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사는 일은
작년 1월부터다. 당진에 내려와서 시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운이 좋은 건지 모르지만, 우강 소들빛작은도서관에서 시수업을 겨울 봄 여름 가을 네 차례에 걸쳐 수업을 했다. 그때마다 작은 창작 시문집을 만들었다. 더욱 고마운 일은 그분들이 시를 쓰면서 내 시를 돌아보다 사고를 냈다. 당진문학인 공모사업에 내 시가 뽑혀, 내 첫 시집까지 내게 되었다. 이것 역시 운이 따랐다. 그 이야기를 전국학교도서관모임 웹잡지에 싣기도 했다. 그분들이 시를 쓰고 그걸 도와주는 수업을 준비하다 내 시를 고쳐 썼다. 시가 무엇인지 시수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글쓰기 수업이 일방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수고를 한 만큼 시가 새롭게 다가왔다. 다양한 시를 살필 수 있었다.
소들빛작은도서관이 시전문도서관이라 시집이 많았다. 국내시집은 물론 외국시집도 있었다. 한 번에 5권씩 빌려보면서 오랜만에 외국시에 빠져들었고, 2025년 1월 책사회 북큐레이션 원고에 외국시를 소개했다.
시작은 시수업인데, 여기저기 펼쳤다. 20여년 해왔던 시수업에서 벗어났기에 가능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시수업을 계속 보태기 시작했다. 시와 관련된 그림책을 찾아 읽었고 수업을 듣는 분들과 다양한 시집을 찾아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참 그러고보니, 시그림책이야기도 북큐레이션 원고를 썼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나를 성장시킨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자신들이 쓴 시 이야기를 들으면서 70 더하기 어르신들 삶이야기를 듣고, 60 더하기 책들을 다시 읽고 와닿았다.
어제 15일 수요일에는 당진 고대면 고대웃음꽃작은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을 시작했다.
이제 산문이다. 운문은 우강에서 산문은 고대에서 매주 하게 되었다.
첫 수업도 극적이었다. 모집인원 절반을 넘지 않으면 폐강이 된다. 그런데 작년 시수업을 들었던 분이 이번 글쓰기 수업도 듣겠다고 했다. 겨우 절반을 넘었다. 개강이다. 수업하는 날 가 보니, 한 분이 더 수업을 들어도 되겠느냐고 했다. 모두 여자분인데 자기는 남자라고.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오시라고 했다. 그리고 한 분은 초등학생 4학년 아이를 데리고 왔다. 같이 수업을 들어도 되겠느냐고, 괜찮다고 했다. 수업을 들으시는 분이 10대부터 70대까지다.
서사 글쓰기를 하는데, 초등학생도 제법 잘 썼다. 엄마와 함께 옆에 앉아서 활동지를 달라고해서 주었더니 곧잘 썼다.
글쓰기가 때로는 마법을 부린다.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게 만든다.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쓰는 사람 구분없이 세상을 새롭게 만드는 것 같다.
당진에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사는 일은 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읍내동에 사는 내가 합덕읍을 알게 되고, 우강면을 돌아다니고, 순성면에서 사진수업을 하면서 동네구경을 함께 하고 이제 당진포리가 있는 고대면까지 왔다. 그냥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살거나 그곳을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또는 각자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 이야기는 내 시에서 소설에서 조금씩 싹을 튀울 것을 믿는다.
아니면 어쩌랴, 그것만으로 충분한데.
2025. 1. 16 닭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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