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 38

바보야, 문제는 단지야! [크리틱]

바보야, 문제는 단지야! [크리틱]수정 2024-05-01 18:58 등록 2024-05-01 18:11 임우진 | 프랑스 국립 건축가  2024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1.5%는 아파트에 거주한다. 아파트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적층식 공동주택방식이지만 한국의 아파트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단지식으로 개발됐다는 점이다(다른 나라는 공공도로에 면한 개별 건물식이 일반적이다). 아파트 단지는 1960~70년대 도시팽창기 급격히 유입되는 인구를 수용할 방책이 다급했지만,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력과 재정이 부족했던 주택 당국이 생각해 낸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자기 집값뿐 아니라 단지 내부의 도로, 공원, 놀이터, 편의시설 공사비와 유지관리비를 정부 대신 떠안은 구매자도 몇 년 있으면 올라있는 집값 때문에 ..

칼럼읽다 2024.05.05

나이 들면 친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

나이 들면 친구를 정리해야 하는 이유[수산봉수 제주살이] 소셜미디어 시대 새로운 만남 : 김판수, 염무웅, 백낙청24.05.04 19:28l최종 업데이트 24.05.04 19:31l 이봉수(hibongsoo)   ▲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현관 앞에서 김판수 공동이사장(왼쪽부터), 이봉수 기자, 염무웅 공동이사장, 김용락 시인, 박현희 운영위원, 백우인 시인.ⓒ 송경동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친구가 아니다" 친구가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스승이 아니고, 스승이 될 수 없다면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명나라 학자 이탁오의 말인데, 현자들의 말은 젊은 시절에는 흘려듣다가 나이 들어 무릎을 치는 때가 있다. 그는 양명학자로서 신분차별에 반대하고 남녀평등을 주장하는 등 유교적 질서를 거스르는 혁신사상을 펴다가 체포..

책이야기 2024.05.05

입술에 관한 몽상

입술에 관한 몽상입력 : 2024.05.02. 20:40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곡우 근처. 이즈음 물에 잠긴 논을 보면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논두렁은 논과 논을 구획하는 경계이지만 또한 길고 좁은 밭뙈기이기도 하다. 옛날 모내기 끝내고 어머니는 그 자투리땅도 그냥 놀릴 수 없다며, 호박이나 울콩을 심으셨지. 지난주 고향 가서 논두렁에 서서 술동이에서 막걸리 익어가듯 논바닥에서 뻐끔뻐끔 올라오는 기포를 보았다. 문득 들판의 논들을 아담하게 죄는 이 야무진 논두렁이 어째 꼭 얼굴의 입술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 하나가 흘러나오지 않겠는가. 입술, 인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야 손바닥보다 좁아도 만만한 장소가 결코 아닌 것.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퀴즈.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면 사..

칼럼읽다 2024.05.05

거짓말의 추억 [말글살이]

거짓말의 추억 [말글살이]수정 2024-05-02 18:44 등록 2024-05-02 14:30  나는 거짓말쟁이다. 선생이란 직업이 주는 허명에 속아 고매한 성품의 소유자로 추켜세우기도 하지만, 헛짚었다. 밤낮없는 거짓말! ‘사실과 다르게 꾸민 말’이라고 하지만, 먹물들의 거짓말은 성격이 다르다. 보통의 거짓말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벌어진 일과 다르게 말하는 것이다.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 않은 걸 했다고 한다. 진위가 가려지면 비난과 처벌을 받거나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 화끈하다. 물건을 훔치고도 안 훔쳤다고 말하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리를 저지르고도 그러지 않았다고 우기는 사람은 법적 처벌과 사회적 몰락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러는 걸 테고.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말은 얄궂다. 남들은 모르..

