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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번째 월간 상태책 소식지 -2025년 5월호- 일단 다양한 책 읽기로

닭털주 2025. 6. 14. 15:08

44번째 월간 상태책 소식지 -20255월호- 일단 다양한 책 읽기로

2025. 5. 31~ 6. 5

 

일단 다양한 책 읽기로

 

2025년 들어와서 두 번째 소식지다. 양산에 온 지 두 달이 지났다. 처음 몇 주간은 서재 정리에 정신없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선 조금 여유를 가졌다. 봐 두었던 삼산도서관을 다녀왔다. 일주일에 두 번 남짓. 4월엔 75월엔 8번이다. 오후수업이 없는 화요일이나 목요일에 간다. 보통 6권 내외를 반납하고 그만큼 빌린다. 분야는 그림책, 시집, 소설집과 산문집 중심이다. 그밖에 언어와 글쓰기, 예술에 관한 책이다.

 

그림책은 문해력 수업에 최고다. 그런데 고르는 게 쉽지 않다. 어린이자료실 인만큼 어린이를 위한 책이 대부분이다. 그중에서 골라야 한다. 내 취향과 아이들 감성을 도와주고 이야기가 있는 책을 찾는다. 한 가지 추가하면 너무 길면 안 된다. 그건 그냥 내가 좋아서 읽기도 한다. 문해력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과 문해력을 위한 책의 교집합이다. 일부 책은 문해력에는 도움이 되지만 나는 감동하지 못하거나, 일부 책은 문해력에는 적절하지 않지만, 나에게는 너무 좋다. 그냥 문해력만을 위한 책을 고르는 건 심심한 삶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책만 읽는 것도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다. 구름도 만나면서 하늘을 난다고 해야 하나. 책을 가지고 하늘을 떠돌다가 언젠가는 추락할지도 모른다. 물론 가장 좋은 건 둘 다 만족하는 책이다. 그렇다고 그 책이 정말 좋은 책이냐는 것과는 다르다.

이번 달에 읽은 그림책 중 끌렸던 책은 송미경의 <나는 흐른다>와 이하연의 <눈물을 참았습니다>, 크빈트 부흐홈츠의 <순간 수집가>, 박요셉의 <핑퐁클럽>이다. 가슴을 적시거나 외로움을 더하거나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도 좋았다. 판화그림 같은데 흥미로웠다. 이야기도 감동 그리고 생각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 같았다. 한때 머리가 수북하게 자랑스럽게 자랐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살다보면 원치 않은 일은 항상 생기는 법이라고. 머리카락 3올만 남는다. 그때부터 피오렐로 씨의 고군분투가 시작된다. 행사에 갔다가 놀림을 받고서 뽑아버리려고 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고 포기하고 다른 곳에 마음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남은 3올 마저 빠져버린다. 그때 기쁨도 슬픔도 아닌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신이 그 순간 무엇을 하고 싶어 진 것이다. 바로 식물을 키우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 것인가를 알게 된 거다.

 

소설은 <책 산책가>가 최고다. 양산에 와서 현재까지 읽은 소설 중 최고다. 아니 내가 알고 있는 책에 관한 소설 중 으뜸이다. 으뜸자리에 있는 <섬에 있는 서점> 만큼이나. 문장도 너무 아름다웠다.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는 이야기 전개도 좋았다. 소설 속에는 내가 알거나 모르거나 하는 수십 권의 책이 나온다.

 

시집은 그저 그렇다. 일부 마음에 드는 시들은 내 티스토리에 올렸다. 이름으로 빌리거나 제목으로 빌린 시집이다. 다음에 다시 보면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기타 책은 수필을 포함한 인문학책이다. 그중 몇 권을 소개한다.

