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과 평등의 대가 인아영 문학평론가 한 소설가가 카페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제 소설에는 ‘한 방’이 없다고 하잖아요.” 비판을 의식해 자기 소설을 방어하려는 모양이다. 그래, 결정적인 한 장면, 에피파니, 와우 포인트가 없으면 소설 쓰는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여겨지곤 하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한 방’일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소설가는 일부러 그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설에 쓴 모든 문장이 그 ‘한 방’을 위해 씌어진 것 같잖아요. (…) 모든 자잘함을 지우며 홀로 우뚝 선 한순간을 지지하는 것에 찜찜함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유난스러워보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찬양하고 드높이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