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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은의 어떤 날] 2021년이 선물해준 소중한 시간

[양희은의 어떤 날] 2021년이 선물해준 소중한 시간 양희은 ㅣ 가수 크리스마스 언저리까지 우리 집은 엄마의 기운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리며 조심스러웠다. 3차 백신 접종을 모시고 가서 같이 맞았는데 나는 팔뚝이 좀 무지근하고 잠이 와서 잘 쉬었고, 엄마는 어지럽다고 토하며 기운이 빠져서 한걸음 내딛기도 힘겨워하시다가 아예 누워서 운신을 못하셨다. 게다가 이럴 때는 없던 일이 몰리면서 이른 아침에 나와 밤중에야 돌아오니까 잠실 사는 막내가 일산까지 오가며 곁에서 식사수발을 들었다. 희경과 나는 국이 식지 않을 정도가 아니라 국이 뜨거워서 식기를 기다릴 정도의 거리에 사니까 서로 비켜 가며 잘 맞출 수도 있건만 둘 다 새벽부터 밤까지의 일정이면 남편이 당번이 된다. 고령자 셋이 사는 우리 집은 심지어 먼저 ..

칼럼읽다 2022.02.04

[강재훈의 살핌] 첫봄

[강재훈의 살핌] 첫봄 입춘, 봄을 빚느라 겨우내 쉬지 않았을 개나리의 노고가 빛나는 아침. 겨울눈 중에서도 가장 실하고 튼튼한 꽃망울이 앞장섰으리라. 리더란 이래야 한다고, 아직은 겨울이 가득한 엄동설한 속 입춘임에도 불구하고 봄을 봄답게 하겠노라며 얼어 죽기를 각오한 개화. 오늘은 비록 혼자일지라도 온 세상 봄이 가득한 날의 노란 풍경을 꿈꾸는 리더의 몸짓이겠지. 사진가

사진놀이 2022.02.04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책 읽기를 부르는 책 읽기 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새해 목표와는 거리가 먼 삶이라 요즘에는 어떤 이야기가 자주 오르내리는지 모르겠으나, 역시 빠지지 않는 주제는 독서 아닐까 싶다. 하루에 30분 읽기라든지 1년에 100권 읽기처럼 달성 여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명의 저자를 정해 작품을 집중해서 읽는다든지 특정 시리즈를 독파하는 방식의 계획도 익숙하다. 주변에는 독서보다는 책 구매를 다짐하는 경우가 잦은데,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읽어내지도 못하고 쌓인 책을 쳐다보며 “올해에는 작년보다 덜 사야지”라고 마음을 먹는 상황인데, 성공 사례가 드문 걸 보면 역시 방향을 돌려 더 열심히 많이 읽는 쪽으로 향하는 게 온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독서 목표로 다시 ..

책이야기 2022.02.04

[말글살이] 인과와 편향

[말글살이] 인과와 편향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자꾸 그 원인을 따지는 버릇이 있다. 국이 짜면 ‘국이 짜구나’라 안 하고 소금을 너무 많이 쳤나 보군, 눈이 작으면 ‘눈이 작구나’라 하지 않고 다 아빠 때문이라 한다. 재판은 원인 찾기 경연장이다. 원인은 무한하다. 당구공을 구르게 한 건 큐대이지만 팔근육을 앞뒤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큐대가 공을 칠 수 없었을 것이다. 팔은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을 테고. 대뇌피질을 움직이게 한 건 뭘꼬? ‘쌀 한 톨에 우주가 담겨 있다’는 얘기도 존재에 연관된 수많은 원인과 조건을 말하는 거겠지. 원인 찾기에는 사회 문화와 정치 성향이 반영된다. 보통은 개인과 환경 중 하나에 몰아주기를 한다. 폭식의 원인은 운동은..

연재칼럼 2022.02.04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선우현정 |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친구는 소심한 자신이 싫다고 했다. 자신에게 차갑게 대하는 직장 상사 때문에 늘 고민이 많았는데, 그가 미워 꼴도 보기 싫다가도 혹여 사람을 이렇게 미워해도 되는지 고민하게 되는 자신이 싫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미용실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억울한 마음에 한마디 했다가, 한 번 참으면 될 일을 괜히 크게 만든 거 같다고 고민하면서 스스로를 또 소심하다고 했다. 요즘에는 소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높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어중간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보다 자신이 지니고 있는 생각과 철학을 주장하며 원하는 것을 취하는 사람 말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하나의 진리만 주장하며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려 한다. 그들을 보며 나는 궁..

칼럼읽다 2022.02.04

마음의 짐승 이재무

마음의 짐승 이재무 몸의 굴 속 웅크린 짐승 눈뜨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수성, 몸 밖의, 죄어오는 무형의 오랏줄에 답답한 듯 발버둥치네 그때마다 가까스로 뿌리내린 가계의 나무 휘청거리네 오랜 굶주림 휑한 두 눈의 형형한 살기에 그대가 다치네 두툼한 봉급으로 쓰다듬어도 식솔의 안전으로 얼러보아도 도박, 여자, 술로 달래보아도 오오, 마음의 짐승 세운 갈기 숙이지 않네

시를읽다 2022.02.04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세상 모든 것은 확률로 돌아간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가만히 손에서 놓은 돌멩이는 아래로 떨어질까? 영화 속 유령처럼 사람이 스르륵 벽을 뚫고 지나갈 수 있을까?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는 걸까? 내가 백신을 맞으면 코로나19에 안 걸리는 걸까? 과학은 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런데 100% 확실한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주선 안이라면 제자리에 둥둥 떠 있을 수 있으니, 아래로 떨어지는 돌멩이도 상황이 달라지면 항상 맞는 얘기는 아니다. 에너지 장벽을 입자가 스르륵 통과하는 양자터널효과를 생각하면 어쨌든 입자로 이루어진 사람이 벽을 통과할 확률이 정확히 0인 것은 아니고, 엔트로피도 항상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내가 백신을 맞았다고 앞으로 계속 100%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입자의..

칼럼읽다 2022.02.03

60+1월 (2022년) 책추천 첫번째, 작가가 본 아름다운 삶

60+1월 (2022년) 책추천 첫번째 작가가 본 아름다운 삶, 조금씩 깨달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삶 이야기 아름다운 삶이 무엇이냐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강요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이 순수했던 모습을 살피다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거나, 아름다운 삶을 사는 이웃을 살피거나, 나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반성』 고운기 외∣더숲∣255쪽 반성이라고 하면, 과거의 잘못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지난날을 후회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처음 자신이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반성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길 바란다는 것. 나이가 들면 버거워하면서도 끌어안기만 했던 많은 문제를 내려놓을..

글을쓰다 2022.02.03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김윤배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김윤배 붉게 물드는 교각 사이로 해가 진다 강물은 네가 맴돌던 자리를 떠나 천천히 흐른다 잔업 있는 날은 네 노래 들으며 처녀애들 철없이 물드는 연분홍 손톱 물어뜯었다 더는 꿈꿀 수 없게 된 내일을 물어뜯어 네 노래 자주 마디 잘리고 애써 웃음주었을 네가 저 물길 어딘가를 흐르며 강물 온통 슬픔으로 일렁이게 한다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강물 몸빛 바꾸어 흐른다 강안 풍경들이 천천히 굳어지고 강물 어둠의 등을 꿈틀대며 흐른다 흐르며 여린 꽃잎 강안으로 밀어낸다

시를읽다 2022.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