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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야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당신이 야구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 이용균 뉴콘텐츠팀장 구글에서 일하는 데이터과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는 페이스북을 싹 뒤졌다. 메이저리그 야구팀에 ‘좋아요’를 누른 남성 팬들을 나이별로 분석했다. 같은 뉴욕 연고지인데도 양키스 팬이 메츠 팬보다 1.65 대 1로 더 많았는데 58세와 42세에서는 비율이 역전됐다. 볼티모어 팬은 1962년생이, 피츠버그 팬은 1963년생이 많았다. 다비도위츠가 연구한 모든 팀의 핵심 팬층은 팀이 우승한 해에 만 7~8세였다. 메츠는 1969년과 1986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그때 7~8세였던 소년들은 메츠가 ‘운명’이 됐다. 슬프게도 1986년 이후 양키스는 5번이나 우승했지만 메츠는 한 번도 없다. 2022년 40세가 된 한국 야구팬이라면 아마 LG 팬..

칼럼읽다 2022.02.11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꿈이 없으면 리얼리스트도 아니다 조형근 | 사회학자 “나 경찰 아니야. 서라고. 이야기 좀 해!” 노인이 숨을 헐떡였다. 우리는 줄행랑을 멈췄다. “나도… 지지한다고….” 가쁜 숨 내쉬는 노인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1987년 11월 말, 서울 변두리 어느 골목이었다. 직선제 대통령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무렵, 선배와 함께 ‘민중후보’ 백기완의 포스터를 골목 여기저기 붙이고 있었다. 누군가 따라왔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도망을 쳤다. 아직은 군사정권 치하, 덜컥 겁이 났던 것이다. 그런데 쫓아온 사람은 백발의 노인이었다. 목이 멘 채 포스터를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아무 말도 묻지 못했다. 그 노인은 얼마 만의 ‘커밍아웃’이었을까? 해방 정국을 이끌던 진보좌파 정치 세력은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남한에서..

칼럼읽다 2022.02.11

청소년에게 그림책을

중고등 1면_메인 그림 길벗어린이(『모르는 척』) 제공 청소년 성장소설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좋아했던 책의 폭이 너무 좁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색다른 책을 권해보려 고민하다가 예전에 도서관직무연수를 받을 때 만났던 그림책 『모르는 척』(길벗어린이)이 생각났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었기에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림책에 대한 많은 일들이 떠올랐다. 오래 전 유치원에 다니던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기억,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에서 책놀이 연수를 진행하면서 선생님들이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사진으로 담은 일 등. 그러다가 5년 전부터 국어 수업시간에 그림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의외로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특히 첫 시간에 읽어준 『로쿠베, 조금만 ..

글을쓰다 2022.02.10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잘 얼려야 맛도 좋다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굴튀김을 만들기 위해 냉동고에 얼려 두었던 굴을 꺼내 해동시켰습니다. 지난주 시장에서 사온 신선한 굴로 요리를 하고 조금 남겨 두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굴튀김의 맛이 영 별로입니다. 냉동된 재료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냉동식품은 식감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냉동하는 과정에서 식재료의 조직이 파괴되기 때문인데요, 더 정확히는 식물이나 동물을 구성하는 세포가 파괴됩니다. 물은 특이하게도 얼어서 고체가 되면 부피가 팽창합니다. 다른 물질들은 액체에서 고체 상태가 되면 부피가 줄어드는 것과는 정반대이죠. 10% 정도 부피팽창이 일어나는데, 이로 인해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세포막 등이 ..

칼럼읽다 2022.02.10

오두막에서 만든 책

오두막에서 만든 책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책 만들기에 관한 예전의 경험담을 가끔 꺼내면 사람들은 꽤 재미있게 또는 신기하게 듣기는 하지만, 이제는 사라진 한때의 이야기로 소비하고 곧 잊어버린다. 회고담 또는 ‘라떼는…’ 따위의 이야기로 들릴까봐 늘 조심스럽지만 아무렴 어떠랴. 시대가 변하고 사물이 바뀌면 그것에 얽힌 경험과 말들도 희미해지는 법.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는 “사물이 바뀌는 만큼 어휘가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어서, 이제는 의미가 달라진 어휘가 과거를 오늘의 잣대로 잘못 이해하게끔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에 따르면 사라진 것은 단어가 아니라 그것에 결부된 경험과 기억이겠다.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게라’ 같은 용어가 그러하다. 오래전 활판인쇄로 책을 만들던 시대에는 인쇄 직전에 시험..

