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쓰다

재미있는 시활동이야기

닭털주 2022. 2. 6. 12:54

<학교도서관저널> 2015년 11월, 통권58호

                         특집 시..... 아이들이 삶을 읽고 쓰고---에 실린 원고

 

                                                                재미있는 시활동이야기

 

 

시가 어렵다? 그런데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시처럼 재미있는 것도 없다. 그 한 걸음 내딛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와 함께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그 활동은 시수업 과정에서 시를 이해하는 작은 활동일 수도 있고, 시에 다가서기 위한 게임 같은 것일 수도 있고, 다양한 시를 만나기 위한 수업일 수도 있다.

 

가. 도서관에서 시놀이하기

 

1. 시제목 찾고 낭송하기-가장 긴 시제목, 가장 짧은 시제목, 혹은 시길이가 짧은 시

 

학교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라고 하면 시집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렇다고 무조건 시집을 읽으라고 할 수가 없다. 그런 경우 시집을 펼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가 시 제목으로 시를 찾아 읽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상계동 ‘나란히’ 청소년 쉼터에서 중1남학생들과 시인문학 수업을 할 때 생각해낸 방법이다. 그때 사용한 책은 김소월시집이다. 우리나라 대표시인의 시집을 읽기 귀찮아해서 시도한 것이다. 가장 먼저 제목이 짧은 시, 길이가 짧은 시를 찾도록 하고 함께 그 시를 낭독하였고, 다음으로는 가장 제목이 긴 시를 찾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김소월 시집을 읽었다. 그 다음 활동으로는 김소월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를 골라서 활동지에 옮겨 적게 하였고, 마지막으로는 남산 김소월 시비에 있는 시를 찾아 옮겨 적게 하였다. 물론 다음 인문학수업은 남산 김소월 시비를 찾아가는 활동을 하였다.

김소월 시집만 읽지 않고 다양한 시집을 읽게 하려면, 다양한 시집에서 제목이 글자수에 맞는 시제목을 고르게 하면 된다. 그것을 넘어서 시제목에 ‘꿈’이 들어가거나, ‘눈’ 혹은 ‘똥’이 들어가는 등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다양한 글자를 제시하고 그 글자가 들어가는 시가 있는 시집을 가져와서 발표를 하게 해도 된다.

 

<사례>

가. 김소월 시집에서

1) 제목이 가장 짧은 시-밤, 산, 길, 잠, 배

2) 제목이 가장 긴 시-바라건대는 우리에게 우리의 보습 대일 땅이 있었다면

 

나. 시 길이가 짧은 시

 

쥘 르나르

 

너무 길다

 

지렁이

 

이외수

 

도대체 내가 무얼 잘못했습니까?

 

가을

 

함민복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2. 재미있는 시 찾아 낭송하기

 

재미있는 시를 찾아 낭송하는 수업은 학생들에게 시가 재미있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한 방법이다. 이 방법은 시창작을 위하여 다양한 시를 접하게 할 때도 사용하지만, 시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시라는 것이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시라는 것이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줄때는 ‘동덕여중 시캠프’ 강의를 갔을 때 사용해보았다. 서울 동덕여중 꿈두레도서관에서 도서관 캠프에서 ‘나도 시인이 된다’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할 때였다. 첫 번째 강의를 갔을 때는 ‘시어찾기게임’으로 시에 대한 흥미를 높였는데, 다음 해 한번 더 강의를 가게 되었다. 작년에 내 강의를 들었던 도서반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이번에는 아이들이 낭송하면서 시의 맛을 느끼도록 하고자 한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교사가 발음이 재미있는 시를 찾아서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띄우고 그것을 낭송하게 한다. 처음에는 함께 낭송을 하게하고 몇 번 연습을 하고, 가장 잘 낭송할 수 있는 학생은 손을 들게 한다. 그 학생이 거침없이 낭송을 하도록 하고 작은 상품을 주면 된다. 이런 경우 대체로 잘 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아이들의 격려박수와 웃음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사례>

가. 시제목 찾고 외워서 낭송하기

그 꽃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개구리

 

한하운

 

가갸거겨

고교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나. 발음이 재미있는 시이야기

 

우포늪

 

김바다

 

안개에 덮인

우포늪은

새들의 세상이다

 

우웩웩웩 우웩웩웩

퀘퀘퀘퀘 퀘퀘퀘퀘

깨깩깨깩 깨깩깨깩

푸드덕푸드덕푸드덕

애액애액애액애액애액

에엑우웩에엑우웩에엑

깍악악악깍깍악악악깍

뚜두뚜두뚜두뚜두뚜두뚜두

삐약삐약삐약삐약삐약

까르까르까르까르까르

우두우두우두우두우두

꿔억꿔어억꿔어억.

