묵은 시를 꺼내 읽습니다.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라는 말을 건네며 시작하는, 정호승 시인의 ‘슬픔이 기쁨에게’...

칼럼읽다 2025.01.01

당분간 모든 싸움에서 진다 해도

당분간 모든 싸움에서 진다 해도입력 : 2024.12.31 19:53 수정 : 2024.12.31. 19:56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수년 전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공부할 때, 관련 기록을 보며 처음 든 의문은 ‘이웃이 왜 몰랐을까’였다. 첩첩산중도 외딴섬도 아닌 도심 부랑인시설에서 감금·폭행과 강제노역으로 수백 명이 죽어갈 동안 어떻게 그랬을까. 그러다 한 인터뷰에서 그곳을 ‘걸뱅이들 살던 데’라 복기하는 주민을 보며 짐작했다. 어쩌면 다수는 몰랐다기보단 모르고 싶었던 것 아닐지. 추운 날 내 호주머니 속 동전에 호소하여 마음 산란하게 했던 ‘걸뱅이들’을 먹이고 재워준다니 다행이라 자위하며 말이다.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보면서도 생각했다. 1980년대 중반 아일랜드..

칼럼읽다 2025.01.01

8만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는 역사적 필연이다

8만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 철폐는 역사적 필연이다[제14회 비정규 노동수기 공모전 대상]수정 2024-12-31 17:01 등록 2024-12-31 16:52 한정일 | 기간제교사  1.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외면한 기간제교사 차별 2020년의 일이다.옆 반 담임 선생님이 갑작스러운 병가로 일주일 동안 학교를 나오지 않았다. 이유인즉슨 조회 시간에 학생에게 폭언과 쌍욕을 들어서라고 했다. 평소 그 학생의 성정을 잘 알던 터라 그런 일이 생기고도 남겠다 싶었다. 병가를 낸 선생님은 평소 학생들에게 존경을 한몸에 받는 분인데, 이런 일이 생겼다. 교사 경력이 많지 않은 나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더케이손해보험에서 교직원안심보험이라는 것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용을 살..

칼럼읽다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