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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글살이] 풀어쓰기

[말글살이] 풀어쓰기 김진해ㅣ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영어처럼 한국어도 옆으로 풀어쓰면 어떨까. 낯설겠지만 아래 시를 읽어보자. ㅈㅜㄱㄴㅡㄴ ㄴㅏㄹㄲㅏㅈㅣ ㅎㅏㄴㅡㄹㅇㅡㄹ ㅇㅜㄹㅓㄹㅓ ㅎㅏㄴ ㅈㅓㅁ ㅂㅜㄲㅡㄹㅓㅁㅇㅣ ㅇㅓㅄㄱㅣㄹㅡㄹ (윤동주, ‘서시’). 나는 지금도 지인들한테 보내는 이메일에 ‘ㄱㅣㅁㅈㅣㄴㅎㅐ’라 쓰곤 한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음소문자인 한글의 또 다른 표기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풀어쓰면 좋은 점이 있다. 영어 필기체처럼 글씨를 더 빨리 쓸 수 있고, 컴퓨터 글자체(폰트) 개발에도 시간을 ‘엄청’ 줄일 수 있다. ‘걎, 걞, 겏’이나 ‘뷁’처럼, 한글로 만들 수 있는 음절수는 무려 1만1172자이다.(한자에 이어 세계 2위!) 이 중에서 흔히 쓰는 음절 2350자는..

연재칼럼 2022.02.05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장어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지만 모두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모임의 만찬 요리는 제가 제안을 했는데요, 얼마 전 장어에 관한 짧은 글을 쓰다가 그만 장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장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흔히 민물장어라고도 부르는 뱀장어입니다. 뱀장어는 주로 민물에서 생활하지만,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기도 하죠. 그런데 이 뱀장어는 알을 낳기 위해 아주 먼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장어의 일생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어찌 그리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그 새끼들은 또 어떻게 그 ..

칼럼읽다 2022.02.05

‘정책 범죄’가 예술가들을 저격했다

‘정책 범죄’가 예술가들을 저격했다 오창은 문학평론가·중앙대 교수 “칼에 찔려 죽을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사람은 죽을 수 있습니다.” 극단 ‘마실’ 손혜정 대표의 고통스러운 호소다. 그는 2015년에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모사업에 신청했었다. 뉴욕 문화원에서 순회공연을 하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예술경영지원센터’ 직원으로부터 ‘최종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고 공연을 위해 영문 번역 등에 들어갔다. 하지만 심사결과 발표가 지연되더니, ‘뉴욕 문화원 공연 지원 사업’ 폐지를 알리는 최종 통보가 왔다. 당시 손혜정 대표는 3개월여 동안 ‘도대체 왜 제외되었는가’에 대해 용기를 내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었다. 하지만 개인이 기관을 상대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손혜정 대표는 20..

칼럼읽다 2022.02.05

책읽는 노동자

책읽는 노동자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농민공은 중국에서 이주 노동자를 가리키는 용어이다. 농민의 자유로운 이주를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농촌을 떠나 도시나 공업 지대를 떠돌며 비합법적으로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는 이들의 수는 대략 2억9천만명쯤 된다.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이 사실상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다. 2021년의 한 조사는 이들 중 7천만명이 이미 자기 고향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왔다고 추산했다. 이런 묘사는 다소 시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지난해 11월 한 농민공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더우반에 글을 하나 올렸다. 그는 수년간 철학과 영어를 독학해왔으며, 4개월 걸려 이라는 영문 책의 번역을 마쳤다고 하면서 출판 가능성을 알고 싶어 했다. 이때까지 더우반의 ‘하이데..

책이야기 2022.02.05

원주여고 학생들을 응원하며

원주여고 학생들을 응원하며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얼마 전 원주여고의 신문 동아리 학생에게 연락이 왔다. 교훈을 개정하고픈데 동문들의 반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며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라는 책을 쓰면서 공립고등학교의 교훈과 교가를 전수조사했고 ‘훈’이라는 언어가 얼마나 낡고 보수적인 형태로 그 구성원들에게 모멸감을 주고 있는가를 살폈다. 남학교의 ‘충성, 용기, 의리’, 여학교의 ‘순결, 고결, 정숙’과 같은 언어들. 산업화와 군부독재 시기에 만들어진 50년이 넘은 그 훈들은 그 시기의 욕망을 담고 여전히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 원주여고는 아내가 졸업한 학교다. 책을 쓰다가 “당신 학교의 교훈은 뭐였어?” 하고 물었을 때, 그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검색해 보고서야 “착한 딸, 어진 ..