책이야기 2022.02.10

위언과 위행

위언과 위행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위언은 산림에서 나오고, 높은 행적 책 속엔 드무네. 산인은 원래 강직하니 후학이 감히 따를 수 있을까.” 어우 유몽인이 남명 조식을 기리며 쓴 시이다. 여기서 위언이란 조식이 올린 상소문에서 당시 수렴청정으로 권세를 휘두르던 문정왕후를 가리켜 “깊은 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다”고 표현한 것을 말한다. 이를 본 명종이 격노하여 불경죄로 처벌하려 한 것도 당연하다. 공자는 “나라에 도가 있으면 위언과 위행을 하며, 나라에 도가 없으면 위행은 하되 말은 공손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위언(危言)과 위행(危行)은 위험을 무릅쓰고 준엄하게 하는 말과 행동이다. 의와 명분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초개와 같이 버려야 마땅하다는 것이 유가의 가르침이다. 하지만 아무리 옳다 하더..

칼럼읽다 2022.02.10

막다른 길 애호협회

막다른 길 애호협회 이명석 | 문화비평가 “거긴 막혀 있어요. 길이 없어요.” 선생님은 나를 차에서 내려준 뒤에도 쉽게 떠나지 못했다. “네. 걱정 마세요.” 나는 가짜 미소를 지으며 큰길 쪽으로 서너 걸음 걸었다. 그러곤 차가 사라지자 곧바로 돌아서 아까의 골목으로 들어섰다. 입구엔 ‘막다른길’도 아니고 ‘믹디른길’이라는 색 바랜 표지판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었다. 나는 작은 도시에 강의를 왔다. 기차역에 마중 온 선생님의 차로 학교 근처에 오니 1시간이 넘게 남았다. 혼자 주변을 산책하고 들어가겠다고 했더니 선생님이 곤란해했다. “여긴 볼 게 아무 것도 없어요. 시골도 도시도 아니라 어중간해요.” “괜찮습니다. 바람 좀 쐬고 들어갈게요.” “아이고 먼지가 이래 뿌연데?” 다행히 선생님은 수업을 하러..

칼럼읽다 2022.02.10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후원자인가 하면 독재자인, 독자 최재봉의 탐문 _07 독자 글은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지만 독자에게 읽힘으로써 비로소 완성된다. 그런 점에서 작가와 독자는 상보적인 관계에 놓인다. 모든 작가는 독자에서 출발한다. 글을 쓰기 전에 읽는 일이 먼저다. 읽는 일이 쌓이고 쌓인 끝에 쓰는 일로 몸을 바꾼다. 독자로 출발해 작가가 된 뒤에도 독자로서의 정체성은 언제까지고 그를 따라다닌다. 모든 작가는 곧 독자이기도 하다. “시를 썼으면/ 그걸 그냥 땅에 묻어두거나/ 하늘에 묻어둘 일이거늘/ 부랴부랴 발표라고 하고 있으니/ 불쌍하도다 나여/ 숨어도 가난한 옷자락 보이도다” 정현종의 시집 (1978) 맨 앞에 실린 작품 ‘불쌍하도다’의 전문이다. 이 시에서는 시를 쓰는 행위와 남들에게 읽히는 행위 사이에 위계가 분명..

책이야기 2022.02.09

[김용석의 언어탐방] 픽션: 전략적 기만 혹은 속임수

[김용석의 언어탐방] 픽션: 전략적 기만 혹은 속임수 일러스트레이션 유아영 김용석 | 철학자 “예술은 사기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로 현대예술사에 자리매김한 백남준이 1984년 발표 이후 귀국 인터뷰에서 했다는 말이다. 그는 “예술가는 사기꾼 중의 사기꾼, 즉 고등 사기꾼이다”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겠지만, 그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했을 법하다. 예술이 사기이고 고도의 기만술이라는 발언은 오랜 역사를 가진 것이다. 백남준 이전에도 그런 말을 한 예술가들이 있다. 피카소는 “예술은 우리에게 진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만(mentira·멘티라)이다”라고 했다. 그가 사용한 에스파냐어 ‘멘티라’는 ‘속임수’라고 옮길 수도 있다. 이는 예술가들 스스로 한 말이지만, 예술 행위가 ..

연재칼럼 202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