 

3. 시집 제목으로 이야기 만들기-시집(책) 등의 글자를 연결하여 문장만들기

 

시집 제목으로 이야기 만들기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이것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하였는데 학생들이 제목을 연결하여 다양한 구절이나 문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시제목도 그렇지만 시집제목도 자신의 대표작의 제목을 사용하거나 제목과 관계없이 시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등 다양하다. 아무튼 시제목과 마찬가지로 시집제목도 의미가 있음을 알았다. 그 시집제목의 첫 글자를 연결하거나 시집 제목과 제목을 연결하여 구절이나 문장을 만들어보는 게임을 해보기도 하였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조금 어려워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너무나 쉽게 만들기도 했다.

 

<사례>

유령들, 이 짧은 시간 동안, 명왕성 되다,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바다로 가득 찬 책, 다산의 처녀

1) 유령들이 명왕성 되다-유령들, 이 짧은 시간 동안, 명왕성 되다

2) 유명한 바다-령들, 왕성 되다,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다로 가득 찬 책, 산의 처녀

 

4. 시집으로 탑 쌓기

 

시집으로 탑을 쌓는 것은 시제목 찾기, 재미있는 시찾기 등 시나 시집을 찾는 게임을 하면서 자신의 모둠 앞에 모아놓은 시집들을 중심으로 탑을 쌓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시간 제한이 있고 단순히 높이 책을 쌓는 활동을 하게 할 수도 있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게 하는 활동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보통 도서관에서 독서캠프를 할 때, 서가에서 책찾는 게임을 하기도 하는데 그 활동의 마지막에 하는 책쌓기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책이 시집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5. 시모음집 만들기-주제별, 연도별

 

시모음집 만들기는 독서캠프를 할 때 빠지지 않고 하는 활동 중의 하나다. 대체로 많은 분들이 알고 있기도 하다. 매년 다양한 주제의 시모음집이 나오기도 하고.

시모음집은 일단 모둠이 만들어지면 모둠소개가 끝나고 모둠별로 시모음집 만들기를 하기도 한다. 아니면 국어수업시간에 시창작을 위한 전 단계로 다양한 시를 접하는 방법 중 하나로 하기도 한다.

기본적인 방법은 모둠별로 어떤 주제로 시모음집을 만들 것인가를 정하는 것이 처음이다. 다음은 그 주제에 맞는 시들을 각자 찾아서 빈종이에 옮겨적는다. 이때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가을을 주제로 할 때, 그냥 A4용지를 사용할 경우 배경을 낙엽 등 가을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으로 할 수 있고, 아니면 아예 종이 자체를 낙엽모양을 잘라서 각자 찾은 가을을 주제로 한 시를 옮겨 적을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왜 이 시를 뽑았는지를 간단히 소감을 밝히거나, 이 시에 대한 자신의 해설 혹은 느낌을 시 본문이 아닌 다른 면에 옮겨 적으면 더욱 좋다. 말하자면 유명한 시인들의 엮음시집처럼 시인들이 그 시를 뽑은 사연 혹은 해설 등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은 국어시간에 연도별 시모음집을 만들 수도 있다. 이때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 1990년대 혹은 2000년대까지 연도별로 정할 수 있다. 근대시기를 정할 수도 있고, 2000년 현대까지 범위를 넓힐 수도 있다. 또 하나의 모음집에 시대별 대표작을 모두 모을 수도 있고, 모듬별로 시대를 정할 수도 있다. 말하자면 1모둠은 1920년대, 2모둠은 1930년대 하는 식이다. 연도별 시모음집을 만들 때는 시인에 대한 소개와 시대적 상황까지 간단히 덧붙이면 더욱 풍성한 시모음집이 되기도 한다.

또 연도별 시모음집은 시대별 대표작을 한 편씩만 모아 시병풍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사실 주제별 시모음집도 각자 좋아하는 시를 모아 하나의 병풍으로 만들어 ‘ooo 가 좋아하는 시‘ 형태로 시병풍을 만들 수 있다. 시병풍은 접으면 하나로 되고 펼치면 모두 보이는 병풍의 모양을 말한다.

