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6

길벗이 많은 인생이모작, 나도 하고프다

길벗이 많은 인생이모작, 나도 하고프다 [김유경의 책씻이] 내 노년기 롤모델을 안긴 23.07.13 17:06l최종 업데이트 23.07.13 17:06l 김유경(tjdus11) "선생님, 귀국을 환영합니다." 장편소설 를 여닫는 첫 문장이자 마지막 문장이다. 두 문장 사이 두께는 주인공 사이먼 커티스 레이랜드가 번역자에서 작가로 변화하는 통과의례를 선보이느라 꽤 두껍다. 수개월 후 오진으로 밝혀진 '다형성 교모세포종' 진단 이후 삶의 태깔을 바꾸는 노년기 인생이모작이다. 자기 목소리를 캐려 언어의 낯선 맥을 더듬는 간절함이 날 끌어당긴다. 레이랜드는 지중해 주변의 언어들을 거의 다 듣고 말하고 쓸 수 있는 다언어기능보유자로서 번역을 들락날락하며 타인의 목소리 전달에 열중하던 성공한 번역자다. 그는 발작적..

책이야기 2023.07.20

누가 책 만드는 사람들을 밀어내는가

누가 책 만드는 사람들을 밀어내는가 입력 : 2023.05.08 03:00 수정 : 2023.05.08 03:05이슬아 ‘일간 이슬아’ 발행인·헤엄출판사 대표 서점에서 몰래 독자를 기다려본 적이 있다. 내가 쓴 소설이 놓인 매대 옆을 서성거리면서 말이다. 주말의 대형 서점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었으나 내 책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다가오다가 금세 멀어져버리는 이들을 응시하다 보니 동공이 자꾸 흔들렸다. 책은 조용히 기다리는 운명을 지녔음을 그날 이해했다. 읽힐 때까지. 만날 때까지. 그러나 마침내 독자가 나타난다면 책은 결코 한 사람만의 사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난 9년을 작가로, 5년을 출판사 대표로 지냈다. 여전히 서툴지만 출판 생태계에 관해 부단히 배우고 있다. 출판은 독자를 향해 ..

책이야기 2023.07.19

문인 임화를 향한 오해, 여기서 풀고 갑시다

문인 임화를 향한 오해, 여기서 풀고 갑시다 책 를 읽고 23.07.14 11:11l최종 업데이트 23.07.14 11:11l 하성환(hsh703) ▲ (사실과 가치, 2023) 책 표지 는 한국문학사에서 밀봉되고 금기시된 임화를 역사 사실에 입각하여 복원한 문예비평서이다. ⓒ 김상천 '향수'의 시인 정지용은 일제강점기 "가장 무서운" 문인으로 임화(본명 임인식)를 가리켰다. 현대 문학비평의 거두 김윤식은 (1976) 부록 '임화 연구'에서 이상, 한용운, 홍명희, 이병기, 염상섭과 함께 임화를 극복해야 할 한국 문학사의 거봉으로 거론했다. 임화의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 예술가 동맹) 동지이자 절친 김남천은 "예술 운동의 우수한 운전수"로 임화를 찬양했다. 조동일은 임화의 시를 평가할 수 없다고..

책이야기 2023.07.19

기후위기 시대에 띠지·코팅된 책? 에코 퍼블리싱 있잖아요

기후위기 시대에 띠지·코팅된 책? 에코 퍼블리싱 있잖아요 입력 : 2023.06.13. 08:30 주영재 기자 출판계, 재생종이·친환경 잉크 등 고민 해외선 재생에너지·FSC 종이 사용 앞장 [주간경향] 지난 6월 8일,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 ‘경제일반’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 판매대에 65종의 책이 올려져 있다. 그중 거의 절반인 32종의 책에 띠지가 둘러 있다. 표지 뒤로 면지(책의 맨 앞·뒤에 들어가는 백색 혹은 색지 용지)에 저자소개와 독자평 등이 인쇄된 4종의 책을 빼곤 모두 백지 상태의 면지가 최소 1장 이상 들어갔다. 면지에 굳이 책 표지가 그대로 인쇄된 책도 있었다. 책의 본문 중간에 장별로 구분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간지도 여럿 보인다. 어떤 형태로든 코팅이 되지 않은 책은 없었다...

책이야기 2023.07.19

'인생 2막' 먼저 연 사람들이 들려준 빛나는 조언들

'인생 2막' 먼저 연 사람들이 들려준 빛나는 조언들 새 인생 개척한 소시민들 이야기, '퇴직 후 나는 다른 일을 한다' 23.07.18 14:06l최종 업데이트 23.07.18 14:10l 김부규(kbg1965) 저는 2025년 12월 말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으며, 퇴직 후 무얼 할 것인지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던 예비 퇴직자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저와 비슷한 처지의 직장 선후배들이 있다는 것과 저 포함 많은 이들에게 일자리 및 은퇴 설계에 대한 '실제적인 경험' 정보가 없다는 것을 알았고, 이에 퇴직 후 성공적으로 새 인생을 개척하신 은퇴(퇴직) 선배들의 솔직하고도 '생생한 경험담'을 인터뷰했습니다. 은퇴자와 40·50대에 전직해 새로운 제2 인생을 개척하신 분들을 2019년 가을부터 만나 인터뷰를 ..

