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6

‘책의 공간’ 마포구에 묻는다

‘책의 공간’ 마포구에 묻는다 입력 : 2023.06.08 03:00 수정 : 2023.06.08 03:02박태근 위즈덤하우스 편집본부장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한 방식을 모색하다 지난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큰 호응을 얻은 터라, 코로나19 종식이 선언된 후 열리는 올해 행사는 업계 안팎의 기대가 높다. “출판사, 저자, 독자가 한자리에서 만나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책 축제”이고 올해 주제 ‘비인간, 인간을 넘어 NONHUMAN’도 시의적절해 한 사람의 독자이자 출판인으로서 관심을 갖고 둘러보던 차에 “우리는 항상 ‘책’의 공간을 마련하며 살아갑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읽지 못할 책을 꾸준히 사서 모을 수밖에 없는 장서가와 애서가에..

책이야기 2023.06.11

드디어 함양군에도 동네책방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함양군에도 동네책방이 생겼습니다 협동조합오늘에서 만든 독립서점 '오후공책'... "지속가능한 적자가 목표" 23.05.15 16:10l최종 업데이트 23.05.15 16:10l 주간함양 최학수(hynews) ⓒ 주간함양 독립서점 혹은 동네책방이라고 불리는 공간이 있다.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책만 팔지는 않는 독특한 공간이다. 지난 4월 19일 경남 함양에도 동네책방이 생겼다. 함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인당교를 지나 직진하다 보면 낯선 주황색 간판이 있다. 이곳이 바로 동네책방 오후공책(함양읍 한들로 67). 제법 오래 함양에서 지낸 귀촌인 다섯이 모인 협동조합오늘에서 만들었다. 서점이 금전적 유망직종 아닌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필이면 서점을...' 문구에 웃음이 빵 터지는 것은 예상되는 ..

책이야기 2023.05.17

시(詩)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시(詩)는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입력 : 2023.05.03 03:00 수정 : 2023.05.03. 03:01 송혁기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시능궁인(詩能窮人)”이라는 말이 있다. 시가 시인을 곤궁하게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송나라 때 구양수는 이를 부정하고 “시궁이후공(詩窮而後工)”, 즉 곤궁해진 뒤에 시를 잘 짓게 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인이 영달을 누리는 경우가 별로 없고 부귀를 누리다 보면 좋은 시가 나오기 어려워지는 실제의 경험들은 이 두 말의 차이를 무색하게 만든다. 결국 시와 곤궁함은 무엇이 원인이랄 것도 없이 맞물려 있는 셈이다. 인문학 역시 사람을 곤궁하게 만든다. 드물긴 하지만 이른바 ‘역사 덕후’도 있고 여전히 철학이나 문학에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사..

책이야기 2023.05.07

도끼 들고 숲을 향하는 당신들에게

도끼 들고 숲을 향하는 당신들에게 입력 : 2023.02.06. 03:00 김현호 사진비평가·보스토크 프레스 대표 옛 문헌을 보러 전주에 다녀왔다. 도심의 옛 건물 사이에는 생활한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가득했다. 마스크 없이 웃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난 몇년의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제는 지독한 역병의 시대가 끝나는 걸까. 우리는 답답하고 두려웠던 지난 시간을 웃으며 추억할 수 있게 될까. 전주의 도서관들은 좋았다. 나는 정작 열람실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어느 공공도서관의 로비에서 시간을 보냈다. 비치된 발간물의 수준이 높았고, 선별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메모를 하고 주석을 정리하는 동안, 함께 간 중학생 아이는 12~16세 전용 열람실에서 놀며 책을 읽었다. 몇 시간 후에 만난 아이..

책이야기 2023.05.06

‘한글 마춤법’ 성립사

‘한글 마춤법’ 성립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든 ‘한글 목활자 소자’.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 [크리틱]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오누이가 연로한 부모를 모시고 식당에 들어간다. 자리를 잡은 가족 모두 고개를 숙여 메뉴판을 살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이 표정은 메뉴에서 기대되는 음식 맛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모두 메뉴판에서 잘못 표기된 메뉴를 잡아내고 득의양양한 것이다. 오래전 앤 패디먼의 에서 이 “교열 강박”에 사로잡힌 가족 이야기를 읽고 웃음을 터뜨리다, 나 또한 어디서나 맞춤법이 틀린 표기는 어김없이 눈에 쏙쏙 박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먹물”인 이상 긴 세월 시험과 읽기를 통해 내재화된 잣대가 자동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래 봐야 전문 교열자 손..

