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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블루스

아파트 블루스 서한나 | 보슈(BOSHU) 공동대표· 저자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엘리베이터에는 거울 깬 사람들 시시티브이(CCTV)로 확인했으니 관리사무소로 연락하라는 종이가 있고 지하주차장에는 ‘대소변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퇴근길에 주차장 기둥에서 소변을 보는 중년 남성을 마주치고 자주 큰소리로 시비를 거는 젊은 남성을 만난다. 이웃은 소음과 호흡을 나누는 사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곳에는 나누지 않은 소음을 듣는 이웃이 있다. 어느 밤에는 옆집 사람이 현관을 두드렸다. 참을 수 없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누워 있던 내 몸에서 날숨이 크게 나와 그를 괴롭힌 것일까 내 호흡기를 의심했지만, 그가 모든 집에 돌아가며 항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그의 방문은 내게 더욱 두려운 ..

칼럼읽다 2022.02.07

자유의 모순

자유의 모순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내가 생각하는 미국 보수 정치의 문제 중 하나는 낙태는 무조건 반대하면서 총기 소유는 허용하는 것이다. 강간으로 인한 임신이든 산모의 건강이 위험하든 배아가 세포분열 중인 단계부터 생명은 그토록 소중한데, 이미 태어난 사람들을 총으로 쏴서 죽이는 것은 괜찮다는 말인가? 민간인의 무장해제와 군대와 경찰로의 무력 집중은 근대국가 형성의 기본이다. 어쨌든 어떤 이에게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살아갈 자유가 제약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자유와 자유가 대립하는 일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풍경이다. 일단, 재벌 기업가가 주가 하락을 감수하면서도 멸공을 주장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하는 이십대 남성을 주 지지층으로 ..

칼럼읽다 2022.02.07

[이우진의 햇빛] 눈송이는 알고 있다

[이우진의 햇빛] 눈송이는 알고 있다 꽁꽁 언 한강에 눈이 내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우진 |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장 극지에서 가져온 얼음 조각을 물컵에 넣으면 통통거리는 소리를 내며 뭔가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수십만년 동안 차디찬 눈의 세계에 갇혀 있던 기포가 세상에 다시 제 모습을 내보이는 순간이다. 얼음 속의 기포가 터질 때마다 고대 생명체의 숨결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기포는 설원을 지나던 맘모스가 큰 귀를 펄럭일 때 빠져나온 체취를 담고 있을지도 모르고, 또 다른 기포는 쥐라기 평원을 누비며 포효하던 사나운 공룡의 거친 숨소리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의 기포는 오랜 여정을 거쳐 극지에 당도한다. 우선 하나의 눈송이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예사롭..

칼럼읽다 2022.02.07

2022년 2월 7일 북큐레이션에 빠져들면 ......

2022년 2월 7일 북큐레이션에 빠져들면 ......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어제도 밤 11시까지 책을 읽다 글을 쓰다 정리하다 아픈 허리를 다스리고 무릎을 달래가면서 읽고 조사하고 다시 읽고 썼다. 3권 이상 책을 고르는 게 쉽지 않지만 책을 읽거나 다시 읽거나 하면서 주제글을 쓰는 일도 머리를 쓰는 일이다. 조금씩 욕심이 생기기 시작하다 힘에 부치기도 한다. 그런데 어제 딱 그 순간, 다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제글? 아니 방향 같은 게 보였다. 이 책은 이렇게 추천글을 쓰면 되겠다는 것. 단순히 책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추천글이 아니니까. 특히 소설은 더욱 힘들다. 예전에 읽었지만 다시 읽으면서 줄거리를 떠올리고 강조해야 할 부분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독성은 있다. 매력도 있다..

하루하루 2022.02.07

사라지는 극장들... 이러다간 제2 봉준호·오영수는 없습니다

사라지는 극장들... 이러다간 제2 봉준호·오영수는 없습니다 [2022대선 정책오픈마켓] '다양성 영화'를 볼 국민의 권리도 지켜지길 22.02.05 20:41l최종 업데이트 22.02.05 20:41l장혜령(doona90) 코로나를 겪은 지 3년 차로 접어든 2022년, 밀폐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접촉을 피하는 흐름상 그야말로 메인 타깃이 된 '극장'은 생태계가 파괴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극장은 절대 가면 안 되는 곳으로 낙인찍혔고, 코로나 전에 본 영화가 최근 극장에서 본 마지막 영화인 사람도 꽤 많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극장만큼 안전한(?) 곳도 없다. 왜냐면... 극장에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음료를 제외한 상영관 음식물 섭취가 제한되면서 마스크를 벗을 일도 줄었다. 팬데믹 전엔 방학, 휴가..

