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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가꾸기’ 사업…키 작은 활엽수 베어내 산불 키웠나

닭털주 2022. 3. 8. 12:57

숲가꾸기사업키 작은 활엽수 베어내 산불 키웠나

 

목재·에너지원 가치 높아 침엽수 선호한 역사

혼효림·복층림 등 자연림 지켰다면

토양, 그나마 덜 건조했을 것지적도

 

 

2020년께 경상북도 봉화군의 숲가꾸기 사업을 한 소나무림의 모습. 나무 사이의 간격이 넓고 반듯하게 자란 소나무가 주로 많다. 홍석환 교수 제공

 

경상북도 울진과 강원도 삼척, 강릉, 동해 등 동해안을 타고 오르는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는 유달리 심했던 겨울 가뭄과 강한 바람을 꼽는다.

이에 더해 기름 성분이 많은 소나무림이 많아 빨리, 멀리 불이 번질 수 있었다고도 분석된다. 2종 이상의 수종을 함께 자라게 하는 혼효림이나 키가 다른 나무들이 어울려 자라는 복층림 등 자연스러운 숲으로 유지하지 않고, 소나무 중심의 식재·솎아베기(간벌) 사업을 해 온 산림 경영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주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풀 베기나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등을 하는 것을 숲가꾸기라고 한다.

1970년대 이후 녹화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나무를 심는 사업을 주로 했다면,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는 숲을 가꾼다는 이름으로 숲을 관리하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임업통계연보를 보면 2004년 이후 5년 단위로 진행된 1~4단계 숲가꾸기 사업의 총면적은 460로 전 국토 총 산림 면적 64070%를 넘었다.

매년 20~30씩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목재나 에너지원으로 가치가 높은 침엽수불은 더 잘 붙어

 

이번 산불과 관련해, 한국 산림 경영 역사가 목재나 에너지원으로서 가치가 높은 침엽수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것도 문제였다는 분석이 있다. 초기 산불이 빠르게 번진 이유 중 하나로 기름이 많고 목재로서 가치가 높은 소나무림이 연료 역할을 했다는 지적들이다.

2010년 강원대 생물학과 대학원 석사 졸업 논문인 동해안 지역에서 소나무림과 굴참나무림의 산불취약성 비교를 보면, 소나무가 담배불을 붙였을 때 평균 착화(불이 붙거나 타기 시작하는 것) 시간이 평균 61초였으나 굴참나무는 91초였다. 또 소나무는 발화로 불이 진행됐지만, 굴참나무는 발화되지 않았다. 불이 났을 때 최대 온도도 소나무가 높았고 연소시간도 소나무가 길었다. 소나무와 굴참나무 모두 건조한 지역에서 자라는 침엽수와 활엽수를 대표한다.

 

전통적으로 한국 소나무는 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았다.

구불구불 자라는 낙엽활엽수보다 높고 반듯하게 자라는 침엽수가 목재로서 사용하기 좋기 때문이다. 또 기후위기로 석탄을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찾는 과정에서 석탄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바이오매스가 재생에너지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나무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바이오매스용으로 주로 소나무나 잣나무 등 침엽수가 활용되어 왔다. 바이오매스 연료화 과정은 나무를 작게 만들어 태우는데 활엽수는 단단해 가공 과정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만, 침엽수는 부드러워 힘이 덜 들고 같은 양의 나무를 태워도 열량이 높아 연료로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또 수종별 탄소배출 계수 등은 생육환경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 침엽수를 중심으로 연구가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김수진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바이오매스 연료가 온대 침엽수림이라며 한국 산림은 자연 상태로 두면 활엽수림이 더 많아지는 과정에 있는데 목재 활용을 위해 침엽수 중심으로 식재해왔던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 상태에서는 침엽수·활엽수 같이 자라는데

 

숲가꾸기 사업으로 숲의 다양한 능력이 훼손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자연 상태의 숲인 혼효림·복층림 등 에서는 서로의 상호작용을 통해 토양의 수분 함양이 보존되는데 산불이 난 산림 지역에서는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키가 작은 나무가 물을 모아주고 키가 큰 나무가 뿌리를 깊숙이 박으면 그 뿌리를 타고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게 된다건조한 대기·강풍 등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은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다. 그러나 숲가꾸기를 하지 않아 토양을 건조하게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대형 산불은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나온 국립산림과학원의 녹색댐 기능 증진을 위한 숲가꾸기 효과보고서를 보면 숲가꾸기 사업을 진행한 숲에서 단위면적당 2시간 동안 가장 많은 물이 유출되는 피크 유출량13배에 달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토양의 빗물 저장 능력이 떨어져 산 아래 지역에 많은 물을 쏟아내는 홍수피해로도 이어지고, 토양이 수분을 머금고 있는 능력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2011년 경상북도 봉화군 소나무숲 사진. 위 사진과 같은 장소라고 홍 교수가 설명했다.

홍 교수는 숲 가꾸기를 하지 않은 숲에서는 사진처럼 졸참나무 또는 신갈나무로 보이는 참나무와 다양한 낙엽활엽수가 소나무와 함께 자란다이런 나무들을 베지 않았다면 낙엽활엽수와 소나무가 서로 경쟁을 하며 비슷한 크기로 자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낙엽활엽수가 섞여있는 산이라면 기름이 많은 소나무만 있는 숲보다 산불이 번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석환 교수 제공 사진

 

외국에서도 숲가꾸기 사업은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 산림경영지도원이자 작가인 페터블레벤의 책 <숲 사용 설명서>(2018)를 보면 어린나무 가꾸기라는 말은 촘촘하게 늘어선 어린 나무들을 전기톱으로 잘라서 간격을 넓히는 작업을 일컫는다. 조금 더 자란 후에 실시하는 솎아베기도 마찬가지 의미라며 나무를 베어버리는 곳에선 언제나, 예외 없이 남은 개체들도 허약해진다. 벌목을 하면 나무는 절대 건강해지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산림청 솎아베기는 일부만솎아베기가 산불 방지에 도움된다

 

이런 지적에 대해 산림청은 숲가꾸기 사업의 산불 방지 효과 등을 들어 반박했다.

7일 오전 기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19553로 집계하고 있다. 이중 숲가꾸기 사업 면적만은 따로 집계되지 않았다. 산림청 쪽은 아직 진화 중이라 피해 면적 중 숲가꾸기 면적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 과거 조림 수종을 보면 리기다 소나무가 많았다. 활엽수는 구불구불 자라다 보니 쭉 자라는 잣나무·소나무 등을 많이 심었다고 답했다. 이어 숲가꾸기 사업 중 1/3만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림이고 2/3는 수원함양·휴양 기능 증진 등의 목적의 공익림이다. 지난해 숲가꾸기 가업 면적인 209중 솎아베기는 56에 불과하고 풀베기나 덩굴베기 등의 관리 작업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솎아베기를 통해 나무 간 경쟁을 줄여준 뒤 수거해 산불 발생 위험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미국 산림청의 보도자료를 토대로 연료인 나무를 일부 벌채를 하지 않으면 산불이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벌채한 뒤 꼭 수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