사진 에세이인 <마음, 스밈>은 뒷부분을 빼고는 나쁘지 않았다. 사진에 대한 추억을 살린 책이다. 이번에는 언어에 대한 책이 5권이 넘는다. 그냥 읽을 만한 책들이다. ‘말들시리즈도 좋아한다. 아무튼 시리즈도 괜찮았다. 엄청 좋다기보다는 도움이 되었다는 말. 헌책 이야기, 집이야기, 메모이야기 모두 좋았다. 이번에 정성을 다해 읽은 책은 두 권이다. 소설 창작에 관한 책과 <음악의 쓸모>라는 음악 이야기 책이다. 조금 알려진 소설가의 솔직한 소설 창작이야기는 와 닿았다. 공모전에 떨어지고도 여러 문학상을 받는 과정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었다. 산문집과 소설 중 어느 것으로 글을 써야 하는지, 장편과 단편도 마찬가지다. 등단 이야기도 와닿았다. 내 관심사여서 꼼꼼이 읽었다. 이 소설가의 소설을 한 편도 읽지 않았는데, 앞으로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음악 이야기는 참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멋있었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이야기도 괜찮았다. 잘 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만으로도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라는 것. 음악, 노래를 어떻게 접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과 노래를 찾아 듣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야기도 좋았다. 나도 한때 음원을 열심히 다운받아 내 노래 목록을 만든 적이 있다. 1년 남짓?으로 기억한다. 그 목록을 아직도 활용한다. 나도 음악 아니 노래 이야기를 글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달은 다양한 책을 읽었다. 기분에 따라 소설과 수필에 조금씩 기울기도 한다. 그림책은 필수로 읽었다. 갈 때마다 3권씩 빌리고 집에서 보고 또 본다. 수필은 건너뛰며 읽기가 좋다. 소설은 읽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건너뛰며 읽기도 한다. 단편집은 별로인 경우엔 읽다 그만두고, 다른 단편을 읽기도 한다는 것. 장편은 푹 빠지지 않으면 끝까지 읽지 않는다. 앞 부분과 뒷부분만 읽기도 한다. 산문집은 주로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내용이 있으면 공책에 메모하면서 읽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필사하는 것과 같거나 조금 다르다. 자료가 되는 내용은 옮겨 적는다. 내용이 길면 사진으로 정리해서 옮긴다.

 

<감동적인 글모음>

 

마음이 보지 못하거나 마음에 넣지 않으면 보아도 진정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진동선<좋은 사진>

 

대상을 단순히 복사하는 것은 예술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 안의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 표현하는 것, 즉 감정을 일깨우는 것.

<앙리 마티스>

 

좋은 사진이란

외로울 때 외로움이 즐거울 때 그 즐거움이 땨뜻함을 느낄 때 그 따뜻함을 담은 사진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 스밈> 중에서

 

그때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지붕 아래 공간, 오래된 물건 만이 아니라 그 물건을 돌보는 사람, 흐르는 세월까지가 집이라는 걸.

오늘 어떤 일이 있었던 집은 나에게 반드시 익숙한 위로를 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지금 여기, 우리 집과 동네를 여행하듯 살아보면 어떨까. ~~~

하루하루를 여행지에서 보내는 하루처럼 소중히 여기면서. 나는 동네주민으로는 보지 못한 장면들을 여행자가 되어 바라봤다.

 

외로울 수 없다는 건 진짜 외로운 거구나, 내가 살고 싶은 삶이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도착하지는 않는다. 집을 떠올리면 맘속에 아련하게필터가 끼워진다.

집에 대한 내 감정은 결핍이었다가, 갈망이었다가, 절망이었다가, 포기였다가, 기쁨이었다가, 집착이었다가, 감사였다가, 사랑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

집에 관한 수많은 감정은 결국 내가 사는 공간이자 내 삶의 배경인 집을 사랑하고 싶어서 생긴 마음이라는 것을.

지나온 집들의 모든 시절을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집에는 내가 사랑한 한구석이 있었다는 것을.

 

<아무튼, > 중에서

 

삶에는 해결책이 없네. 나아가는 힘만 있을 뿐이야. 그 힘을 만들어내야 해결책이 뒤따라오는 것이네. <야간비행>

모든 진정한 창조는 미래를 속단하는 일이 아니며, 공상과 유토피아를 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다만 현재에서 읽어낸 새로운 얼굴이다.

