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71

경기도와 함께 한 4년간의 여정, 그 끝을 맺다

경기도와 함께 한 4년간의 여정, 그 끝을 맺다 경기별곡 시리즈 3권 출간 23.03.29 08:11l최종 업데이트 23.03.29 13:28l 운민(ugzm) ▲ 여기 새롭게 경기도 이번에 출판된 경기별곡 3권 는 우리 주변의 신도시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 운민 경기별곡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지났다. 당시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해외로 나가기도 힘든 여건 속에서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던 우리 주변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 과감히 경기도의 각 고장 속으로 뛰어들었던 세월이 마치 엊그제 같다. 인구 1400만 명으로 대한민국 최고의 지자체가 되었지만 한정적인 키워드로만 경기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 각 고장에 드리워져 있는 아파트, 부동..

책이야기 2023.04.05

밤을 포옹하기 위하여

밤을 포옹하기 위하여 입력 : 2023.03.30 03:00 수정 : 2023.03.30. 03:02 인아영 문학평론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미래로 나아가길 원하는 사람과 과거로 돌아가길 바라는 사람. 미국의 여성 시인 루이즈 글릭이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계속 움직이려는 사람들과/ (…)달리던 궤도에서/ 멈추어지길 원하는 사람들”(‘신실하고 고결한 밤’)로 나뉜다고. 왜 누군가는 앞을 향해 멀쩡히 나아가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걸까? 단지 나이가 들기 때문일까? 글릭이 70대에 접어들면서 쓴 열두 번째 시집 (정은귀 옮김, 시공사, 2014/2022)에는 그와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그녀가 202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스웨덴 한림원이 찬사를 보..

책이야기 2023.04.02

“~다”의 감옥

“~다”의 감옥 게티이미지뱅크 [크리틱] 정영목 | 번역가·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다”는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글자는 아니라도, 입으로 말한 횟수 대비 글로 적은 횟수의 비율은 아마 가장 높을 듯하다. 방금도 “다”라고 쓰고 마침표를 찍었고 또 지금 그걸 반복하고 있“다.” 우리 글의 종결어미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오래 쓰다 보니 전에 없던 쇠창살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도 하다. 아, 이곳은 그동안 쓴 “다”가 쌓여 만들어진 감옥인가? 아닌 게 아니라 가라타니 고진은 (박유하 역)에서 이런 종결어미(그쪽도 “~다”이다)를 사용하는 방식을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것”이자, “확립되자마자 그 기원이 망각되는 장치”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이 “~다”체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게,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란 ..

책이야기 2023.04.02

소설가, 서점 주인, 내과의사... 1인 3역으로 사는 것

소설가, 서점 주인, 내과의사... 1인 3역으로 사는 것 [인터뷰] 장편소설 펴낸 김강 작가 23.03.31 13:44l최종 업데이트 23.03.31 13:44l 홍성식(poet6) 한 사람이 자신의 열정을 나눠 실수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일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 사실 '제대로 된'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벅찬 게 인간의 생이고 능력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자면 소설가 김강(51)은 특이하고 돌올한 인간이다. 그는 2017년 '심훈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인 동시에, 경북 포항의 문학전문 서점 '책방 수북'의 주인이고, 내과의사이기도 하다. 아니, 하나가 더 있다. '책방 수북' 내부엔 '도서출판 득수'가 있고, 그는 이 출판사의 대표다. 작가와 의사, 거기에 출판인의 역할까지 하다 보니 김 작가..

책이야기 2023.03.31

외로워서 시작했는데 6권 출간...제주가 궁금한 '할아버지 학생'

외로워서 시작했는데 6권 출간...제주가 궁금한 '할아버지 학생' [제주 사름이 사는 법] 권무일 작가 23.03.18 19:10l최종 업데이트 23.03.18 19:10l 황의봉(heb8610) "여든 넘어 쓴 두 번째 학사모… '또 다른 20년 살 것'". 지난 2월 제주의 한 일간지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노년에 이르러 대학 공부를 했다는 사연은 가끔 접하지만, 80살이 넘어 두 번째 학사모라니. 연락처를 알아내고 마침내 마주 앉았다. 권무일, 81세, 서울대 철학과와 행정대학원 졸업, 대기업 임원과 중소기업 사장, 제주 생활 20년 차에 한라대학교 관광일본어과 졸업. 그는 뜻밖에도 소설가였다. 66세에 수필로 등단했고, 지금까지 6권의 저작물을 냈다. 수상록을 제..

