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회 비정규 노동 수기 공모전 우수상] 나는 12년차 비정규직 강사입니다 임하정 | 영어회화전문강사 밀레니엄 시대라 환호하던 2001년, 저는 33살의 나이로 영어영문학과 편입 시험을 치렀습니다. 면접을 보셨던 교수님께서 나이를 물으시더니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이’라고 하시며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아침 일찍 도시락을 준비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학교 도서관에서 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며 직장 생활을 함께 했던 10대에는 밤새워 공부하는 것을 얼마나 동경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영어 과목을 좋아했는데, 제가 처한 열악한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씨앗을 드디어 밭에 심은 기분이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이력서에 ‘영문과 졸업’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