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부화뇌동과 화이부동

닭털주 2022. 4. 19. 08:12

부화뇌동과 화이부동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맹자>에 실려 있는 말이다.

천시는 주로 계절이나 기후 같은 자연 조건을 뜻하지만, 성리학자 주희는 그날그날의 운세나 길흉 따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봤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뜻이 이렇게 드러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면 천시에 의지하는 것이 지리나 인화를 활용함보다 못할 수 있다. 인간은 하늘의 뜻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없기에 그러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

천시를 활용하려면 하늘의 뜻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사뭇 버거운 일이다.

지형지세의 이로움이라는 뜻의 지리는 천시에 비해 한결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형지세란 것은 정해져 있고 눈으로 확인도 가능하다.

문제는 지리가 좋다고 하여 늘 결과가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이다.

아무리 지리가 좋아도 그것을 활용할 줄 모르면 결국 무용지물이 된다.

임진왜란 때 조령이라는 천혜의 요새를 버리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통한의 패배를 당한 것처럼 말이다.

이에 비해 인화는 그것을 일구어내기만 하면 백전백승도 가능하다.

함량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지리나 천시에 의존하려 하고, 유능한 이일수록 인화를 중시하는 까닭이다.

그런데 조화내지 어울림을 뜻하는 인화의 ()’는 부화뇌동의 화가 아니다.

그것은 화이부동이라 할 때의 화이다.

화이부동은 함께 어울리되 서로 다르다는 뜻으로,

어울리는 목적이 부동그러니까 서로 다름의 공존에 있다.

반면에 부화뇌동은 무작정 어울려서 서로 같아진다는 뜻으로 어울림의 목적이 맹목적인 같아짐에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역사를 담고 있는 <국어>라는 고전에서는,

서로 다름을 위한 어울림은 만물을 생성하고 풍성케 하며 발전시켜 가지만,

맹목적인 같음을 위한 어울림은 그 반대일 뿐이라고 단언한다.

폭군의 대명사 주나라 유왕이 자신도 망치고 나라도 망하게 한 원인도 이것이라 일갈한다.

거짓을 일삼고 도덕에 눈 감은 자들이 끼리끼리 임금 주변에 모여 사리사욕을 일삼으니 어떻게 망하지 않고 배길 수 있겠냐며 탄식한다.

3000년 전쯤의 통찰이건만 도통 옛날이야기 같지 않은 오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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