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식지

43번째 월간 상태책 소식지 -2025년 4월호- 다시 도서관으로

닭털주 2025. 5. 16. 10:53

43번째 월간 상태책 소식지 -20254월호- 다시 도서관으로

2025. 4. 30

 

다시 도서관으로

 

 

202546일 오랜만에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당진 우강 소들빛작은도서관에서 시집을 빌리던 이후 처음이다. 그곳에서 수업이 있어서 수업하러 갔다가 빌리곤 했다. 당진시립중앙도서관은 집에서 50여분 걸어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

 

321일 양산으로 이사해서 서재 정리를 하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서 집 맞은편에 있는 양산시립삼산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 시작했다. 집 앞 동산초등학교에서 큰길을 건너 5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다. 작년 1월에 개관했다. 용인 보라도서관에서처럼 대출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제 소식지를 다시 만들려고 했다. 순전히 내 독서이력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아참, 한 가지 더 있다. 421일부터 양산에 있는 중학교 두 곳으로 방과후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장소가 모두 학교도서관이다. 수업에 필요한 책이 없었다.

 

다시 상태책 소식지를 발간하는 과정은

20194월 월간 상태책 소식지를 발간을 시작했다. 그냥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일이다. 그러던 것이 202242회를 끝으로 중단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다. 아무튼 202210월호 <바쁜 달 그리고 동네책방>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다시 소식지를 만든다. 지금은 네이버 티스토리에 글을 올린다. 202221<닭털주의 사진놀이> 시즌 3를 시작하면서 티스토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상황이다.

참 그렇다. 상황이 바뀌면 읽는 책도, 책을 사는 곳과 책을 빌리는 것도 달라진다. 2018년 서울시에서 시작해서, 안양시, 용인시, 당진시 그리고 이제 양산시다. 이곳은 어떨지 오기 전부터 많이 설레었다. 내가 가까이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이 있기 때문이다. 양산에 집을 구하러 몇 번 오가면서 양산천 옆에 도서관이 있어서 너무 좋았다.

 

아직 책 빌리는 루틴이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2층 어린이자료실에서 그림책 3권을 빌리고 나머지 예닐곱권은 3층 일반자료실에서 빌린다. 일반자료실에서는 총류와 시집, 소설책을 주로 빌린다. 책은 총 10권까지 가능하고 2주 기간이고 1주 연장도 가능하다. 평일엔 930분까지, 토일요일에는 6시까지다. 거의 매일 오갈 수 있는 환경이다.

 

가장 좋았던 책은

 

황인찬 시인이 글을 쓴 <백살이 되면>, <사랑은, 달아> 그림책이 있고, 베트남 작가 레민퀘의 <머나먼 별들> 소설집과 방윤희의 <쓸데없는 사물도감>과 글쓰기에 관한 책으로 위근우의 <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헤밍웨이의 <글쓰기의 발견>이 있다.

물론 그림책은 다 나름 그림체가 좋거나 잔잔하게 다가오는 내용이 좋아서 고르긴 했다. 김기태의 <평균교양> 소설도 학교 이야기여서 구미를 당기게 했다.

<사랑은, 달아>는 사랑을 잃은 한 남자에게 찾아온 떠돌이 개가 남자를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잔잔하게 인간이 개를 통해 마음을 여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머나먼 별들>은 베트남 전쟁이야기를 이렇게 경쾌하게 쓸 수 있는지 감동을 받았다. 종군기자로 활동했전 여성작가의 위트가 엿보였다. 헤밍웨이의 <글쓰기의 발견>은 대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가 나를 흔들었다. 작가는 소설이 잘 써지지 않으면 편지를 쓴다고 했다. 당연히 직설적이고 솔직할 수밖에 없다. 좋은 문장이 많았다. 위근우의 <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여러 상황에서 글을 쓸 수밖에 없는 글쓰는 노동자의 삶을 잘 보여주었고, 조금은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해주어 설득력이 돋보였다. <쓸데없는 사물사전>도 우연히 발견했는데 너무 좋았다. 물건을 버리는 걸 싫어하고 이것저것 주워오는 습관을 가진 작가가 사물에 대한 애정이 돋보였다. 사물을 이렇게 바라볼 수 있구나 싶었다. 예전에 사물에 관한 책 10여권을 북큐레이션 한 적이 있는데, 새로운 발견이어서 정말 좋았다. 작가가 일러스트여서 어쩌면 가능한 점도 있었다.