책이야기 2023.03.18

저의 서점에 와 본 분들이 계실까요

저의 서점에 와 본 분들이 계실까요 입력 : 2023.03.11. 03:00 김민섭 사회문화평론가 작년에 존경하는 C선생님에게 함께 글쓰기 강연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모 대기업 사원들을 대상으로 3회차. 그가 사회를 보고 내가 강의 후 함께 대담하는 방식으로 하자고 했다. 너무나 감사해서 아, 네, 선생님 물론입니다, 하고 두 손으로 전화를 받을 지경이었다. 강연비만 해도 내가 그동안 받아온 액수의 배는 되는 것이었으나 우선 그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자체로 기뻤다. 분명 무언가 배우는 게 있을 테니까. 그와 함께 우리나라 최고의 대기업 사원들 앞에 섰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아니었다. 다만 C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김래원이 나온 어느 영화에서 엑스트..

책이야기 2023.03.14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2023 길동무 문학학교'를 열며 23.02.27 15:49l최종 업데이트 23.02.27 15:50l 송경동(umokin) 참 좋아하는 시가 하나 있습니다. 튀르키예(옛 '터키')의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이라는 시입니다. 아직 출간하지 않고 간직만 하고 있는 파블로 네루다에 대한 청소년 평전을 준비하던 때 알게 된 시인의 시입니다. 한국인들은 잘 모르지만 네루다도 생전에 흠모한 세계적인 시인입니다. 그는 민중을 사랑한 사회주의 혁명가였고, 평화와 반전을 외친 세계주의 시인이었으며, 사랑을 노래한 로맨티스트였다고 알려집니다. 그는 1921년 모스크바의 동양근로자 대학에 들어가 마야코프스키와 에세닌 등과 사귀다 1924년에 튀르키예로 돌아와 활동하다 독재정권으로부터..

책이야기 2023.03.04

정치적 올바름과 문학

정치적 올바름과 문학 입력 : 2023.02.26 20:33 수정 : 2023.02.26. 20:40 손제민 논설위원 미국 뉴욕의 한 서점에 진열된 로알드 달의 책들. AP 연합뉴스 ‘뚱뚱하다’ ‘못생겼다’ ‘이중턱’…. 어린이들이 문학 작품에서 읽기에 부적절한 말일까. 문학과 정치적 올바름에 관한 이 논쟁이 최근 영국 아동문학작가 로알드 달(1916~1990)의 작품 개정판 출간을 놓고 불거졌다. 퍼핀 출판사는 달의 작품들에서 신체 특징, 정신건강, 젠더, 인종 등과 관련된 수백개 표현을 수정하려 한다. 1964년작 에 나오는 과체중 소년 오거스터스 그루프의 수식어는 ‘뚱뚱한’에서 ‘거대한’으로, 소인족 움파룸파의 성별은 ‘남자’에서 중성적인 ‘사람’으로 바꾼다. 1980년작 에서 인신공격으로 보일 수..

책이야기 2023.02.27

거대한 고통, 인간의 자리

거대한 고통, 인간의 자리 토니 모리슨의 를 읽고 23.01.19 13:46l최종 업데이트 23.01.19 13:46l 이하정 "당신이 정말로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아직 그런 책이 없다면 당신이 직접 써야 한다." 흑인 여성으로서 첫 노벨문학상을 받은 토니 모리슨(1931~2019)의 말이다. 편집자로 일하던 그녀가 수많은 책을 읽고 만들면서 정작 자신이 보고 싶었던 책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후 그녀는 흑인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룬 , , 등의 소설을 발표한다. 1988년에 로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92년 를 발표한 뒤 다음 해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흑인 여성 작가'라는 한계를 오히려 작품의 정체성으로 승화시켜 인종과 성을 초월한 작가로 우뚝 섰다. 실제 사건 모티브로 한 노예제도 소설 토니 모..

책이야기 2023.02.25

영감은 없어요

영감은 없어요 입력 : 2023.02.23 03:00 수정 : 2023.02.23. 03:05 오은 시인 시를 쓴다고 말할 때마다 긴장된 적이 있었다. 상대의 눈동자가 떨리는 것을 보았을 때, 때때로 그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말았을 때 나는 물색없는 말을 한 사람처럼 어색해졌다. 대체 시를, 시인을 어떻게 생각하기에 놀라지? “지금도 시 쓰는 사람이 있는 줄 몰랐어요”라는 말도 들어봤다. 학창 시절, 내가 배웠던 시들은 이미 타계한 시인들이 쓴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때 나도 막연히 생각했었다. ‘요즘 사람들은 시를 안 쓰는 모양이다.’ 어느 정도 경험치가 쌓여서일까. 이제는 시인이라고 소개한 후 상대의 반응을 기대한다. “아, 그래요?” “시를 쓰신다고요? 제가 아는 그 시?” 같은 반응은 나의 볼을 붉..

책이야기 2023.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