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교육과 저작권

닭털주 2022. 3. 1. 13:46

교육과 저작권

이융희 문화연구자

 

 

웹소설부터 에세이 쓰기, 브런치 작가, 텀블벅 모금 등 출판과 관련된 다양한 출구전략 및 영역의 확대가 이루어진 글쓰기를 통해 생계유지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바로 이 지점을 노리고 글쓰기 교육상품이 성황리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각종 SNS에서는 너도나도 수십억원을 벌어들이는 작가가 될 수 있다며,

자신은 제대로 된 지식 하나 없이도 이렇게 글을 썼다는 광고가 줄을 잇는다.

인세 수입이 이만큼 났다고 통장의 수익을 공개하는 영상도 있었다.

 

나 역시 글쓰기 교육 현장의 한 일원으로 있는 만큼 이러한 산업의 구조나 형태 자체를 비판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최근 들리는 제보에 의하면 이러한 교육 공간으로 나온 강사의 강의 교안, 그리고 영상 강의 내용 중 기출간된 웹소설 이론서나 작법서 내용 등을 저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출처 표기 없이 마음대로 가져다 쓴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모양이다.

이론서 페이지 전체를 PPT 내용으로 복사해 붙여넣기를 한 경우도 있고,

심지어 어떤 대중 인문학 강연에는 유튜버가 찍은 영상을 틀어준 케이스도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글쓰기의 이론이나 계보, 형식이나 특징 같은 것은 글을 오래 쓰다보면 누구나 깨닫는 보편적인 정보라 누구 하나의 저작권을 주장하긴 어렵겠으나

문장 단위까지 책에서 그대로 따와 자신의 교안으로 쓰고 있으면

그것에 대한 출처 표기 정도는 정확히 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현장에서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저술한 저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처럼 사회는 지식과 정보, 노하우들을 상품으로 판매하면서 교육이라는 틀을 점차 놓치고 있다.

글쓰기 교육은 글쓰기와 교육, 두 가지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인기 있는 작품을 저술한 창작자는 분명 가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겠으나,

이것을 체계적 교안으로 만들어 영상 녹화까지 해 스토리텔링하여 전달하는 건 정보지식과 바깥 분야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일대일 도제식 과외와는 다르게 체계적으로 교육 전달을 위한 교육론적 방법론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 없이 그저 시장에서 잘나가는 작가가 몇 번의 단발성 대중 강연, 또는 북콘서트의 토크만을 보고 강연을 잘할 것 같다며 이루어진 섭외는 위와 같은 문제를 필연적으로 가져올 수밖에 없다.

1~2시간에 불과한 교육 시간 동안 수강생의 불평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어쨌든 체계화된 정보지식을 전달해야 하니

쉽사리 학자들의 연구나 기존 저술가들의 책에 의탁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러한 이용 자체가 잘못 되었다는 건 아니다.

결국 지식을 누적해 책으로 썼다는 건 그 지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될 수 있도록 공개하는 행위니까. 그러나 그것을 이용해 다른 누군가가 노력 없이 돈을 벌고 있는 건 지식에 대한 존중이 없는 도둑질 행위에 불과하다.

 

시장이 계속 확대되는 한 글쓰기를 비롯한 노하우 공유의 교육 시장은 끊임없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는 단순히 교육을 상품화하는 것에서 나아가 정말로 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체계화하는 곳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교육 플랫폼은 강의자들의 지식전달의 과정을 점검하고

출처 표기나 저작권의 공공이용에 대해 보다 예민해질 필요가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