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6

책 안 보는 시대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서점

책 안 보는 시대에, 전 세계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가는 서점 미국 LA 여행명소 '더 라스트 북스토어'... 온라인 위협에 맞서 생존전략 찾은 오프라인의 힘 23.07.30 14:42l최종 업데이트 23.07.30 14:42l이안수(motif1) ▲ 더 라스트 북스토어 내부. 서점의 중앙 부분에 매대를 놓는 대신 방문객을 위한 소파를 두었다. ⓒ 이안수 요즘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낮 기온은 섭씨 34도. 이런 가운데 지난 26일(현지시각) 한 서점에서 더위를 잊은 채 3시간을 보냈다. 사람이 적지 않은 이 서점은 개방된 복층을 사용하고 있어 유난히 시원했다. 서점의 이름은 '더 라스트 북스토어(The Last Bookstore)'. 2층에서 열심히 책을 정리하고 있는 직원에게 왜 이름이 '마지막 ..

책이야기 2023.08.01

리더의 ‘휴가 독서’

리더의 ‘휴가 독서’ 입력 : 2023.07.31 20:22 수정 : 2023.07.31. 20:26 구혜영 논설위원 리더의 말은 힘이 세다. ‘군자가 개념이 잡힌 언어를 쓰지 않으면 백성은 혼란스럽다’고 한 공자의 정명론(定命論)은 리더가 구사하는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리더의 말엔 다양한 세상, 다양한 삶과 소통하는 지혜와 직관과 철학이 묻어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1년 여름휴가에 토머스 프레이가 쓴 를 챙겨갔고 이후 ‘정보화 강국’을 미래 비전으로 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등을 휴가철 도서로 권했고, 정부 요직에 추천 도서 저자를 중용하기도 했다. 를 쓴 오영교 전 행정자치부 장관, 저자인 이주흠 전 리더십비서관 등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을 권유하고, 그 책 주제처럼 대한민국을 추..

책이야기 2023.08.01

나이 팔십에 '예술인 창작지원금' 받고 책 냈습니다

나이 팔십에 '예술인 창작지원금' 받고 책 냈습니다 네 번째 책 를 내며 23.07.29 16:46l최종 업데이트 23.07.29 16:46l 이숙자(leesukja44) 올봄에 전북 군산시에서 예술인 창작지원금 공고가 있었다. 그 정보를 알고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지난해에도 신청을 했지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신청하는 서류도 복잡하고 무엇보다 신청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았다. 올해 또 모집한다는 정보 앞에서 나는 머뭇거렸다. 그래, 신청을 해 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도전을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 생각했다. 삶이란 언제나 선택의 문제이니까. 예술인이라는 통칭은 다양한 분야가 포함된다. 그중에 글 쓰는 사람 선정은 단 세 사람이었다. 올해 나도 그 안에 들어 무척 기뻤다. 막내딸이 서류 ..

책이야기 2023.07.29

책 읽는 노르망디 해변

책 읽는 노르망디 해변 입력 : 2023.07.29. 03:00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지난 5월 홍세화 선생이 강릉에 왔다. 내가 문을 연 서점 ‘당신의 강릉’의 첫 행사는 그를 모시는 것이었다. ‘교사는 어떠한 어른이 되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으로 교사인 이원재 작가도 함께 강원도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사 등과 만났다. 그는 바다를 보고 하루 숙박하고 다음날 돌아갔다. 얼마 전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엊그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정부에 부분 개각이 있었는데 새 교육부 장관에 34살의 청년 가브리엘 아탈이 기용됐습니다. 그는 동성결혼자이기도 합니다. (…) 그럼에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네요.” 강릉에서 진행했던 북토크에서 청중이 이원재 작가에게 물었다. 당신..

책이야기 2023.07.29

한 번도 꾸지 않은 꿈

한 번도 꾸지 않은 꿈 입력 : 2023.07.27 03:00 수정 : 2023.07.27. 03:05 복길 자유기고가 저자 원고지 15장. 분량을 원고지 장수로 안내된 의뢰를 받으면 나는 그것을 글자 수로 변환해야 하는데, 늘 그 짧은 과정이 넌더리가 났다. 산책부터 하자. 3일 만에 밖을 나와 걸었다. 무성히 자란 잡초들을 보자마자 강아지풀을 꼬아서 토끼 모양을 만드는 틱톡 챌린지가 생각났다. 두 대를 꺾어서 도전했는데 잎에 매연이 잔뜩 끼어서인지 토끼의 얼굴이 꾀죄죄했다. 대체 왜 이런 것까지 ‘챌린지’라 부르는 거지? 당장 내일이 마감일인데도 아무것도 쓰지 못한 나는 괜히 심통이 났다. “언제부터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셨나요?” 청소년 잡지에 짧은 글을 보냈더니 편집자가 추가 코멘트를 부탁했다..

