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3

눈물이 바다가 되는 일

눈물이 바다가 되는 일 입력 : 2022.12.08 03:00 수정 : 2022.12.08 03:04인아영 문학평론가 한 해를 정리하기에는 조금 이르지만 자꾸만 지난 일 년을 돌아보게 되는 나날. 연말에 함께 읽고 싶은 소설이자 올해 읽은 가장 아름다운 소설 중 하나로 현호정의 ‘한 방울의 내가’(‘릿터’ 2022, 10/11월호)를 소개하고 싶다. 주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가 하면 자꾸만 의문을 품고 다르게 살아보려는 존재도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물방울도 그렇다. 자고로 물이라면 강, 바다, 비, 눈, 수증기, 얼음으로 끊임없이 순환해야 하는 법. 지구 어디에선가 발생해, 더 커다란 물과 합쳐지거나 더 작은 물로 나뉘며, 기화되거나 액화되면서 형태를 바꾸고, 거듭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것..

책이야기 2023.01.23

여기 시인의 마을에서는

여기 시인의 마을에서는 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김여사의 어쩌다 마을] ‘시월애’는 우리 동네의 시 모임이다. 듣기만 해도 시심이 동할 듯한 이 이름은 ‘시를 넘어 사랑으로’란 뜻이란다. 도서관 동아리모임에서 시작해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문학의 궁극은 삶에 대한 사랑이니 참 멋진 이름이다. 참여하는 이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퇴직 교사, 손만두집 사장님, 디자이너 등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다. 나의 친구인 시인 애라도 시월애의 회원이자 정신적 리더다. 회원들은 매주 모여 시를 낭독하거나 직접 시를 써서 나눈다. 저마다의 색채와 온도는 다르지만 시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열정만은 한결같이 뜨겁다. 시를 사랑하는 이웃들과 함께 산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한때 동네에는 ‘우주회’라는 모..

책이야기 2023.01.23

출판사의 역할,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출판 에이전시] 지금 바로 여기는 K-출판의 기로다 출판사의 역할,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김성신(출판평론가) 2022. 7. 불황이라 부르지 맙시다 “한국 출판의 현황을 불황이라 부르지 말아야 합니다.” 출판인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에서 종종 서두로 꺼내 드는 말이다. “‘불황’이란 단어는 ‘호황’이라는 단어와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불황이라고 말하면, 호황이라는 단어도 자동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는 착각을 일으킵니다. 닥쳐온 이 불황을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호황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죠. 그런데 결코 호황으로 반전되지 않을 상황이라면, 그게 너무나 뻔하다면, 이를 불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부르는 게 마땅할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분명한 해결책을 원한다면, 정확한..

책이야기 2023.01.17

정신과에 간 스터디카페 사장님이 받은 처방

정신과에 간 스터디카페 사장님이 받은 처방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를 읽고 22.09.03 19:45l최종 업데이트 22.09.03 19:45l 김지은(whitekje) 올해 초, 남편이 좋은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고 했다. 바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무인 점포. 한 무인 점포의 본사 직원에게 직접 들었는데 매일 한두 시간 물건을 정리하고 청소만 하면 된단다. 무인 점포는 초기 비용이 그리 많이 들지 않아 자기가 대출을 받아 투자하고 부모님이 아르바이트식으로 관리해 주시고 내가 매니저를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남편은 자기가 언제까지 회사에서 이렇게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고 내 벌이는 불규칙적이고 얼마 되지 않으니 지금부터라도 노후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 출판 관련 프리랜서만 십 년 이상 해왔는데..

책이야기 2023.01.17

문학을 위한 사정

문학을 위한 사정 원도 | 작가·경찰관 요즘 아주 곤혹스러운 사정이 생겼다. 정말로 글이 안 써진다. 진작 탈고했어야 할 에세이 원고는 통 진척이 없고 내년 상반기 탈고해야 하는 소설 원고는 뭉툭한 단상만 툭툭 뱉고 있다. 칼럼 연재만 겨우 맞추고 있는 셈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 메모를 손에서 놓지 않는 것도 모자라 혹여 모아둔 언어가 새어나갈까 일기도 조심히 쓰던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데. 이어지는 직선 위의 하루일 뿐인데. 그 하루를 차지하던 덩어리의 주체가 달라진 이유가 있을까. 오랜 친구는 내가 더 이상 우울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만큼 글을 쓰지 못하는 거라고 나름의 진단을 내려주었다. 친구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확실히 개인적인 사정이 나아지긴 했다. 삼십대..

