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예술이 된 서커스

닭털주 2023. 12. 3. 10:07

예술이 된 서커스

 

 

 

서커스 하면 왠지 막연한 향수가 느껴진다.

어린 시절 실제로 보지 못했어도 티브이(TV)나 영화, 하다못해 전자오락실 게임으로라도 접해봤을 것이다. 외줄과 공중그네 타는 곡예사, 우스꽝스러운 어릿광대, 사람 말을 척척 알아듣는 듯한 코끼리 등이 떠오른다.

서커스는 원형(circle)을 뜻하는 라틴어 키르쿠스(circus)에서 유래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키르쿠스라 부른 타원형경기장에서 전차 경주, 검투사와 야수의 혈투 등을 즐겼다. 로마인들에게 제공된 빵과 서커스는 위정자가 시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우민화 정책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우리에게 낯익은 근대 서커스는 18세기 영국에서 필립 애스틀리가 시작했다.

사람이 말 타고 묘기 부리는 마장마술 중심이었다.

이후 다양한 곡예와 동물 묘기로 확장됐다. 서커스는 19세기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더욱 보편화됐다.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은 지상 최대의 쇼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서커스를 대형화·사업화했다.

바넘의 이야기는 휴 잭맨 주연 영화 위대한 쇼맨’(2017)으로 만들어졌다.

국내에선 동춘서커스단이 유명하다.

1925년 동춘 박동수가 창단한 한국 최초의 서커스단이다.

196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배삼룡, 이주일, 서영춘, 남철, 남성남 등 스타를 배출하는 등용문 구실도 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텔레비전 등 대중매체에 밀려 쇠락했다. 2009년 해체 위기까지 갔다가 되살아나 지금은 경기 안산 대부도에서 상설 공연을 하고 있다.

 

1980년대 침체된 서커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들이 등장했다. 캐나다 퀘벡 길거리 공연단에서 출발한 태양의 서커스.

과거 동물 학대 논란을 부른 동물 묘기를 없애고, 인간의 몸에 집중한 공연을 펼쳤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콘셉트와 스토리를 내세운 것도 특징이다. 1984년 정식 공연 시작 이래 지금까지 90개국 1450개 도시를 돌며 365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이들이 지금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빅탑 텐트 공연장에서 펼치는 루치아는 멕시코 문화를 배경으로 한다. 다니엘 라마르 태양의 서커스 부회장은 언젠가 한국 문화 바탕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태양의 서커스든 다른 국내 작품이든, 우리 문화를 접목한 색다른 서커스를 보고 싶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