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46

톡 쏘는 맛 없이 밍밍한 소주 닮아가는 신문들

톡 쏘는 맛 없이 밍밍한 소주 닮아가는 신문들 이희용의 줌렌즈hoprave@gmail.com   지역별 주요 소주회사와 대표 제품.진로 품귀 현상으로 곳곳에서 항의 소동 빚어  바로 전 해인 1975년 진로는 월평균 생산량 100만 상자를 돌파했다. 전체 소주 생산량의 42%를 차지하는 물량이었다. 가장 시장이 큰 수도권을 배정받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지금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덜해 전체 시장점유율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500여 개나 되는 소주업체를 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 10개로 줄인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남은 업체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었다. 특히 비수도권 업체들은 권력이 해당 지역 독점을 보장해준 셈이어서 편하게 장사할 수 있었다. 품질 향상이나 서비스 개선에 신..

칼럼읽다 2024.11.10

"문장은 짧게" 강조했는데 예외도 있네요

"문장은 짧게" 강조했는데 예외도 있네요긴 문장에 담긴 어르신들의 진심... 나를 위해 잘 가르치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다24.11.07 11:41l최종 업데이트 24.11.07 11:41l 최은영(christey)  2024년 2월부터 주 1회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싣습니다.[기자말]  나는 복지관에서 '내 인생 풀면 책 한 권(내풀책)'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 복지관의 많은 수업 중 굳이 글쓰기를 선택해 주신 어르신들에게 나는 늘 고맙다. 그러니 하나라도 더 알려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매우 긴 문장을 쓰신다. 한 문장이 A4용지 10포인트 기준으로 3줄을 넘기는 일이 잦다. 문법 오류를 줄이려면, 읽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문장..

책이야기 2024.11.10

책방 순례

책방 순례입력 : 2024.11.06 20:05 수정 : 2024.11.06. 20:14 임의진 시인  예전엔 ‘데모’의 세상이었다. 지금은 이 세상 분이 아닌 마광수 교수는 대학생 시절을 회고하기를 “나는 대학 1학년은 데모를 옆에서 지켜보거나 참가하는 것으로 끝이 난 것 같다. 그 긴 휴교의 가을방학 기간 동안 나는 유용한 시간들을 많이 가졌고, 학교 뒤 숲을 거닐며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가 있었다”. 기이한 청춘을 보냈음직한데, 소싯적 프로이트와 융, 쇼펜하우어의 ‘비극적 인생’을 읽는 등 사색과 독서를 즐겼더란다. 책 읽는 시간보다는 손전화기와 소셜미디어 방에 올린 제 얼굴을 더 많이 쳐다보는 세상이 되었다. ‘칼 마르크스’를 곱씹던 세대와 달리 요새 청춘들은 ‘칼 마구대스’ 외모 성형과 ‘돈타령..

책이야기 2024.11.09

빨래에 관하여

빨래에 관하여입력 : 2024.11.07 19:53 수정 : 2024.11.07. 19:57 이갑수 궁리출판 대표  오래전 기억. 어머니 떠나시기 직전 그래도 기력이 좋을 때 두어 달을 함께 지냈다. 파주출판단지 사무실의 원룸에서였다. 모처럼 모자간에 밥을 끓여 먹으면서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지나간 생활에 관해 어머니처럼 많이 알고 계시는 분이 또 있으랴. 어머니야말로 내 곁에 현현하는 스토리텔러이지 않은가. 기억력이 비상한 어머니는 소쿠리 들고 산딸기 따던 소녀, 멀리 덕유산으로 산나물 캐러 다니던 새색시, 시골에서의 시집살이 때 일들을 풍성히 이야기해 주신다. 어느 날엔 콩나물 재배기를 장만했다. 어머니의 지도를 받으며 한쪽 구석에서 직접 키우기도 했다. 무럭무럭 자라는 콩나물 앞에서 ..

칼럼읽다 2024.11.09

스마트폰 갤러리

스마트폰 갤러리입력 : 2024.11.07 20:06 수정 : 2024.11.07. 20:08 임종진 사진치유자 당신의 가슴과 접속하는 시간  사물과의 이별 ⓒ임종진  지금 당장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살펴보자. 어제 담아둔 따끈따끈한 것에서부터 기억도 가뭇한 수년 전 사진들까지 당신의 소중한 순간들이 시기별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당신만의 어느 특정한, 사람과 사람들 그리고 공간과 사물들이 파노라마 풍경처럼 펼쳐지면서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과장하자면 각각의 생명성으로 부각된 모든 사진들이 줄지어서 자기부터 봐달라고 아우성을 칠 것이다. 대충 훑지 못할 당신은 천천히 서두를 일 하나 없이 흐뭇하게 즐기면 된다. 어떤 사진 앞에서 당신은 눈을 못 뗀 채 뭉클해지는 경..

