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과 이동원 / 정혁준 정지용의 시를 읽을 수 없을 때가 있었다. 엄혹한 군사정권 시절 정지용은 북한으로 간 ‘빨갱이 작가’로 찍혔다. ‘시는 정지용, 문장은 이태준’이라고 할 정도로 그의 시는 빼어났지만, 이데올로기는 문학에 족쇄를 채웠다. 정지용의 시 대부분이 금서였다. 출판사도 출판을 꺼렸다.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1988년 민주화되면서 그해 7월에서야 금서 목록에서 풀렸다. ‘향수’는 정지용의 대표적인 시다. 이 시 제목을 ‘고향’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고향’이란 제목의 정지용 시가 따로 있다. 정지용은 ‘향수’를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다닐 때 교지 에 선보였고, 1927년 종합잡지 에 정식으로 발표했다. ‘향수’는 민주화 이전에는 읽을 수도 없었지만, 지금은 고등학교 1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