책이야기 2023.07.27

"나 학부모다, 성교육 책 빼라" 악성 민원 시달리는 공공도서관

"나 학부모다, 성교육 책 빼라" 악성 민원 시달리는 공공도서관 충청지역서 성·인권도서 폐기 요구 쏟아져, 사서들 "막무가내" 분노... 충남교육청 "대응 검토중“ 23.07.26 13:39l최종 업데이트 23.07.26 13:39l 이재환(fanterm5) ▲ 충남의 한 공공도서관. 지난 5월부터 충남 지역 공공도서관을 중심으로 어린이책 코너에서 성 관련 서적을 폐기할 것을 요구하는 민원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일부 도서관은 해당 책들을 열람실이 아닌 도서관 사무실에 이동조치한 상태다. ⓒ 이재환 최근 일부 보수단체과 학부모단체들이 충청 지역의 공공도서관에 공문을 보내 성교육과 인권 관관련 도서들의 '열람 제한 및 폐기 처분'을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같은 민원을 두고 일각에선 '도서 검열' 혹은..

책이야기 2023.07.26

지켜본다는 것은

지켜본다는 것은 입력 : 2023.06.08. 03:00 성현아 문학평론가 부리를 흔드는 저어새를 본다. 고라니가 껑충 뛰어오르는 순간을 목격한다. 쇠제비갈매기가 새끼를 돌보는 광경을 가만히 지켜본다. 20년 동안이나 이들을 관찰해 온 사람에 이끌려, 간척사업으로 다 끝나버린 줄만 알았던 갯벌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이는 카메라를 든다. 영화 의 감독 황윤이 담아낸 작은 몸짓들은 영화관으로 날아들어 보는 이들의 마음에 퍼덕인다. 새만금의 마지막 갯벌인 ‘수라’를 살펴 기록하는 이들과 그런 이들의 뒷모습을 오래 들여다보는 사람들, 그 따스한 시선의 연쇄를 관객들이 함께 본다. 지켜봄의 연속이다. 지켜본다는 것은 주의를 기울여 살핀다는 뜻이다. 살핀다는 말은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다본다는 의미이므로..

책이야기 2023.07.20

타인의 취향

타인의 취향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자수성가한 중소기업 사장 카스텔라씨는 연극 같은 것을 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지못해 극장에 왔던 그는 지루할 거라고 생각했던 고전극에서 뜻밖에 감동을 받고, 다음날 그 연극을 한번 더 본다. 그는 공연이 끝난 뒤 주연 배우 클라라가 친구들과 뒤풀이하는 자리에도 자기가 돈을 내겠다며 끼어든다. 클라라에게 완전히 매료된 그는 부끄러움을 잊은 것 같다. 클라라의 친구들은 입센도 모르고 테네시 윌리엄스도 모르는 이 침입자의 무교양에 경악하지만, 곧 그를 적당히 놀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엾은 카스텔라는 자기가 놀림을 받는 줄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이때 알게 된 화가의 전시회에 가서 좋아 보이는 그림을 한점 사고, 그 아이디어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분명치 않지..

책이야기 2023.07.20

퇴사 인사

퇴사 인사 입력 : 2023.06.22 03:00 수정 : 2023.06.22. 03:03 노승영 번역가 요즘 ‘받은편지함’을 열기가 두렵다. 집필 계약을 맺고 번역서 작업도 함께한 편집자가 올 2월 e메일로 퇴사를 알려왔고, 최근작을 담당한 편집자도 며칠 전 퇴사 e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편집자의 퇴사 인사는 늘 갑작스러워서 나는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채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질긴 줄 알았던 끈이 툭 끊어져버린 느낌이랄까. 편집자와 번역자는 기본적으로 갑과 을의 관계다. 편집자와 번역자 사이에 정이 싹틀 수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미운 정’일 것이다. 편집자는 나를 지금 고생시키는 장본인이요, 나의 잘못을 캐내려고 눈에 불을 켜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편집자가 보낸 교정지에는 나의 ..

책이야기 2023.07.20

틀린 감상은 없다

틀린 감상은 없다 입력 : 2023.05.11 03:00 수정 : 2023.05.11. 03:05 성현아 문학평론가 나는 교양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친다. 수업 시간에는 학생들과 소설, 시, 비평문 등 다양한 종류의 글을 읽는다. 한 편의 글을 같이 읽고서 “어떤 느낌이 드나요?”라고 질문하면, 학기 초에는 난감해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특히 시에 대한 감상을 물으면, 학생들은 “저는 시를 잘 몰라서요…”라며 답변하기를 주저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나는 참 안타까웠다. 시의 주제가 무엇인지 혹은 이 시를 쓴 작가가 누구인지를 물은 게 아니라 시를 읽은 이의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상을 물어본 것이기에 정해진 답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많은 학생들은 ‘옳은’ 답변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며 망설인다. 물론..

책이야기 2023.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