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71

독서의 달과 독서 지원정책의 증발

독서의 달과 독서 지원정책의 증발 지난해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렸던 '어린이책잔치' 행사의 다채로운 모습들. 파주출판도시 누리집 갈무리 내년부터 전국 지역서점에서 문화행사를 만나기 어려워졌다. 올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으로 한국서점조합연합회가 공모하여 진행하던 문화활동 지원사업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영난 때문에 자력으로는 변변한 작가 초청 행사조차 하기 어려운 지역서점 입장에서는 문화활동 지원사업이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은 지역서점 활성화 지원을 규정하고 있지만 정부가 앞장서 사문화시키고 있다. 정부가 바뀌고 민간단체 지원과 중복사업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내년도 정부 예산 편성에서 지역서점 지원 예산은 희생양이 되었다. 지역서점 지원이라지만, 사실은 지역문화..

책이야기 2023.09.24

[슬기로운 서평생활] 동네책방이 책 이상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이유

[슬기로운 서평생활] 동네책방이 책 이상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이유 기자명 장슬기 기자 입력 2023.02.18 10:35 수정 2023.02.20. 14:54 어떤 면에서 글을 쓰고 읽는 행동은 가장 사치스러운 행동이다. 사치란 말이 보통 부정적으로 쓰이지만 긍정적인 부분만 발라내면 그렇지 않을까 싶다.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조금 더 펼쳐보면 여타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특징이 글로 소통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적 허영심을 충족하기 좋은 공간 중 하나가 동네책방이다. 정말 동네마다 책방이 있을 정도로 동네책방이 많다. 위트앤시니컬(유희경 시인), 책방이듬(김이듬 시인), 책방무사(가수 요조), 당인리책발전소(김소영·오상진 전 아나운서 부부), 니은서점(사회학자 노명우), 쩜오책방(사회학자 조형근) 등 유..

책이야기 2023.09.16

최저임금 벌기도 힘든데... 동네책방 창업의 감춰진 진실

최저임금 벌기도 힘든데... 동네책방 창업의 감춰진 진실 [소셜코리아] 출판 시장 불황에도 동네책방은 늘어... 산업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매력 문화 조형근(soko) 지난 2월 에 "동네책방이 책 이상의 문화공간을 만드는 이유"라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는 문화공간으로서 책방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가수, 아나운서, 대학 교수, 시인, 전직 대통령 같은 유명인들이 책방을 차린 사례를 들고 있는데, 놀랍게도 내 이름도 있었다. 아마 동네의 협동조합 책방에 참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몇 년 전 다른 매체에 응한 인터뷰 때문인 듯했다. 그때 인터뷰도 동네책방의 '부상'에 주목했다. 그런데 동네책방이 '부상'하고 있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출판산업과 서점업계가 해마다 '단군 이래' 수준을 넘어 '파피루스 발명 이래 ..

책이야기 2023.09.16

'학폭 가해자가 죽는다면'... 이 소설가가 쌓아올린 세계의 정체

'학폭 가해자가 죽는다면'... 이 소설가가 쌓아올린 세계의 정체 [인터뷰] 제24회 '이효석 문학상' 대상 수상한 안보윤 작가 23.09.16 11:24l최종 업데이트 23.09.16 16:53l 박병춘(hayam) ▲ 제24회 이효석 문학상 시상식 제24회 이효석 문학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안보윤 작가 ⓒ 박병춘 강원도 평창군 봉평은 이효석의 의 배경이 되어 메밀꽃과 이효석을 상징하는 곳으로 통한다. 가람 이효석 선생(1907~1942)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지난 2000년 평창군 효석 문화제에서 '이효석 문학상'이 제정되었다. 이 상은 올해로 제24회를 맞았으며 (재)이효석 문학재단, 교보문고, ㈜매일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 및 주관하여 안보윤 작가의 을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이 ..

책이야기 2023.09.16

'좋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좋은 글'이 쓰고 싶었을 뿐입니다 [생애 첫 글쓰기] 글을 쓰려고 운동을 하고 마음을 다스립니다 23.09.15 09:06l최종 업데이트 23.09.15 11:07l 박순우(sunu1031) 스물아홉, 서른은 내게 좀 이상한 나이였다. 다르게 살아보겠다며 하던 일, 살던 집 다 떠나 여행을 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 시절 만난 사람들의 정체가 이상했다. 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내게 자신의 꿈을 털어놓았는데, 그의 꿈은 대단한 명예나 부를 얻는 게 아니었다. 그가 망설이며 고백하듯 말한 꿈은 이것이었다. "부처나 예수가 되고 싶어요." 살면서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처럼 번쩍이는 순간들이 가끔 있는데 그때가 그랬다. 그때까지 나는 인간이 꿀 수 있는 꿈의 반경에 부처나 예수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

