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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쓸모

공부의 쓸모 최준영 책고집 대표 “이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고 힘든 일이 뭔지 아세요? 정치경제학을 읽는 일이에요. 특히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요. 저들(경찰)은 당신이 쓴 정치경제학을 읽지 않을 거예요.” 막 탈고한 을 경찰에 빼앗겨 상심하고 있는 남편 마르크스에게 아내 예니가 건넨 위로의 말이다. 듣고 난 마르크스가 답한다. “그런데 말이오. 정치경제학을 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뭔 줄 아시오? 그건 바로 정치경제학을 쓰는 일이라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들려준 일화다. 상상컨대, 마르크스 부부는 을 읽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빗나갔다. 처음에는 소수의 추종자들만 읽었지만 점점 힘을 얻게 되자 자본가들도 긴장했고, 을 읽기 시작..

칼럼읽다 2022.02.09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렸다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렸다 오수경 자유기고가 내가 다니던 여고에는 ‘1111 금지법’이 있었다. 브래지어 위에 끈 형태가 아닌 ‘메리야스’로 불리는 민소매 속옷을 입어야 했다. 브래지어와 끈 형태 민소매 속옷을 함께 입으면 교복에 비친 속옷이 ‘1111’ 형태로 보인다 하여 1111 금지법이라 불렀다. 걸린 학생들은 ‘속옷도 제대로 안 챙겨 입는 날라리’ 취급을 받는 것은 기본이고, 남성 교사가 등짝을 때리거나 브래지어 끈을 튕기면서 면박을 주며 성희롱하는 걸 참아야 했다. 당시 우리가 느꼈던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었다. 그때 수치심을 꿀꺽 삼키는 대신 분노하며 항의했더라면 어땠을까? ‘군인 아저씨’에게 위문편지 쓰는 일도 했다. 선생님은 군인 아저씨들이 나라를 지키는 덕분에 우리가 평안하게 사..

칼럼읽다 2022.02.09

시간을 멈추게 한 느티나무

시간을 멈추게 한 느티나무 고규홍 나무 칼럼니스트 해남 두륜산 천년수. 설 쇠고, 나이 혹은 세월의 흐름을 돌아보게 되는 즈음이다. 나이 드는 걸 심드렁하게 느끼는 축이 있는가 하면, 활기차게 받아들이는 축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 됐든 생명 가진 모든 것들은 세월의 흐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인정하는 건 분명하다. 빠르게 흐르는 세월을 묶어두는 데에 이용했던 나무가 있다. 땅끝 해남의 고찰 대흥사가 깃든 두륜산 마루에 서 있는 ‘천년수(千年樹)’라는 이름의 느티나무다. 산내 암자 ‘만일암’이 있던 폐사지여서 ‘만일암터 천년수’라고도 부른다. 폐사지 가장자리에 서 있는 천년수는 무려 1100년이나 된 큰 나무다. 산림청 보호수로 등록된 느티나무 가운데 수령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오래된 나무다. ..

칼럼읽다 2022.02.08

봄 이성부

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돟ㄴ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비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시를읽다 2022.02.08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위하여

‘학교’소재 책 소개하기 학생들이 원하는 꿈을 위하여 학교이야기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이야기임과 동시에 가장 싫어하는 이야기이다. 학교에서 공부 외에 다른 경험을 많이 하지 못한 학생들 소위 모범생들에게는 학교 이야기를 재미있거나 친숙한 이야기로 혹은 딴 세상 이야기로 휴식 겸 오락으로 즐길 수 있지만, 학교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학교이야기는 거부감을 일으키거나 혹은 너무 시시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드라마의 경우, 학교이야기가 나오는 청소년드라마를 정작 청소년들이 보지 않는다고 한다. 오해려 어른들이 보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어른은 그냥 재미있게 추억삼아 보거나, 어떤 어른은 직업상 참고하기 위하여 본다고 한다. 청소년드라마를 청소년들이 보지 않는 이유는 청..

