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369

웹소설이란 무엇인가

웹소설이란 무엇인가 박미향 | 문화부장 그가 울음을 참았다. 어머니를 뵌 지 얼마나 되었냐고 묻자 꾹 눌렀던 슬픔을 터트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에 사는 부모님을 2년간 뵙지 못했다고 했다. 덩치가 산만한 후배는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흐느꼈다.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클지 상상이 안 됐다. 동시에 9년 전 폐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아버지는 병원에서 그렁그렁 가래가 차오를 때면 두루마리 휴지 한 칸을 반으로 잘랐다. 쓰고 남은 반은 천천히 접어 머리맡에 고이 두셨다. 그러지 마시라고 몇번을 말씀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뭐든 아낄 수 있을 때 아껴야 한다.” 아버지의 청승이 싫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타박도 했다. 못났던 내가 ..

책이야기 2022.03.16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걷기와 공부

노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걷기와 공부 '자유, 너는 자유다' 출간한 도보여행가 이응석 작가 21.10.12 14:01l최종 업데이트 21.10.12 14:01l원동업(iskarma) 그는 도보여행가다. 섬, 산, 강, 우리나라 해안가 둘레길을 두루 걸었다. 걷기는 그에게 사유와 책으로도 이어진다. 이 노인을 볼 때마다 선뜻선뜻 놀란다. 이런 노인만 있다면, '노인문제란 게 왜 있겠나?' 하고 생각도 하게 된다. 참, '노인'이라는 말에 불편함을 느끼는 분도 있을 것이다. 왜 '어르신'이라고 안 하고 노인이라고 해? 그만큼 '나이든 사람 - 노인'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노인들은 약하고, 거동이 불편해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나. 치매라도 걸리면 가족과 사회의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

책이야기 2022.03.14

‘방만한 예산 집행’ 만화진흥원 왜 이러나

‘방만한 예산 집행’ 만화진흥원 왜 이러나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ㆍ기초지자체 출연기관 불구 감시·견제 없이 연간 200억원 사용 경기도 부천시는 한국의 대표 ‘만화도시’다.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만화상을 시상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열리고, 만화로만 한정하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한국만화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사업을 주관하며 부천에 만화도시라는 브랜드를 입힌 기관이 바로 한국만화영상진흥원(만진원)이다. 올해로 설립 24년차를 맞는 만진원은 지난해 집행한 연간 예산이 202억2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성장과 함께 드러난 부작용과 한계를 알리듯 기관 안팎 여기저기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국만화영상..

책이야기 2022.03.14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말해주는 것] 책 읽는 사회가 되려면

[2021 국민독서실태조사가 말해주는 것] 책 읽는 사회가 되려면 이정수(동국대학교 미래융합교육원 초빙교수) 2022. 3. 올 초 충격적인 일이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지난 1년간 성인의 종합 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으로 2019년에 비해 각각 8.2%p, 3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대외활동을 줄이고, 재택근무나 재택학습을 하였기 때문에 독서 활동이 늘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2020년 코로나19로 공공도서관이 휴관했을 때 무인대출반납시스템인 스마트도서관을 비롯하여 사서들이 워킹 스루, 택배 및 예약 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출 서비스를 하였고, 비교적 안정적으..

책이야기 2022.03.12

시와 커피와 고요

시와 커피와 고요 고영직 문학평론가 어느 장소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을 ‘케렌시아’라고 부른다. 원래는 에스파냐어로 ‘투우 경기장에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장소’라는 뜻이었으나, 자신만의 피난처 또는 안식처를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인다. 나를 위한 장소라고나 할까. 누구나 나를 위한 장소가 있다. 그곳이 동네 술집과 카페 같은 곳일 수 있고, 작은 서점·도서관일 수 있으며, 산·바다·강 같은 특정한 자연 공간일 수 있다. 나를 위한 케렌시아는 구체적인 장소를 지칭한다. 그런 장소에서는 나 자신이 편해지고 충만해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나 역시 동네 단골 술집을 비롯해 유독 마음 편한 장소들이 여럿 있다. 이곳에 가면 나 자신이 주인장이라도 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처..