사진놀이 2024.11.09

학과 서열화와 사회학과 장례식 [유레카]

학과 서열화와 사회학과 장례식 [유레카]황보연기자수정 2024-11-05 18:52 등록 2024-11-05 15:15  김재욱 화백  1950년대 ‘인기 학과’는 농대와 광산학과 등이었다. 농림어업이 전체 산업생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시절이다.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하고 제조업 비중이 커지면서 공대가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전화기’(전자·전기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의 전성시대가 이어졌다. 1964년 서울대 의예과의 합격 점수는 자연계열 10위권 밖이었다. ‘의대 열풍’이 시작된 것은 외환위기 이후다. 안정적 소득을 얻는 전문직 선호도가 올라간 영향이었다. 지금은 ‘의약치한수’(의대·약대·치대·한의대·수의대)로 대변되는 의약학 계열이 전국의 최상위권 수험생을 싹쓸이하고 있다. 이..

카테고리 없음 2024.11.07

유쾌한 저항

유쾌한 저항입력 : 2024.11.05 21:01 수정 : 2024.11.05. 21:02 이소영 제주대 사회교육과 교수  살 것이 있어 구시가지에 나왔다. 초겨울 토요일 밤이었다. 버스 정류장에 내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대각선 맞은편으로부터 함성이 들려왔다. ‘하야하라’ 구호가 적힌 팻말과 촛불을 든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어 제주시청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서는 중이었다.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던 한 할아버지가 그쪽을 보더니 “와, 데모 크게 하네” 혼잣말하셨다. 그러자 옆의 할머니가 단호한 목소리로 “저건 데모가 아니라 집회지. 촛불집회!” 정정하며 “그래. 저렇게라도 해야지.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니 내가 속이 상해서”라고 덧붙였다. 데모와 집회가 어떻게 다르냐고 할아버지는 질문했다. 실은..

칼럼읽다 2024.11.07

버려진 피아노 [포토에세이]

버려진 피아노 [포토에세이]수정 2024-11-04 18:56 등록 2024-11-04 16:43  멀쩡해 보이는 어쿠스틱 피아노가 1만원짜리 대형폐기물 신고 딱지를 붙인 채 동네에 버려져 있었다. 지나가던 한 중년은 “소리는 괜찮은데”라며 건반을 두드려 보았다. 절대음감이 없는 나로선 현이 틀어져 있는지는 모르지만, 귀에 익은 선율은 맑은소리로 들렸다. 요즘 들어 버려진 피아노가 가끔 눈에 띈다. 한때 집안에서 소중한 보배였을 텐데, 소리 조절이 자유롭고 조율이 필요 없는 디지털 피아노에 떠밀려서일까? 그리고 보니 피아노 있는 집마다 고사리손으로 쳤을 ‘엘리제를 위하여’ 연주를 들어본 지 오래되었구나.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칼럼읽다 2024.11.06

서가의 책을 버리는 법 [똑똑! 한국사회]

서가의 책을 버리는 법 [똑똑! 한국사회]수정 2024-11-04 18:47 등록 2024-11-04 16:44 강병철 |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출판인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책을 천하게 여기는 것은 아비를 천하게 여기는 것”이란 말씀을 듣고 자랐다. 자라면서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주로 헌책방을 드나들었지만, 낡은 책도 소중히 여겼다. 한창 돈을 벌 때는 책과 음반을 마음껏 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뻤다. 그러다 전자책이 나왔다. 신세계였다. 쌓여만 가는 책을 기증하거나 폐기하지 않아도 되고, 휴대폰만 있으면 수천권의 장서를 고스란히 갖고 다닐 수 있었다. 그래도 캐나다 이민 올 때 수백권의 종이책을 가지고 왔다. 짐을 줄여야 했지만 도저히 버릴 수 없는 책이 너무 많았다. 이민 생활은 힘들었다. ..

책이야기 2024.11.05

지자체의 ‘소개팅’

지자체의 ‘소개팅’입력 : 2024.10.30. 19:25 이명희 논설위원  서울시가 다음달 23일 개최하는 서울거주 미혼남녀의 소개팅 행사 ‘설렘 in 한강’ 포스터. 서울시 제공  한때 ‘마담뚜’라 불리는 직업이 성행했다. 마담뚜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는데, 책 속 주인공 초희와 두 자녀를 둔 50대 부자의 결혼을 마담뚜가 연결해줬다. 마담뚜는 부유층에 중매를 서고 거액의 사례금을 받다가 사회 문제가 돼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결혼정보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과거 매파에서 마담뚜, 전문업체로 중매 시장의 산업화가 이뤄진 셈이다. 심정적으로, 사람들은 중매보다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를 원한다. 한 번쯤은 운명 같은 사..

칼럼읽다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