책이야기 2023.05.06

[김탁환 칼럼] 이야기할 때와 물을 때

[김탁환 칼럼] 이야기할 때와 물을 때 김탁환 | 소설가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는가? 빛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분노한 적은? 웃으며 울거나 울며 웃은 적은? 2016년 1월,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녹음을 위해 스무개 남짓 물음을 다듬은 후 유가족과 마주 앉았다. 한시간 내외로 방송할 예정이었으므로 넉넉하게 두시간 녹음실을 빌렸다. 그런데 첫날부터 네시간을 넘겼다. 녹음실에서 겪은 두가지가 잊히질 않는다.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진행을 맡은 내가 첫머리에 던진 유일한 질문이었다. 유가족의 대답이 장강처럼 끊이질 않고 이어졌다. 말솜씨가 뛰어나서가 아니다. 도저히 끼어들 수 없는 이야기들이 앞다투어 나와 머리를 치고 가슴을 흔들었다. 이야기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집중했다. 갓난아기부터 ..

책이야기 2023.05.06

[김탁환 칼럼] 등장 만물 평등주의

[김탁환 칼럼] 등장 만물 평등주의 그날 나는 ‘등장인물 평등주의’를 지키며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집필 전 등장인물들을 분석할 때 주인공이라고 더 배려하지도, 단역이라고 홀대하지도 않기로 했다. 각자의 인생에선 누구나 자기 자신이 주인공이며, 그 삶의 가치들을 깊이 살피지 않고는 이야기에 다양한 인물들을 풍요롭게 담기 힘들다. 지난 17일, 섬진강 장선 습지를 산책했다. 이날 같이 갔던 개 이름은 ‘삼손’이다. 사진 김탁환 김탁환 | 소설가 2월과 3월엔 개들을 데리고 자주 섬진강 장선습지로 간다. 잣눈은 벌써 녹았지만 봄풀은 아직 올라오지 않았으며, 뱀도 동면에서 깨어나지 않은 습지를 산책하기 위해서다. 강 한가운데 섬이 된 습지에 개들을 풀어놓은 뒤 마른 풀들을 지르밟노라면, 풀 소리와 함께 사뿐..

책이야기 2023.05.06

[김탁환 칼럼] 기적의 역사

[김탁환 칼럼] 기적의 역사 고등학교 2학년생들이 20대 후반 청년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조금은 더 안전한 사회가 됐을까. 2022년 10월29일 이태원 참사 앞에서 유가영은 이렇게 적었다. “세월호 참사 때와 달라진 게 하나 없는 듯한 세상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말 똑같은 말과 상황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요. 놀러 갔다 사고 난 게 자랑이냐는 식의 비방과 혐오, 보호받지 못하는 피해자와 유가족, 부족한 심리치료 지원, 책임을 미루는 어른들과 책임지지 않는 책임자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가족들이 25개동 안산시 시민들에게 노란 꽃을 전달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김탁환 | 소설가 2016년 여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암울한 때였다. 세월호는 여전히 물속에 잠겨 있었고, 단원고 4..

책이야기 2023.05.06

지금 당신의 감정은 어떤 이름인가요?

지금 당신의 감정은 어떤 이름인가요? 마리아 이바시키나의 그림책 23.05.05 15:21l최종 업데이트 23.05.05 15:22l 이정희(ama2010) 오늘 '모르겐프리스크(morgenfrisk)'을 느끼셨나요? 아니면 '에코타(gökotta)'하셨는지? 아니면 오늘 당신의 이키가이(生き甲斐)는? 이게 뭔 말인가 싶겠다. '모르겐프리스크'는 덴마크어로, 잘 자고 일어난 새벽에 느끼는 상쾌하고 청량한 기분을 말한다. 그런가 하면 '에코타'는 스웨덴어로 '이른 아침 뻐꾸기 소리란 뜻으로,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려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 일본어 이키가이는 생명을 뜻하는 이키와 목적을 뜻하는 가이가 합쳐진 단어로, 매일 아침 당신을 눈뜨게 하는 의미란 뜻이다. ▲ 당신의 마음에 이름..

책이야기 2023.05.05

서로에게 기울어 듣다

서로에게 기울어 듣다 입력 : 2023.04.13 03:00 수정 : 2023.04.13. 10:22 성현아 문학평론가 “대문 틈으로 봤어, 죽은 사람을 끌고 가는 걸. 너무 무서웠지.” 혼자 샤워하기를 꺼렸던 어린 손녀에게 할머니께서 해주셨던 말이다. 화장실 창문이 무섭다고, 어린 내가 호소했을 때, 할머니께서는 어차피 집 안에 있는 화장실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냐고, 어른의 시선에서 다그치지 않으셨다. 그저 “우리 현아 입장에서는 무섭겠다, 뭐가 튀어나올까 싶어서. 그렇지?” 하고 나의 공포에 기꺼이 함께해주셨다. 그러면서 딱 한 번, 당신이 유년 시절에 겪은 일을 얘기해주셨다. 나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아 “누가요? 왜 죽었어요?” 하는 질문을 쏟았고, 할머니는 “막 죽였지, 그때는”이라는 아리송한 ..

책이야기 2023.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