 

나. 시 속에서 놀기

 

1. 시어찾기 게임

 

시어찾기 게임은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시는 시 속의 낱말 시어 하나로 감동을 받을 수도 있고, 한 구절로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시는 언어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언어를 떠올리고 표현하는 연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학이 시다. 그래서 시공부를 할 때, ‘시어찾기 게임’은 매우 효과적이다. 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말하자면 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할 수도 있고, 시어에 대한 감각을 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한 편의 시 속에서 중요한 시어를 괄호를 하여 그 낱말을 문맥을 맞도록 찾을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사례>

우리말 사랑 1

 

서정홍

 

자고 일어나

달리기를 하면 발목 삘까 봐

2 을 한다

땀이 나

찬 물로 씻으면 피부병 걸릴까 봐

2  2 만 한다

아침밥은 먹지 못하고

2 만 하고

달걀은 부쳐 먹지 않고

2 3 만 해 먹는다

일옷은 입지 않고

3 만 골라 입고

일터로 가지 않고

2 으로 가서

일거리가 쌓여 밤샘 일은 하지 않고

3  2  2 작업을 하고 돌아와

핏발 선 눈은

2 된 눈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는 반찬을 사러

가게로 가지 않고

2 로 간다

실컷 먹고 뒤가 마려우면

뒷간으로 가지 않고

3 에 가서

똥오줌은 누지 않고

3 만 보고 돌아와

오랜만에 아내와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면 될 텐데

3 와 마주 앉아

2 를 나누다 잠이 든다

 

<참고> 숫자는 글자수이며, 앞 행 내용과 같은 뜻의 한자어를 찾음.

 

2. 시제목 맞추기 게임

 

이번에는 시 전체 내용을 살펴보고 제목을 찾는 게임이다. 시어찾기 게임이 시의 행에 머물렀다면, 시제목 맞추는 게임은 시 내용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때 시 제목은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시제목이어야 효과적이다. 물론 좀더 심화된 과정에서 시를 공부하려면 다양한 주제의 시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사례> 공통어와 시제목 찾기

공통으로 들어가는 말은?

 

( ) ←제목은?

 

오렌지 쥬스를 마신다는 게

커피가 쏟아지는 버튼을 눌러 버렸다.

( )의 무서움이다.

 

무서운 ( )이 나를 끌고 다닌다.

최면술사 같은 ( )이

몽유병자 같은 나를

( ) 또 ( )의 안개나라로 끌고 다닌다.

 

다. 시에 다가서기

 

1. 모방시 쓰기

 

모방시쓰기는 시수업에서 시에 대한 감상수업이 끝나고 시를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하는 경우도 많고 시창작수업을 위하여 할 때도 하는 등 다양하다. 이 때 유의할 점은 학생들의 수준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중1 정도 수준에서는 정지용의 ‘호수’ 같이 짧은 시를 하지만, 중2, 중3 수준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고등학생은 김춘수의 ’꽃‘ 정도를 해도 된다는 말이다. 또 모방시쓰기는 학생들이 시를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알아보는 과정도 되지만 새로운 시를 지어내는 과정도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면 사례를 제시하거나 부분적으로 모방시를 쓰도록 할 수도 있다.

<사례>

김소월의 진달래꽃(31440 김종연)

 

닭털주샘 보기가 좋아서

국어과 교실 올 때에는

말없이 조용히 올라오리다.

 

국어의 짱

닭털주 샘

파편이 튄다해도 미소를 보내드리오리다

 

교실로 돌아오는 걸음걸음

놓은 그 계단

아쉬운 맘으로 내려가리오리다.

 

닭털주샘 보기가 좋아서

국어과 교실 올 때에는

죽어도 아니 올라오지 않으리라.

 

2. 삼행시 쓰기

 

삼행시 쓰기는 시를 재미있게 다가서도록 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양한 행사 뒤에 행사 이름으로 쓰는 경우까지 있다. 예를 들어, 인사동 탐방을 했으면, ‘인사동’으로 삼행시를 짓는다거나, ‘제주도 수련회’를 다녀왔으면 ‘제주도’로 삼행시를 짓기도 한다. 시수업에서는 먼저 자신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게 하거나, 친구이름, 선생님이름, 나아가 연예인 이름 등으로 삼행시를 지어보면 재미있는 시들이 많이 나온다. 활발한 분위기가 생기지 않으면 교사가 재미있는 삼행시 사례를 보여주는 방법도 있다. 사실 삼행시도 많이 진화하고 있다. 간단한 삼행시에서부터 이른바 ‘사설 삼행시’처럼 매우 긴 삼행시도 있다. 이럴 때는 문단나누기가 파괴되기도 한다. 심지어 세 글자를 넘어서서 5글자, 10글자로 시를 짓도록 할 수도 있다. 삼행시라고 해서 3글자를 고집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례>

삼: 삼삼한 린다김 등

행: 행실 남다른 사람

시: 시 석 줄로 비꼬기

 

황: 황금발을 가진

선: 선수가 있습죠

홍: 홍명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