 

내가 찾은 문장들 - 헤밍웨이의 <글쓰기의 발견> 중에서

 

나는 글쓰기를 아주 좋아한다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글쓰기가 쉬워지지 않아. 자신의 능력이상으로 잘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해도 글을 쉽게 쓴다는 건 기대할 수 없다네.

 

글쓰기 방법에 관해 정해진 규칙은 없습니다. 때론 쉽게 완벽한 글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바위에 구멍을 뚫어 화약을 넣고 폭파시키는 것처럼 어려울 때도 있지요.

 

있을 법하지 않은 소재를 찾아내 완벽하게 있을 법하고 흔한 이야기로 만들어내야 하고, 또한 평범하게 보이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이야기가 글을 읽는 사람의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인간에 관해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먼저 그 주제에 대해 알아야 하고, 그다음엔 어떻게 써야할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 두가지를 배우는데 평생이 걸린다.

 

내가 옮겨 적은 문장 위근우의 <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중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문장이 아름다운 건, 그것이 글의 대상에 대한 적확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이란 결국 대상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방향성 안에서 구성된다. 기획력과 문장력은 둘이 아니며, 대상을 통찰하는데 필요한 이론적 배경도 분리될 수 없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글을 써야 한다. 딱히 다른 길은 없다.

 

어떤 글도 그 자체로 완결될 수 없다는 것, 글의 가치는 더 나은 논의를 위한 기여에 있다는 믿음은 내 글쓰기의 가장 큰 전제다. 언제나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언어에 대해 고민하는 건 그래서다. 논의란 우리가 발 딛고 서 있는 세상 위에서 각기 다른 입장과 욕망을 지난 참여자들이 서로의 논거를 교환하며 가장 합리적인 결론에 이르기를 기대하는 행위다. 당연히 이 대화는 각 참여자들이 속한 자신의 믿음을 구성한 구체적인 현실에서 벌어지며 대화의 언어 역시 이 세계를 지시한다.

 

내가 찾은 끌리는 시 몇 편

 

풀꽃 따라간다

임성용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나, 는 말은

돈보다 사람이 귀하다는 것인데

사람보다 돈이 앞서면 안 된다는 말인데

 

사람은 돈을 따라간다

잘나고 못나고 도덕적이고 아니고

보수고 진보고 간에 그건 중요하지 않다

돈 없으면 나도 나를 무시한다

 

그는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 편이라고 하지만

그에게 돈 없고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했다

사로잡힌 꿈이 못 견디게 아프다는 눈빛 주변에

누구보다 명예롭고 높은 이름들이 많다

 

풀꽃을 따라가는 사람도 있다

풀꽃 곁에 있는 사람은 숨긴 욕망마저 푸르게 지운다

시장통 아이처럼 눈치 빠른 사람은 어느 사람과 친밀하고

어느 자리에 발을 뻗을지 어깨높이 어울리는 거리를 안다

 

저 수많은 싸움에 외침에

저 찬란한 광장에 대지에

오로지 풀꽃의 힘으로 봄의 자랑이 충만하다

풀꽃에 묻혀 일하다 지친 사람은 풀꽃 냄새 진한 혀를 빼문다

풀꽃은 아무 데나 피고 풀씨는 아무 데나 떨어져 자란다

 

등이 뜨겁다

김용만

 