칼럼읽다 2022.02.06

유럽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2008년 1월 서유럽을 다녀와서 2009년 3월 책을 냈다. 그때는 내가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대표를 할 때다. 기획하고 준비를 이끌고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를 다녀왔다. 10명 샘들이다. 참 사연이 많았다. 유럽도서관을 샘들이 처음 소개하는 일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책을 냈는데, 프롤로그를 쓰게 되는 고통까지 맡았었다. 이때부터 도서관여행 사진을 찍기 시작해서 앞으로 4권의 책 모두 사진을 담당했다. 표지사진은 프랑스 성마리 학교인데..... 이 사진도 사연이 많았다. ‘모두를 위한 교육’을 찾아 떠난 여행. 현장 교사들의 눈에 비친 유럽 도서관 이야기 속에서 우리 도서관과 독서 교육의 미래를 함께 꿈꾸어 본다. 선생님들이 유럽 도서관으로 간 까닭은? 나날이 황폐해져가는 교..

책을쓰다 2022.02.06

재미있는 시활동이야기

2015년 11월, 통권58호 특집 시..... 아이들이 삶을 읽고 쓰고---에 실린 원고 재미있는 시활동이야기 시가 어렵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시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다. 그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와 함께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그 활동은 시수업 과정에서 시를 이해하는 작은 활동일 수도 있고, 시에 다가서기 위한 게임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다양한 시를 만나기 위한 수업일 수도 있다. 가. 도서관에서 시놀이하기 1. 시제목 찾고 낭송하기-가장 긴 시제목, 가장 짧은 시제목, 혹은 시길이가 짧은 시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면 시집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무조건 시집을 읽으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시집을 펼치게 만드는..

글을쓰다 2022.02.06

[말글살이] 언어공동체

[말글살이] 언어공동체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언어공동체란 뭔가? 쉽게 쓰지만 답하긴 어렵다. 사전엔 ‘같은 말을 쓰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 집단’이라고 눙치려 한다. 도대체 ‘같은 말(한국어)’이란 뭔가? 분명 강원도 말과 제주도 말이 다르고, 10대의 말과 80대의 말이 다르고, 아나운서의 말과 농부의 말이 다른데. 사람마다 쓰는 어휘도 다르고 말투도 다른데.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과 장소, 관계, 기분에 따라 쓰는 말이 다른데. 그런데도 우리는 ‘같은 말’을 쓰는 공동체인가? 그렇다면 이 말은 구체적인 언어사용보다는 추상적인 언어질서, 규범, 규칙 같은 걸 뜻하는 듯하다. 이 추상적인 언어질서는 당연히 ‘한국 정신’처럼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잘 담는 그릇이다. 세대와 ..

연재칼럼 2022.02.06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 복길 자유기고가· 저자 엄마 말은 지독하게 안 듣고 컸지만 그 말 중에서 나 좋을 대로 가슴에 새긴 건 하나 있다. “젊을 땐 모르는 게 당연하다. 모른다고 정직하게 말하고 고개 숙여라. 그게 기특해서 어른들은 다 가르쳐 줄 거다.” 그래서 나는 모르면 알 때까지 물었고, 알아도 일단 묻는 것부터 시작했다. 엄마 말이 맞았다. ‘잘 모르니 가르쳐 주십쇼’ 하는 요청을 거부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궁지에 몰리고 위기를 맞을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힘을 빌렸다. 그렇게 20대 내내 ‘무엇이든 물어보는 젊은이’로 어영부영 즐겁게 살았다. “엄마, ‘젊은 때’란 건 대체 몇 살까지 포함되는 거야?” 작년부터 문제가 생겼다. 사람들이 이제 나를 향해 질문하기 시작한 것..

칼럼읽다 2022.02.06

조선 후기 '조폭 문화'가 발달한 이유

조선 후기 '조폭 문화'가 발달한 이유 [김종성의 사극으로 역사읽기] KBS2 폭력 조직이 없었던 시대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이 특별히 두각을 보인 시기를 찾아내는 것은 쉽다. KBS 사극 의 시대 배경인 조선 후기가 바로 그 시기다. 이 시대의 조직폭력은 인구의 도시 유입과 함께 심화됐다. 에 등장하는 폭력배들도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 거리에서 주로 활동한다. 좀 단순해 보이면서도 생명력이 꽤 질긴 왈자패 두령 계상목(홍완표 분)도 저잣거리 상인들을 상대로 완력을 행사하고 있다. KBS2 . 조선시대 사회체제의 핵심은 지주가 노비 출신 소작농을 토지에 묶어놓고 이들의 노동으로부터 이윤을 수취하는 것이었다. 법률과 관습에 의해 보장되던 이 체제가 1592년 발발한 임진왜란을 계기로 동요하기 ..

칼럼읽다 202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