책이야기 2023.07.18

‘글 쓰는 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글 쓰는 인공지능’ 사용 설명서 입력 : 2023.05.04 03:00 수정 : 2023.05.04. 03:02 김태권 만화가 그림 그리는 인공지능(AI)은 근사하지만 글 쓰는 인공지능은 별 볼일 없다고, 몇주 전 나는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생각이 바뀌었다. 글 쓰는 인공지능이 퍽 요긴하다고 이제 나는 주위에 말하고 다닌다. GPT-4를 써보려고 돈 내고 결제도 했다. 챗GPT를 사용해보시라고 독자님께도 권할 생각이다. 글 말미에 유용한 정보도 알려드릴 것이다. 김태권 만화가 어떤 사람들은 글 쓰는 인공지능 때문에 사회 전체가 뒤집어질 것처럼 부풀려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럴 것 같지 않다. 글 쓰는 인공지능은 문자 메시지 정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렇다고 작은 변화는 아니다. e메일과 문자 메시..

책이야기 2023.07.18

나를 만나, 그리고 나를 써

나를 만나, 그리고 나를 써 입력 : 2023.07.06 03:00 수정 : 2023.07.06. 03:03 성현아 문학평론가 “이 과제도, 이 수업도 여러분 인생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진실하게 대면하는 일, 그것만큼은 여러분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라고 확신한다. 치열하게 나를 들여다보고, 진짜 나를 가감 없이 써라. 나를 쏟아내 보는 일은 액체 상태로 토해진 형편없는 몰골의 나까지도 끌어안을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성현아 문학평론가 자기 서사 쓰기 과제를 내주며, 내가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다. 이 말을 영화 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작문을 가르치는 찰리는 수업 시간마다 내가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한다. 제발 솔직하게 쓰라고. 그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이상한 점은 ..

책이야기 2023.07.15

위로는 노크다

위로는 노크다 입력 : 2023.07.13 03:00 수정 : 2023.07.13. 03:04 오은 시인 “힘들었겠다.” 이 말을 듣는데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난 적이 있다. 단순히 내가 힘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주어서는 아닐 것이다. “괜찮을 거야”나 “나아질 거야”처럼 무책임한 낙관과 동떨어진 말이어서도 아닐 것이다. 그 말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 있듯,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그때 내게 필요했던 말이 바로 저것이었다. “힘들었겠다.” 힘듦을 인정받는다고 해서 처지가 달라지지도 않고 심신을 짓누르는 하중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닌데, 나는 왜 저 말이 고팠을까. 어째서 속절없이 눈물을 쏟아냈을까. 오은 시인 해가 갈수록 취약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개인적인 문제에 사회적인 문제..

책이야기 2023.07.15

‘미쳤다’가 정체성이 될 수 있나?

‘미쳤다’가 정체성이 될 수 있나? 입력 : 2023.07.15 03:00 수정 : 2023.07.15. 03:01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MBTI 성격 검사가 유행이다. 모두 자신을 네 글자로 설명하는 열풍 속에 이 테스트를 탐탁지 않아 하는 유형조차도 하나의 유형이다. 여기까지 쓰면서 이런 사람들이 칼럼을 읽다 덮어버릴까 봐 걱정했다. 또 그 타령이야, 하고. 하지만 그들은 ‘비과학적’ 테스트로 인간을 열여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하고 싶은 욕망에 추동돼 읽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실은 내가 이 현상을 나쁘지 않게 보는 이유도 결이 같다. 한국인들에게 인간을 열여섯 가지 다른 부류로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한국인은 딱 두 가지로 분류된다. 성실하고 말 잘..

책이야기 2023.07.15

독서의 효과는, 독서입니다

독서의 효과는, 독서입니다 입력 : 2023.05.29 03:00 수정 : 2023.05.29. 03:03 오찬호 저자 조심스레 독서토론 학원을 준비 중이다. 책을 자주 접하는 내 직업을 활용해야만 먹고살 수 있다는 우주의 기운을 느껴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능 여부를 타진했다. 연령을 달리하고 규모를 조정하면서 모의실험 중이다. 유의미한 수익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 글쓰기를 병행할지, 커피도 팔아야 할지 구체적인 건 아직 없지만, 한쪽 벽면을 어찌할지는 진작 정했다. 거기엔 큼직한 글씨로 학원의 철학이 이렇게 적혀 있을 거다. “독서의 효과는, 독서입니다.” 흐름을 거스르겠다는 당찬 혹은 무모한 포부이기도 하다. 나는 여러 글에서 독서‘법’이란 말이 지나치게 등장하는 시대를 비판했다. 책이 우등생이나..

책이야기 2023.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