경험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사랑은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둘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인간의 대지>

봄을 창조하기 위해 새벽부터 정원으로 나가는 정원사들을 봐라. 그들은 암술이나 꽃부리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저 씨를 뿌릴 뿐이다. <성채>

그러므로 인간의 내면에 있는 위대한 것이 항상 깨어 있도록 해야 하며, 그 위대함을 자신만의 고귀함으로 바꿔야 한다. <성채>

인생은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고, 분명하거나 막연하지도 않으며, 부조리하거나 앞뒤가 맞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인생은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언어만이 그것을 정리하거나 복잡하게 하고, 명확하게 하거나 모호하게 하고, 다양화하거나 획일화한다. <성채>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이 감춰져 있기 때문이야. <어린왕자>

글쓰기는 너 자신을 조금이나마 알게 해주고, 그리하여 너를 변화시키며, 희망을 품게 해준다. <성채>

완벽한 시는 너의 근육 하나하나를, 너의 모든 것을 자극하며 행위 속에 존재한다. 그것이 나의 의식 儀式이다. <성채>

나는 한 가지 자유밖에는 알지 못한다. 그것은 바로 영혼의 수련이다. <성채>

오직 방향만이 의미를 지니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향해 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죽음 외에는 다른 어떤 곳에도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채>

 

<셍텍쥐베리의 문장들> 중에서

 

소설은 둔재의 예술이다. 유명한 소설가를 살펴보면 늦은 나이에 데뷔해 정력적으로 작품활동을 펼치는 이가 많다. 장편소설은 둔재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김탁환>

당대에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파고들어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는 문학양식은 장편소설이라며, ”엉덩이가 무거안 사람이 좋은 작품을 쓰기 때문에 매일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 <김탁환>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중에서

 

들음은 온 마음과 몸을 써야 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잘 듣는 다는 것은 관심을 실천에 옮기는 것이고 반드시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

m.스캇펙<아직도 가야할 길> 율리시즈, 2011

누군가를 정말 이해하려고 한다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 살갗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서 걸어다니는 거지.” <앵무새 죽이기>

노년은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성향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돋보기에 불과하다.” <노년의 의미> 폴 투르니에

잘 말하는 사람에게는 귀를 열지만, 잘 듣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연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는 것, 그것은 힘이다. <듣는 힘> 아가와 사타코, 흐름

말하기의 반대는 듣기가 아니다.

말하기의 반대는 기다림이다. 프랜 리보위츠 2013, 미국 유머작가

 

<듣기의 말들> 중에서

 

저는 사랑이 잘 되면 좋지만 안 돼도 좋다는 생각을 해요. 모든 것을 사랑으로 볼 수 있을 때의 제가 좋긴 하지만, 사랑에 실패할 때, 슬퍼하는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나다워지는 것 같아요. 사실 인생의 사랑은 나 자신이어야 하고 그 마음이 좋을 때도 싫을 때도 그걸 표현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찾았으니까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무척 행복한 게 아닌가란 생각을 해요.

<김사월>

 

<음악의 쓸모> 중에서

 

할아버지는 책 산책가예요. 전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제겐 이름이 있는 거고 전 할아버지를 아는 거죠.”

 

책은 여러 방식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지. 마음도 녹이고 위급한 상황에서는 몸도 녹이고 말이야.

있잖아. 사람들은 읽는 걸 점점 잊어버리고 있어. 책 앞표지와 뒷표지 사이에 있는 사람들 이야기가 자신들의 이야기인데도 말이야. 모든 책에는 심장이 있는데 누군가가 읽기 시작해야 뛰기 시작해. 읽는 사람의 심장과 연결되기 때문이지. (58)

 

선물한 책이 읽히지는 않아도 선물을 한 행위는 그 자체로 마음이 담긴 정성이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지성과 취향에 대한 찬사이기도 했다.

