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소망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봄 산에 뜨거운 불길이 뇌성벽력 요동치고, 하늘로 치솟는 붉은 화염에 은하마저 말랐어라. 허다한 가시덤불이야 태워 버려도 그만이지만, 고고한 소나무 백 년 가지가 너무도 애석하도다.” 영조 때 문인 송명흠이 산불을 보며 읊은 시이다. 요 며칠, 울진의 소나무들이 눈에 밟힌다. 새파란 바다 빛에 어우러져 말쑥하고 늠름하게 서 있던 그 푸른 소나무들. 뉴스를 통해 보는데도 바지직바지직 그 입 꽉 다문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화재를 마귀에 비유한 화마(火魔)라는 표현은 참으로 실감 나는 말이다. 불가에서는 이 세계의 괴멸을 겁화(劫火)라는 엄청난 불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은 일단 번지고 나면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공포의 대상이다. “곤강(崑岡)에 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