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벌써 두 번째 벽돌 책 읽기 모임에 참석하며

닭털주 2025. 3. 9. 19:53

벌써 두 번째 벽돌 책 읽기 모임에 참석하며

25.03.06 13:55l최종 업데이트 25.03.06 13:55l 최승우(seung2871)

 

 

나른한 오후 서학 예술 마을 도서관을 찾은 사람의 모습이 여러 겹이다. 그림책을 보는 사람, 노트북 강의를 듣는 어른, 편안한 소파에 앉아 사색에 잠긴 아주머니, 휴대전화 삼매경인 젊은이 등 제각각 모습이다.

 

'예술을 쓰다'라는 공간에는 두 개의 글감을 조합해 자기 생각과 바람을 전하는 방문객의 글이 모여 있다.

 

"거친 밤의 시간, 거친 마음으로 잠 못 이룬 하루가 지나갔다. 거친 이 나라. 푸른 들판에서 편히 쉬다 가고 싶은 국민의 마음을 누군가는 알까?"라며 정국 혼란과 불협화음의 시대에 대한 불안감과 안타까움을 전한다.

 

"손님은 참 복도 많으시지. 두 통장이 모두 청약에 당첨됐네요" , "2025년 새해에는 통장 재구성"이라는 글을 통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희망을 전하는 글도 있다. "내일도 열심히 놀고 있는 내 모습 너무 좋아"라며 낙천적인 삶에 대한 글과 그림 솜씨가 뛰어난 방문객의 힙한 그림도 보인다.

 

"대괄호[ ]가 중괄호{ }와 소괄호( )를 꼭 껴안은 것[{()}]처럼 나도 내 안에 숨은 어둠을 꼭 껴안아 줘야지"라는 글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다짐을 담은 내용도 있다.

서로 다른 글감을 바탕으로 쓴 글 속에서 사람들의 소망과 태도, 시대에 대한 염려 등 여러 가지가 이야기가 담겨있다.

도서관은 독서의 공간을 넘어 사색과 다짐 그리고 희망의 공간으로 우리 가까이 있다.

 

도서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나는 지난해에 이어 독서 동아리 '벽돌 책 읽기'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2월 초 '벽돌 책 읽기' 시즌2에 읽을 '넥서스, 종의 기원, 인간 본성의 법칙, 불변의 법칙, 언어의 무게'가 단톡방에 공지됐다. 작년의 성공을 디딤돌로 삼아 올해도 책장을 무사히 넘길 것으로 기대한다.

 

지난해 시작한 '벽돌 책 읽기'는 개인적 사정으로 읽지 못한 '코스모스'를 제외한 '사피엔스, 이기적 유전자, 총 균 쇠, 모스크바의 신사' 등 네 권의 책을 읽었다.

지난 시즌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한 나는 조심스럽게 '벽돌 책 읽기 시즌2'에 맞춰 "참여해도 될까요?"라며 단톡방에 참여 의사를 전했다.

 

"그런 말씀하시면 섭섭한데요. 선생님이 가장 먼저 인증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게요. 시즌2도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단톡방 방장의 답이 돌아왔다. 늘 정겹고 밝은 책 동무다.

 

'벽돌 책 읽기' 모임은 매주 수요일 카톡 단체방을 통해 진행한다.

8명의 회원이 매주 한챕터를 읽고 인상 깊었던 내용을 공유한다. 회원들 삶의 공간이 전북, 서울, 충청, 강원 등 전국으로 흩어져있어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있다.

 

나는 총 8명의 회원 중 유일한 남자 회원이며 나이도 제일 많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믿음으로 수요일 카톡에 '일빠'로 글을 올린다.

50대가 다수인 회원들의 바쁜 일상은 자칫 '수요일의 소감'을 놓치기 쉽다.

느긋한 은퇴자는 아침 7시가 넘으면 글 올리는 날을 잊지 않게 하기 위해 '벽돌 책 읽기' 모임의 문을 연다.

 

'지식의 보고'보다 임시'베게'의 역할에 충실했던 두꺼운 책이 제구실을 다 하게 된 데는 책동 무의 역할이 지대했다. 서로의 약속을 지켜내는 동안에 어느덧 두껍고 무거운 책은 자기 소명을 다한다.

 

사람은 습관의 동물이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서로를 의지하며 읽어낸 독서 경험은 책의 부피가 주는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격언과 같이 첫 장의 넘김은 다음 장으로 이어지고 마지막 페이지의 다다름에 어려움이 없다.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에서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람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라고 하였다.

 

나를 붙잡고 좋아하는 일 중에 단언코 일등은 독서다. 순간순간 사람을 붙잡는 흔들리는 시선보다 흰 종이에 굳게 박혀있는 글자에 대한 굳은 믿음과 편안함이 좋다. 오늘도 퀴퀴한 곰팡내와 색바랜 종이가 주는 지혜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도서관에 간다.

 

글자의 마법에 빠져 시공간을 여행하고,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경험을 한다. 가끔 일상의 무게에 짓눌려 책을 걷어차 버리려는 유혹에 빠질 때도 책동 무가 있어 든든하다. 곧 수요일이 다가온다. 변함없이 나는 '일빠'로 오늘이 그날임을 알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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