햇살이 좋아 이불 널어놓고

호미를 들었다

마당 텃밭을 돌아

뒤란 밭과 꽃밭까지 한 바퀴 돈다

풀들은 잔뜩 긴장하고

꽃들은 좋아 죽는다

너의 죽음으로 나는 꽃피나니

땅을 안고 사는 이는

등이 뜨거워도

가슴이 먼저 젖는다

생은 어찌 보면 뽑아 쥔

한 줌 풀 한 포기 같지만

뜯기지 않은 뿌리다

흔들리며 뿌리가 크듯

뿌리가 역사를 쓴다

너는 어디서 시를 줍고

어디다 버릴거냐

앞산 밑 고라니가 캑캑거린다

 

우리 시대의 시

함기석

 

시청광장에서 처형된 사형수다

그녀의 눈동자에 고인 12월의 밤하늘이고

목에 걸린 인조 목걸이다

 

육교 계단에서 추위에 떠는 고아들

녹슨 빗속을 최면 상태로 걸어가는 부랑자들이고

젖은 불빛이다

 

낫들이 활보하는 도시

거리엔 웃음 없는 무녀의 피가 떠돌고, 우리의 얼굴은

죽음이 화인 火印으로 남긴 검은 판화들

 

잠들면 종이가 자객처럼 내 눈을 베는 소리 들리고

고열과 오한 사이에서 나의 펜은

눈물을 앓는 새

 

시인

함기석

 

모든 꽃은 예언이다

 

불꽃들 다 지리라는

 

침묵이 활짝 꽃피자

 

모든 말이 시들었다

 

<참고> 4월 읽은 책

 

그림책

휘슬이 두 번 울릴 때까지, 이명애, 사계절, 2024

어떤 날은, 파올라 퀸타발레 지음, 미겔 탕코 그림, 문학동네, 2025

호두와 사람, 조원희, 사계절, 2024

백살이 되면, 황인찬 지음, 서수연 그림, 사계절, 2023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송미경 글, 김종민 그림, 모래알(키다리), 2021

모자의 숲, 김승연, 텍스트컨텍스트, 2022

, 주앙 고메스 드 아브레우 글, 야라 코누 그림, 임은숙 옮김, 키즈엠, 2013

사랑은, 달아, 박세연, 난다, 2023

차갑고 뜨거운 이야기, 자현 글, 차영경 그림, 노란돼지, 2022

도시 가나다, 윤정미, 향출판사, 2022

여행의 시간, 소연정, 모래알, 2021

심장소리, 정진호, 위즈덤하우스, 2022

언제나 어디에나, 김원희, 달그림, 2024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신혜진, 글로연, 2024

숲속의 먼지, 이진희, 웅진주니어, 2024

 

소설

머나먼 별들, 레민퀘 지음, 최하나 옮김, 글누림 2023

셋셋, 김혜수, 이서희, 김연민, 이지연, 양현모, 전은서, 한겨레출판, 2025

단지 소설일 뿐이네, 구병모, 문학실험실, 2024

2024 15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문학동네, 2024

소설 보다 겨울 2023, 김기태 성해나 예소연, 문학과지성사, 2023

 

시집

꿈의 온도, 정의현 시집, 황금알 시인선, 2024

모든 꽃은 예언이다, 함기석, 걷는사람, 2023

우화들, 김겨울, 시간의흐름, 2024

내가 지은 집에는 내가 살지 않는다, 고영서 외, 삶창, 2023

 

수필

몸짓, 김응숙, 에세이문학출판부, 2023

 

기타

GPT의 거짓말, 트랜드연구소, 동양북스, 2023

이토록 귀찮은 글쓰기, 위근우, 시대의창, 2023

헤밍웨이, 글쓰기의 발견, 래리 W. 필립스 엮음, 박정례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2024

소설독본, 미시마 유키오, 손정임. 강방화 옮김, 미행, 2023

쓸모없는 사물도감, 방윤희, 자연과생태, 2024

소설 쓰는 기술, 이디스 워튼 지음, 박경선 옮김, 젤리클, 2023

이야기로 양산하다, 메깃들마을학교 엮음, 창비

우리말 기본기 다지기, 오경철, 교유서가, 2024

굳세고 다정하고 가능한 한 많이 웃으며, 마야 안젤루, 위즈덤하우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