글을쓰다 2022.02.08

100만명 도시

100만명 도시 윤호우 논설위원 과거 ‘직할시’가 있었다. 서울특별시에 이어 제2의 대도시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부산·대구·인천·대전·광주 등 5개시가 직할시였다. 중앙 정부에서 직접 관할하는 도시라는 뜻이다. 규모가 큰 도시라면 직할시로의 승격을 꿈꿀 만큼 자랑스러운 이름이기도 했다. 시민들도 편지 봉투 주소란의 도시 이름 뒤에 꼭 ‘직할시’라는 명칭을 붙여 다른 도시와 다름을 부각했다. 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직할’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 광역시라는 명칭으로 대체됐다. 이후 행정구역은 광역시에 울산이 추가되고, 세종 특별자치시가 신설되는 등 변화를 겪었다.제주에는 특별자치도라는 특별한 지위를 부여했다. 13일 ‘특례시’라는 새로운 명칭의 대도시가 탄생했다. 인구 100만..

칼럼읽다 2022.02.08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너도 죽는다, 그리고 나도

[김은형의 너도 늙는다] 너도 죽는다, 그리고 나도 김은형 | 문화기획에디터 새해 첫날, 친구와 죽음에 대해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신년대담을 나눌 만한 석학은 물론 아니고, 시아버지가 얼마 못 사실 거 같다는 이야기였다. 구순을 훌쩍 넘기신데다 지금까지 중증 질환 한번 앓으신 적 없고, 정신은 여전히 오륙십대 자식들보다도 맑은 분인데 소화력을 비롯해 모든 기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친구의 말. 평균수명 83년 가운데 거의 십년을 병마와 싸우다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한국인의 생애주기인데 이런 마무리는 모두가 꿈꾸는 결말 아닌가. “맑은 정신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게 아닌가 싶어.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또렷하게 인지하면서 엄청나게 두려워하시거든...

칼럼읽다 2022.02.08

2022년 2월 8일 일은 한꺼번에 온다

2022년 2월 8일 일은 한꺼번에 온다 아침에 메일을 열자 도서선정 관련 메일이 와 있었다. 어제저녁 소설창작모임 합평모임 논의가 시작되었다. 어제 60+ 관련 북큐레이션 글이 카톡방에 올라왔다. 그리고 관동서재 2월 읽어야 할 책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렇게 일은 한꺼번에 온다. 60 더하기 책의 해, 관련한 책에 푹 빠져서 조금 지치기 시작할 때다. 잠시 평소 좋아하는 책으로 여유를 부리려고 했다. 나는 글을 몰아서 쓰지 못한다. 어쩔 수 없이 원고를 급하게 요구하면 밤을 새워 써서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면 부끄럽다. 그렇다고 시간 여유를 가지고 쓴다고 좋은 글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1주 아니면 2주 한 달 정도 전에 기본글을 써놓고 다시 살피면서 쓰는 걸 좋아한다. 이유는 그래야 ..

하루하루 2022.02.08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왜 장어는 구워야 맛있을까 임두원 국립과천과학관 연구관 장어 맛집으로 유명한 한 식당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각자 하는 일도 다르지만 모두 요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번 모임의 만찬 요리는 제가 제안을 했는데요, 얼마 전 장어에 관한 짧은 글을 쓰다가 그만 장어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장어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흔히 민물장어라고도 부르는 뱀장어입니다. 뱀장어는 주로 민물에서 생활하지만, 육지와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기도 하죠. 그런데 이 뱀장어는 알을 낳기 위해 아주 먼 바다로 긴 여정을 떠납니다. 알을 낳으려 바다에서 강으로 돌아오는 연어와는 정반대입니다. 장어의 일생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어찌 그리 먼 바다로 나가 알을 낳고, 그 새끼들은 또 어떻게 그 ..

칼럼읽다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