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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쓸어버리고 다시 하기입력 : 2024.11.10 20:42 수정 : 2024.11.10. 20:56 이설야 시인  모르겠어 이 밤은 모르겠다 있어야 했을 그 밤을이 밤이 차지하고 있다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그러자 드러나고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그러자 나는 서두르고 있다그 밤에 사로잡혀이 밤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자 나는 빗자루를 들고 있다 바닥을 쓸고 있다쓸어버리고 다시 하기 쓸고 있다 쓸어버리고다시 하기 신해욱(1974~)   우리는 무언가를 뒤집어쓴 채로, 잘못 들어선 길을 가고 있다. “있어야 했을 그 밤”을 “이 밤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자 “있어서는 안 될 것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는 것들이 자주 뒤집힌다. 정면이 보이질 않는다. 창문들도 모두 흐릿하다. 다..

시를읽다 2024.11.13

어떤 박절했던 결단에 대하여

어떤 박절했던 결단에 대하여입력 : 2024.11.12 19:57 수정 : 2024.11.12. 20:02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  어느 날 로마 왕실의 기둥에서 뱀이 나왔다. 기이한 징조였다. 이런 징조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공적인 일에 해당하고, 그 해석은 에트루리아 출신의 사제에게 맡겨졌다. 하지만 왕은 자신의 아들들을 델포이의 신전에 파견했다. 왕은 이 사건을 사적인 일로 판단했지만, 이 판단은 국가를 공동의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불의한 것으로 여겨졌다. ‘각자의 것은 각자에게(suum cuique)’라는 정의의 원리에 따라 공과 사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하는데, 왕의 판단은 이에 위배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공적인 일을 사적으로 처리한 왕이 타르퀴니우스였다. 이에 맞서 싸운 사람..

칼럼읽다 202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