칼럼읽다 2022.02.05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는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말하는가? 채석진 미디어문화 독립연구자 최근 넷플릭스 영화 (애덤 매케이, 2021)이 세계 주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거대한 혜성을 막으려는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는 것을 그린 블랙 코미디이다. 천문학자 대학원생 케이트와 그녀의 지도교수 민디 박사가 거대 혜성을 발견하여 위기 상황을 보고하고 백악관으로 이송되는 장면까지는 할리우드 영화의 익숙한 패턴을 따른다. 하지만 이후 영화는 인류를 멸망에서 구하는 영웅 서사의 궤도에서 이탈하여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 인정되지도, 말해지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황의 연속으로 채워진다.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은 선거 전략과 특정 기업의 이익에 따라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을 계속 유예하고, 언론은 지..

칼럼읽다 2022.02.05

사진아 시가 되라

이 책은 내가 혼자 지은 첫 단행본이다. 첫 책이다.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 어쩌면 책과 함께 한 내 삶의 첫출발이기도 하다. 북미도서관을 다녀와서 책을 낸 2권의 책과 함께 나의 책이 나온 것이다. 그때 기억으로 백화현 샘이 나를 위하여 케이크까지 준비해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북미도서관 관련책은 함께 쓴 책이지만 이 책은 남달랐다. 이후 ~~ 아직도 이 책으로 시관련 강의를 좀 다니기도 했다. 작년까지는 올해는 아직 2012년도는 그렇게 특별했다.

책을쓰다 2022.02.04

혜성을 피하는 방법

혜성을 피하는 방법 전치형 |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과학잡지 편집주간 우리에게는 위기를 위기로 받아들이자는 과학도 있고 위기는 기회라고 주장하는 과학도 있다. 우리가 영화에서처럼 하늘을 쳐다보지 말라는 정도의 대통령을 만나게 될 일은 없겠지만, 그가 다가오는 혜성에 대해 무엇을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가늠해보는 것은 과학계 안팎의 모두에게 중요하다. 얼마 전 극장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제발 과학자의 말을 좀 들어라”, “제발 과학을 좀 존중했으면” 같은 반응이 많았다. 수킬로미터 크기의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오고 있으며 6개월 후면 지구와 충돌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의 말을 대통령과 미디어가 무시하고 축소하고 왜곡하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답답하게 그려졌..

칼럼읽다 2022.02.04

'귀가 순하다'는 것

‘귀가 순하다’는 것 김찬호 성공회대 초빙교수 올해 만 예순 살이 된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환갑잔치를 열었지만, 수명이 길어지고 사람들이 점점 젊어지면서 이제는 거의 사라진 풍습이 되었다. 그렇긴 해도 앞자리가 6으로 바뀌는 소감은 각별하다. 아무리 장수한다 해도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는 짧다는 사실, 그리고 5년 후에 법적으로 노인이 되는 현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생애의 중요한 전환점을 통과하면서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향해 가는가. 노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에서 공자는 나이에 따른 인생의 과업을 설파하면서 60세를 ‘이순(耳順)’의 시기라고 했다. 왜 귀에 주목했을까. 귀는 대다수 동물에게 육체적 생존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핵심적인 감각기관이다...

칼럼읽다 2022.02.04

‘사회적 젊음’의 정치

‘사회적 젊음’의 정치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곳곳에서 청년, 청년 한다. 언론에선 ‘이대남’, ‘이대녀’가 연신 운위된다. 2030세대의 표심이 대통령 당선을 좌우한다며 시끌시끌하다. 마치 청년의 전성시대인 양 싶다. 물론 그게 아님은 온 우주가 알고 있다. 호명하는 이들이 행세하는 무리일 수는 있어도 잇따라 호명된다 하여 잘나가는 건 분명 아니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든 청년을 품음은 정치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 청년 정치가 상수여야 한다는 얘기다. 청년을 품음은 젊음을 품는다는 것이고, 젊음을 품음은 미래를 품는다는 것이다. 이는 젊음이 미래를 빚어내는 힘이자 원천이라는 의미다. 청년을 품는다고 함은 이러한 젊음을 품는다는 뜻이고, 이것이 청년 정치의 참된 실상이다. 이러한 젊음은 나이와 무..

칼럼읽다 2022.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