책이야기 2023.09.16

버섯과 바다의 낙관

버섯과 바다의 낙관 입력 : 2023.09.13. 20:16 인아영 문학평론가 언제나 책상을 깨끗하게 치워두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올여름 유독 책상 위에 오래 머물렀던 책이 있다. 김금희 소설가의 산문집 (문학동네, 2023)이다. 식물에 과문한 내가 귀여운 일러스트레이션과 함께 다양한 식물을 소개받을 수 있는 것도, 오랫동안 수십 가지 식물을 길러온 저자의 다정한 생각의 결을 따라가는 것도 즐거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내 곁에 두고 싶을 만큼 이 책의 특별했던 점은 각종 실패의 경험, 그리고 그것을 신중하게 품고 있는 따뜻한 기운이었다. 여느 식물 서적과 달리 이 책에는 집에 식물을 들여와 기르고 있다는 기쁨 못지않게 알 수 없는 이유로 식물이 마르거나 죽어버리곤 한다는 상심이 진하다. 열심히 물을..

책이야기 2023.09.15

낙관주의의 천재들

낙관주의의 천재들 입력 : 2023.09.15 20:23 수정 : 2023.09.15. 20:24 김지은 서울예대 문예학부 교수·아동문학평론가 요즘 내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낙관주의자의 명단을 수집하는 취미이다. 개인적으로 나를 아는 사람들이라면 당신에게는 이미 너무 많은 취미가 있다고, 이제 더 이상 뭘 좀 늘리지 말라고 붙들어 말릴 것이다. 백 번 맞는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호기심과 일을 잘 구분하지 못해 뒤죽박죽별장처럼 살고 있는 나로서는 새로 뭘 하는 건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사치다. 하지만 이번 취미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포기할 수가 없다. 회원권을 끊지 않아도 되며 지하철로 이동하는 틈이나 잠자리에 들기 전 몇 분간 누워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너무너무 뿌듯하다. 이제부터..

책이야기 2023.09.15

집의 상실

집의 상실 입력 : 2023.09.01 20:28 수정 : 2023.09.01. 20:29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모든 인류 문화에서 집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공간으로 그려진다. 집은 비바람, 더위, 추위를 피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이자, 외부 세상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렇듯 전통적인 의미에서 집은 삶을 위한 공간이다. 하지만 최근의 미디어 전경에서 접하는 집은 삶의 장소라기보다 죽음의 장소인 듯하다. 일례로 최근 방영한 드라마 에서 집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떨어져 혼자 고립되어 살아가는 곳이거나, 폭력과 살인이 일어나는 주요한 공간으로 설정된다. 이제 집은 더 이상 외부 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안전한 성이..

책이야기 2023.09.10

작가 황석영도 화딱지 나게 했던 이 영화

작가 황석영도 화딱지 나게 했던 이 영화 군산에서 열린 '정담시네마 시즌2'에 다녀오면서 조종안(chongani) 23.09.03 12:24최종업데이트23.09.03 12:24 영화 은 이만희 감독 유작으로 1973년 (9월호)에 발표한 황석영 작가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세 주인공(영달, 정 씨, 백화)의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한국적 로드무비 원형으로 평가받는다. 1975년 개봉작으로 흥행은 실패했지만, 제14회 대종상 우수작품상 받았으며 '한국 영화 100선'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황석영 작가는 1960년대 이후 개발과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떠돌이 노동자와 술집 작부를 소설에 등장시켜 서로의 내면을 통해 인간적 유대감을 보여준다. 삼포는 가공의 지명으로 소외층이 안식 얻을..

책이야기 2023.09.10

도서관에서 벌어진 황당 사건, 싹 다 말해드립니다

도서관에서 벌어진 황당 사건, 싹 다 말해드립니다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 도서관에서 사서로 일하는 앨리 모건의 23.09.06 11:09l최종 업데이트 23.09.06 11:09l 전윤정(monchou31) 지난 2년간 도서관 이용자 대표로 마포 구립 서강도서관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운영위원 회의를 통해 사서가 얼마나 분주하게 일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가 책보는 동안 잠깐 봐달라던 부모가 빨리 오지 않아 퇴근 시간을 넘기고, 술에 취해 들어와 잠이 든 사람을 도서관 문을 닫기 위해 깨우는 등 상상하지 못한 일도 많았다. 멀리 영국 스코틀랜드에 있는 도서관도 마찬가지다. 앨리 모건의 는 평화롭게만 보이는 도서관 뒤의 대혼돈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사서의 일상을 실감 나게 전한다. 도서관은 책만 보는 곳이 아..

책이야기 2023.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