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박근혜의 대구시장 선거 개입, 역사와 정치의 퇴행이다

닭털주 2022. 4. 9. 18:09

박근혜의 대구시장 선거 개입, 역사와 정치의 퇴행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6·1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유영하 변호사의 유튜브에 8일 올라온 영상에서 제가 못다 한 꿈들을 저의 고향이자 유영하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하여 이루어줄 것으로 믿고 있다시민 여러분도 따뜻한 후원과 지지를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자숙과 반성의 시간을 보낼 것을 기대했던 국민 다수의 바람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24일 사면 뒤 머물던 병원을 나와 대구 자택에 도착한 자리에서도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며 지방선거에 관여할 뜻을 비친 바 있다.

또 지난 1일엔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선거 후원회장을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한발 더 나가 박 전 대통령이 직접 공개 지지 메시지를 냈다.

유 변호사를 정치적 대리인으로 내세워 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의도가 실제 통할지는 의문이지만, 적어도 지방선거를 발판 삼아 정치적 재기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민에 의해 탄핵되고 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그가 사면 뒤 4개월도 안 지난 시점에서 정치에 개입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가 용납될 수 없는 행위이다.

더구나 그는 지난해 말 건강상의 이유로 사면되기 전이나 후나

단 한번도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내놓은 적이 없다.

이날 영상에서도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운운하며

자신에게 내려진 역사적 심판과 법적 단죄의 시간을 정치적 고난쯤으로 호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전 대통령은 유 변호사가 지난 5년간을 저의 곁에서 함께했다는 점을 들어 대구 시민의 지지를 요청했다.

어처구니없다.

시민의 삶을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가 쟁점이 돼야 할 지방선거의 본질을 무시한 채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무대로 삼겠다는 태도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일정한 영향력이 확인되면 태극기 부대와 흩어진 친박을 규합해 본격적 정치 행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촛불의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자, 한국 정치의 크나큰 퇴행이 될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자숙하는 것이 그나마 국민들을 위한 길임을 깨닫기 바란다.

 

202248일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