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71

작가 인생,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작가 인생,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서울인쇄센터 일지] 서울 인쇄업의 중심지 중구에서 피어난 독립출판물들 23.08.21 16:06l최종 업데이트 23.08.22 09:17l 최대혁(hanvitz) '독립출판'이 우리에게 꽤나 익숙한 단어가 되면서 작가로 활동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내 이름으로 책을 내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열심히 글을 써 원고를 완성했다고 해도 그것을 책으로 인쇄하고 서점에 보내 독자들을 만나게 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지난 봄, 서울시 중구에서 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들이 출판에 대해 배우고 소정의 인쇄비를 지원해 직접 책을 만들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얼핏 들으면 여느 책 만들기 ..

책이야기 2023.09.02

시간의 힘

시간의 힘 입력 : 2023.06.08 03:00 수정 : 2023.06.08. 03:05 임경선 소설가 지난 5월19일, 일본 와세다대학의 국제문학관, 일명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에 초대받아 ‘한국에서의 무라카미 하루키, 개인에게 있어서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는 2021년 10월에 개관한 도서관으로 올해 74세인 작가가 모교에 기증한 책과 음반, 전 세계에 번역 출간된 저서들의 아카이브 등으로 이루어진 곳으로 10대 시절부터 오랜 팬인 나로서는 그곳에서의 강연이 무척 뜻깊은 일이었다. 일본어로 진행한 강연을 무사히 마치고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한 일본 독자분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장편소설 (국내 미출간)을 읽은 감상에 대해 물었다. 어..

책이야기 2023.08.19

과학을 토대로 인문학 잡담을 나눈다면

과학을 토대로 인문학 잡담을 나눈다면 유시민 지음 를 읽고 23.08.14 16:37l최종 업데이트 23.08.14 16:37l 박순우(sunu1031) 언제부턴가 누군가 물으면 수줍게 '저 과학 좋아해요', '과학책 자주 봐요'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과학과는 상관 없는 삶을 살던 내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기 시작한 건, 순전히 첫째 때문이었다. 첫째는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할 때부터 유난히 동물을 좋아했다. 자연관찰 책을 닳도록 꺼내와 내게 안기는 통에 읽고 또 읽어줄 수밖에 없었다. 동물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책을 읽어주면 읽어줄수록 이상하게 자꾸 호기심이 생겼다. 그게 과학으로 가는 나의 첫 발이었다. 도서관에서 처음 빌려와 읽은 과학책은 나탈리 앤지어의 였다. 40..

책이야기 2023.08.15

완결이라는 판타지

완결이라는 판타지 입력 : 2023.01.03 03:00 수정 : 2023.01.03. 03:01 이융희 문화연구자 드라마 의 결말은 이슈만큼이나 거대한 논쟁을 낳았다. 한쪽에서는 드라마 역사상 역대급 최악 엔딩이라는 비판부터, 다른 한쪽에서는 일반적인 드라마 문법을 따른 안전한 엔딩의 구조였는데 대중 소비자들이 웹 콘텐츠 시대에 너무 서사를 자극적이고 판타지적으로만 소비한다는 지적이 맞붙었다. 나는 웹소설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보니 이런 논쟁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무척 기껍다. 웹소설의 시장은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나 그것은 소비자의 높은 충성도 때문일 뿐, 그 안의 소비자 모수의 총량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렇다 보니 웹소설 개별 작품에 대한 비웹소설 독자의 관심이 많아질수록 독자층이 좀 더 확대되..

책이야기 2023.08.14

"오늘은 사랑한다"는 여자, 이 괴상한 연애의 시작

"오늘은 사랑한다"는 여자, 이 괴상한 연애의 시작 [단편소설클럽] 김금희 단편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23.06.24 16:30l최종 업데이트 23.06.24 16:30l 홍현진(hong698) 단편소설이 낯선가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나요? 짧지만 꽉찬 단편소설을 사적으로 곱씹고 상상하는 시간, 당신을 단편소설클럽에 초대합니다.[기자말] '문학은 무엇인가'라는 수업을 들은 적 있다. 일주일에 한 번 퇴근을 하고 문학평론가가 진행하는 수업 장소로 향했다. 수업은 주로 미리 읽어온 작품에 대한 해설로 진행됐는데 하루는 평론가가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낭독해 줬다. 소설을 눈으로 읽지 않고 귀로 따라가는 경험은 생경했다. 손에 무엇이 쥐어질지 모른 채 선물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다음에는 어떤..