연재칼럼 2024.05.04

맛있게 퍼트린다

맛있게 퍼트린다입력 : 2024.05.02 20:36 수정 : 2024.05.02. 20:37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얼마전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작은 국숫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5평 남짓한 규모에 메뉴도 매우 단출해서 잔치국수와 멸치 칼국수가 전부였습니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이곳에서 과연 장사가 잘될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뒤로하고, 우선 잔치국수 하나를 시켜보았습니다. 드디어 등장한 잔치국수는 잔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푸짐한 양입니다. 잔치국수의 핵심은 감칠맛 나는 시원한 국물입니다. 보통은 멸치,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등을 끓는 물에 우려내어 육수를 만드는데, 멸치에는 이노신산, 다시마에는 글루탐산, 표고버섯에는 구아닐산과 같은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

칼럼읽다 2024.05.04

얼 쇼리스가 가르쳐준 희망의 인문학 [세상읽기]

얼 쇼리스가 가르쳐준 희망의 인문학 [세상읽기]수정 2024-05-01 18:41 등록 2024-05-01 18:19  2006년 얼 쇼리스 선생 방한 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초청 세미나 모습. 왼쪽부터 고병헌 성공회대 교수, 쇼리스 선생, 노숙인다시서기지원센터 센터장인 임영인 대한성공회 신부, 필자 이병곤(당시 광명시평생학습원 원장). 광명시평생학습원 제공  이병곤 | 제천간디학교 교장·건신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노동한테 이겨먹기 위해/ 내가 제일 가엾다는 생각 하나로/ 누구 하나 미워할 필요 없이도// 간신히 스스로 아름다워지는 날’(전욱진, ‘휴일’ 중에서) 유튜브에서는 ‘쇼츠’가 강자라 한다. 나의 대학원 강의 쇼츠는 시다. 늘 시를 앞세워 시작한다. ‘휴일’은 노동절에 맞춰 골랐다..

칼럼읽다 2024.05.02

풀을 매며 꽃을 생각하다 [김탁환 칼럼]

풀을 매며 꽃을 생각하다 [김탁환 칼럼]  작물을 심은 밭의 풀은 전부 뽑았지만, 비워둔 두 이랑의 풀들은 손을 대지 않았다. 풀씨들이 날아올 테니 당장 없애라는 충고를 내내 듣겠지만, 그 풀들은 그냥 두기로 했다. 경쟁에 방해가 된다고 미리 없앤 풀들은 무엇이고, 그렇게 꼭 없애야만 했는지, 호미를 씻으며 되짚으려 한다.  수정 2024-05-01 00:30등록 2024-04-30 18:38  게티이미지뱅크  김탁환 | 소설가  이틀 꼬박 텃밭에서 풀을 맸다. 초벌매기를 하지 않으면, 봄볕에 자라는 풀을 따라잡기 힘들다. 호미로 흙을 파고 흩을 뿐만 아니라, 어린 작물 주위는 무릎을 꿇은 채 장갑 낀 열 손가락으로 둥글게 훑어내야 한다. 잠깐만 딴생각을 하면 풀을 둔 채 지나치기 쉽다. 감자밭에는 감자..

칼럼읽다 2024.05.01

외로움을 즐길 수 있으려면

외로움을 즐길 수 있으려면입력 : 2024.04.30 20:57 수정 : 2024.04.30. 21:00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11년을 넘겼다. 독신으로 사는 이들의 많은 세태를 잘 반영하는 데다 유명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해서 시청률이 매우 높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율이 40%에 육박한다고 하니, 새로운 삶의 패턴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식사 때면 왁자지껄 몰려 다니는 풍경이 여전한 대학가에도, ‘혼밥 환영’을 써 붙인 식당이 늘어간다. 혼자 식당에 가는 게 어색해서 같이 먹을 사람을 찾곤 하던 필자 역시 혼밥 횟수가 늘어났다. 가끔은 오히려 더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혼밥이 가능해진 이유 중 하나는, 혼자 있음을 잊게 만드는 스마트폰이다...

칼럼읽다 2024.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