책이야기 2022.03.12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어떤 책을 소개해야 어디 가서 잘 소개했다는 말을 들을까…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어떤 책을 소개해야 어디 가서 잘 소개했다는 말을 들을까… - 출판 담당 기자의 일상 이혜인(경향신문 문화부 출판 담당 기자) 2021. 5. 책을 좋아한다. ‘활자중독’, ‘독서광’, ‘취미는 독서’ 같은 확고한 수식어를 차마 스스로에게 사용하지는 못하겠으나, 책을 좋아한다는 정도까지는 괜찮을 것 같다. 타고난 범생이 인생에서 책은 ‘나라에서 허락한 유일한 일탈’이었으니까. 학창 시절 마음이 헛헛하면 도서관에 갔고, 지금은 일주일에 한 번은 오프라인 서점에 간다. ‘유·무료 독서모임 경험 다수’인 독서인구다. 책 안에 담긴 활자보다는 책의 물성 자체를 좋아한다. 그 어떤 신문 헤드라인보다도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제목, 손에 쥐는 순간 이미 그 분야 지식인이 된 것처럼..

책이야기 2022.03.09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빛바랜 가족사진, 굴곡진 ‘소수자의 역사’가 되다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빛바랜 가족사진, 굴곡진 ‘소수자의 역사’가 되다 가족사진으로부터 출발해 새로운 역사 쓰기 재일조선인 여성들의 빛바랜 가족사진, 굴곡진 ‘소수자의 역사’가 되다사진 크게보기 “혼자 쓰고 읽는 글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운영하는 글쓰기 수업, 보라글방에서 종종 등장하는 피드백 중 하나다. 꾸준히 글을 쓰는 훈련을 하며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공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제시된 글감에 맞춰 글을 쓴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글쓰기를 어떻게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다. 완성된 글을 제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글을 사려 깊게 읽고 피드백을 하는 일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 글과 글을 쓴 작가가 성장할 ..

책이야기 2022.03.08

[서평] 동고동락한 제자들 소환한 이봉환 시집 '중딩들'

학생들 이야기로 30여년간 시를 써온 시인 [서평] 동고동락한 제자들 소환한 이봉환 시집 '중딩들' 22.02.21 09:09l최종 업데이트 22.02.21 09:12l안준철(jjbird7) "중딩, 너희들과 희로애락한 지, 그 희로애락을 시로 써온 지 30여년, 그리고 여기 이곳의 너희하고는 3년, 올가을에는 너희하고 이런 약속을 하였지? '내 너희에게 시를 한 편씩 선물하마.' 갖가지 너희의 아름다움을, 발칙스러움을, 변화무쌍함을, 찬란함을 너희 밖으로 불러내 나무로, 시로 보여주겠노라고." - '시인의 말' 중에서 ▲ (푸른사상시선) 시집 표지 "내 너희들에게 시를 한 편씩 선물하마." 이봉환 시인은 3년 동안 동고동락한 중딩 제자들에게 그 약속을 지켰다. ⓒ 안준철 , 이봉환 시인의 여섯 번째 시..

책이야기 2022.03.08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북튜벼, 축의 전환 - 독서기록에서 좋음의 전달로

[사람과 책을 연결하는 사람들] 북튜버, 축의 전환 - 독서 기록에서 좋음의 전달로 공백(북 크리에이터) 2021. 5. 자세를 가다듬고 휴대폰 카메라의 녹화 버튼을 누른다. 만면에 생기 있는 웃음을 띠며 말한다. “안녕하세요. 공백입니다.” 목소리가 좋지 않다. 잠긴 목이 아직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헛기침 몇 번으로 목청을 가다듬은 후 다시 한 번 말한다. “안녕하세요. 북튜버 공백입니다.” 본격적으로 촬영이 시작되면 미리 준비해둔 스크립트를 단락 단위로 외워서 전달한다. 기억력이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촬영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자꾸만 틀리게 말하고, 재촬영하기를 반복한다. 녹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기억력이 원망스러워지지만, 재미있게도 나는 바로 이 나쁜 기억력 덕분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

책이야기 2022.03.05

[미디어셀러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미디어셀러 현상 어떻게 볼 것인가?] 텔레비전에 책이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조아란(민음사 마케팅부 콘텐츠 기획팀 팀장) 2021. 4. 최근 몇 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OOO책이 혹은 OOO 작가님이 방송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편집자나 홍보팀의 호들갑스러운 메일을 받는다. 이 메일을 받아든 마케터들은 ‘얼마나 팔릴까’하는 기대와 함께 부과되는 일련의 부산스런 마케팅 활동들(방송 로고 사용 허가 – 방송 홍보 – 본방 사수 – 바이럴 콘텐츠 제작- 띠지 제작/웹페이지 교체 - 서점협의 등)을 수행해야 하는 피로감을 동시에 느낀다. 그럼에도 미디어 노출은 때로는 (아니 거의 매 순간) 편집자나 마케터가 바라는 모든 것이고, “어디 방송에서 잘 좀 소개해주면 좋은데…”는 마케팅 회의 자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

책이야기 2022.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