책이야기 2023.08.13

움켜쥔 손을 펼까 말까

움켜쥔 손을 펼까 말까 입력 : 2023.06.08 03:00 수정 : 2023.06.08 03:01 고영직 문학평론가 김강의 장편소설 (2023)는 근(近)미래의 대한민국을 설정해 초고령화 시대의 풍속도를 나름의 시각으로 파헤친 작품이다. 그래스프 리플렉스(Grasp Reflex)라는 말은 신생아들이 손에 닿는 물체가 무엇이든 꽉 쥐고 놓지 않으려는 ‘반사 작용’을 뜻하는 의학 용어이다. 나이가 들어도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를 품은 작중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작중 올더앤베러 ‘최만식’ 회장과 국회의원 ‘김영권’이 그들이다. 87세의 최만식 회장은 노인을 위한 기업인 올더앤베러의 창업주이다. 그는 자동차가 낡으면 부품을 바꾸듯이, 심장·간·신장·폐 등을 인공장기로 교체하며 ‘인조인간’으..

책이야기 2023.08.13

음악을 닮은 글

음악을 닮은 글 입력 : 2023.04.22 03:00 수정 : 2023.04.26. 09:32 신예슬 음악평론가 음악에 관한 글을 쓰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 순간 음악으로부터 아주 멀어져 있는 때가 많았다. 음악 경험을 글로 바꾸는 과정에서 군더더기를 덜어낸답시고 온갖 형용사와 수식어들을 하나씩 지우다 보면 결국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를 다루는 문장들만 남곤 했다. 분명 음악을 듣고 느낀 바를 충실히 기록하자는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글을 다듬다 보면 어쩐지 바삭하고 건조한 문장들만 남게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완성된 글은 실제 음악과는 딴판이었다. 정적 속에서 음악의 뼈대를 더듬어 보려는 글 말고, 음악만큼 활기 넘치는 글, 그리고 음악의 소란함을 닮은 멋진 글들..

책이야기 2023.08.13

이 '작은 의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작은 의심'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제목의 이해] 신조어를 쓸 때 조심해야 할 것 23.06.08 20:41l최종 업데이트 23.06.08 20:41l 최은경(nuri78) 취재기자와 편집기자의 '동상이몽'이란 게 이런 것일까. 책 에서 제목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면서 한 생각이다. 때는 지난 2021년. 코로나 기간 정부의 4차 재난지원금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쓰면서 기자는 고민에 빠진다. 경험상 정부 정책 기사는 독자들이 잘 관심을 갖지 않는 터라 평소보다 제목 선정에 더 신경이 쓰였던 것. 기자는 고심 끝에 라고 제목을 달았다. 그 후 이어진 문장은 '정책 기사가 이례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댓글에 졸지에 벼락 거지가 된 사람들의 분노가 줄줄이 적혔다'였다. 제목을 뽑는 사람으로서 그가..

책이야기 2023.08.13

이 책을 읽고 '발표의 공포'가 설렘으로 바뀌었다

이 책을 읽고 '발표의 공포'가 설렘으로 바뀌었다 정연주 아나운서가 쓴 책 23.06.23 14:37l최종 업데이트 23.06.23 14:37l 박균호(bright14) ▲ 책 표지 ⓒ 세종 교사로서 입으로 먹고 산 지가 30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공적인 말하기가 낯설고 어려울 때가 많다. 간혹 온라인으로 강의한다거나 처음 만나는 청중을 상대로 강연할 때 지나치게 긴장을 한 탓에 생수병을 들어 목을 축일 여유가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내가 하지 말았어야 했던 말을 해버렸고 꼭 해야만 했던 말을 하지 못한다. 결국 자책감으로 집에 들어와 이불을 차곤 한다. 동료 교사를 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한 교사는 직원회의 때 겨우 20초 분량의 발표를 하는데도 자신이 할 말을 종이에 적어 와서 마..

책이야기 2023.08.13

인생 이야기의 매력과 역설

인생 이야기의 매력과 역설 입력 : 2023.07.27 03:00 수정 : 2023.07.27. 03:02 김태권 만화가 “내 이야기 들어 볼래?” 모두들 자기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 남의 이야기를 들을 여유 없는, 자기 이야기의 역설이랄까. 그래도 인생 이야기는 매력적인 장르다. 자서전, 인생록, 회고록, 논픽션, 무어라 부르건 말이다. 그리고 잘 만든 인생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넘어 한 시대의 이야기가 된다. . 올해 7월에 우리말로 번역된 그래픽노블이다. 지은이 마고 투르카는 프랑스의 중학교 미술 선생님이다. 제목 그대로, 삼십대에 뇌졸중에 걸렸다. 그 뒤 치료받고 재활하는 자기 이야기를 담담하고..

책이야기 2023.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