 

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책도 배달하고 내가 관심없는 책도 배달하고 있어. 어떤 책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 수는 없는 거거든. 바보같은 책이 영리한 생각을 이끌어내기도 해. 약간의 어리석음은 아무도 해친 적이 없어. 그 어리석음이 커져서 퍼지지 않게만 조심하면 돼.”

(155)

 

좋은 책은 진짜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거란다.”

 

<책 산책가> 중에서

 

<읽은 책 목록>

 

그림책 21

핑퐁 클럽, 박요셉, 문학동네, 2021

나의 작은 집, 김선진, 길벗어린이, 2024

숨바꼭질, 김정선, 사계절, 2018

도두 다 음악, 미란, 사계절, 2024

나의 그늘, 조오, 웅진주니어, 2023

나무야 나무야, 김지영, 소원나무, 2024

이길 저길, 문정인, 달그림, 2024 2023 볼로냐 국제아동도서관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

나는 흐른다, 송미경 글 장선환 그림, 창비, 2023

같은 시간 다른 순간, 황성혜, 2025

그건, 고래, 김미래 지음, 다안 그림, 고트, 2024

나는 돌이에요, 지우, 문학동네, 2024

눈물을 참았습니다, 이하연, 책읽는곰, 2024

순간 수집가, 크빈트 부흐홈츠 지음, 이옥용 옮김, 보물창고, 2021

피오렐로 씨의 헤어스타일, 세실리아 루이스 지음, 김지은 옮김, 미래엔아이세움, 2024

나의 이야기, 알마, 후아나 마르티네즈-, 김경미 옮김, 다산기획, 2019

내 딱지 얘기를 하자면, 엠마 아드보게 지음, 이유진 옮김, 문학동네, 2023

시간의 노래 얀 투롭, 키티 크라우더 지음, 강수진 옮김, 책빛, 2023

거울을 든 아이, 안나 회그룬드 지음, 최선경 옮김, 곰곰, 2022

가장 아름다운 정원, 루카 토르톨리니 지음, 베아트리체 체로키 그림, 박문정 옮김, 산하, 2020

벽 너머에, 베니아미노 시도티 지음, 마리안나 발두치 그림, 이현경 옮김, 현암주니어, 2023

진정한 챔피언, 파얌 에브라히미 글, 레자 달반드 그림, 이상희 옮김, 다그림책(키다리), 2024

 

소설 5

하얀 바다의 단편소설, 추은정, 신석민, 박하, 그랭, 신이비, 강선우, 유철현, 소낙비, 달꽃, 2023

킬러 문항 킬러 킬러, 이기호 외, 한겨레출판, 2024

촉법소년, 김선미외, 네오픽션, 2024

잘못 걸려 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까치, 2023

책 산책가, 카르스텐 헨 지음, 이나영 옮김, 그러나, 2023

 

시집 6

돌이 천둥이다, 이재훈, 도서출판 아시아, 2023

가슴이 먼저 울어버릴 때, 박노식, 삶창, 2024

내일 다시 쓰겠습니다, 송경동, 아시아, 2024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이병률, 문학동네, 2024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시의 말, 문학과지성사, 2024

이바라기 노리코 시집, 이마라기 노리코 지음, 윤수현 옮김

 

수필 및 기타 15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동사책, 정철, 김영사, 2023

낱말의 장면들, 민바람 글, 신해림 사진, 서사원, 2023

아무튼, 헌책, 오경철, 제철소, 2024

아무튼, 메모, 정혜윤, 위고, 2022

나의 문학 답사 일지, 정병설, 문학동네, 2023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몫이 없냐? 아무개, 포르체, 2021

Nobody in the Sea 아무도 없는 바다, 최유수, 도어스프레스, 2017

마음, 스밈, 김선규, 기역, 2023

아무튼, , 김미리, 코난북스, 2024

소설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정진영, 파이프프레스, 2023

생텍쥐 페리의 문장들, 신유진 엮고 옮김, 마음산책, 2023

내가 없는 쓰기, 이수명, 난다, 2024

듣기의 말들,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기 위하여, 박총, 유유, 2023

음악의 쓰임, 조혜림, 파이퍼프레스,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