책이야기 2023.01.15

로봇 같은 직장생활... 이 책을 읽고 변했다

로봇 같은 직장생활... 이 책을 읽고 변했다 김영하의 를 읽었습니다 22.08.08 16:16l최종 업데이트 22.08.08 16:16l 장순심(baram1177) 학기 초 교사 동아리가 몇 개 만들어졌다. 그 중 코바늘 동아리와 독서토론 동아리에 이름을 올렸다.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각자 자신의 생활을 얘기하며 코바늘을 배우거나, 부담 없는 책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비록 한 시간이지만 두 모임은 사실상 수다를 위한 시간이었다. 목적 없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없고 그럴 짬도 없는 학교 생활 속에서 비록 한 달에 한 번이지만 동아리 모임은 이곳도 사람이 어우러져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부서가 다르면 만날 수도 없던 사람과도 내면을 터 놓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되었다. 숨 돌릴 수 없을 ..

책이야기 2023.01.04

공부 모임에 책 발간까지... 이런 타운하우스가 다 있네요

공부 모임에 책 발간까지... 이런 타운하우스가 다 있네요 용인시 처인구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코로나 생존기 담은 책 펴내고 주민 펀딩까지 22.09.12 12:16l최종 업데이트 22.09.12 12:16l 용인시민신문 신나리(yongin21) 사는이야기인천경기 공부 모임에 책 발간까지... 이런 타운하우스가 다 있네요 용인시 처인구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코로나 생존기 담은 책 펴내고 주민 펀딩까지 22.09.12 12:16l최종 업데이트 22.09.12 12:16l용인시민신문 신나리(yongin21) ▲ 용인 더불어숲 타운하우스 공부모임 ‘라이크북’ 회원들이 문집을 냈다. ⓒ 용인시민신문 2021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단체 활동이 제한되던 시기였다. 팬데믹은 용인시 처인구의 돌봉산 아래에 있는..

책이야기 2023.01.04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강맑실 | 사계절출판사 대표 대학 시절 도서관에서 내 자리는 늘 창가였다. 출입문 쪽으로 등을 돌리고 도서관에서 대출한 두꺼운 전공 서적들을 칸막이 삼아 오른쪽에 쌓아두면, 왼쪽은 창 쪽으로 트인 나만의 오롯한 공간이 생겼다. 창은 남학생 기숙사로 이어지는 샛길로 나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사분대는 발소리가 책 읽는 걸 방해하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예외는 있었다. 뒤꿈치를 살짝 끄는 듯한 신발 소리가 들리면 집중력은 깨지고 가슴이 뛰었다. 책을 빌릴 때 대출카드에서 신발 소리의 주인공 이름을 발견하기라도 하면 반가움에 마음까지 떨리곤 했다. 지금은 대부분의 도서관이 폐가식에서 개가식으로 변했다. 신분이 확인되면 카드발급기에서 대출카드가 지급된다. 무선주파수인식(RF..

책이야기 2022.12.23

[문학 3.0의 시대] 신춘문예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들신춘문예는 과연 몰락하는가?

[문학 3.0의 시대] 신춘문예에 대한 의심스러운 시선들 신춘문예는 과연 몰락하는가?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2022. 8. 몰락인가? 건재인가? 청탁 주제가 ‘신춘문예의 몰락’이다. 첨예한 하강적 변화를 함축하는 ‘몰락’이라는 판단이 신춘문예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에만 제한된다면 어느 정도 수긍될 만하다고 생각된다. 예전에 비해 신춘문예 당선자나 당선작이 화제에 오르는 일이 거의 없는 데다, 당선작보다는 후속작 검증에 의해 빼어난 문단 구성원으로 승인되는 흐름이 강해진 것을 보면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위상 약화’는 분명해 보인다. 당선만으로도 숱한 화제를 뿌렸던 지난 시절의 신춘문예를 떠올린다면 그다지 작지 않은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예비 신인들의 열..

책이야기 2022.11.20

[책값: 싸다 vs 비싸다] 미국의 책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책값: 싸다 vs 비싸다] 미국의 책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신인실(임프리마 코리아 에이전시 과장) 2022. 6. 미국의 책값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2020년 미국의 평균 책값은 소설의 경우 하드커버 기준 27달러(약 34,000원), 페이퍼백 기준 17달러(약 22,000원) 정도였고 비소설은 하드커버 기준 31달러(약 39,000원), 페이퍼백 20달러(약 26,000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1) 원화 기준 미국 도서의 정가는 문고판을 제외하고 2만 원에서 4만 원 사이로 책정되는 것이다. 미국 도서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미국 도서의 가격 책정 방법은 여느 선진국의 출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책 뒤표지에 적힌 정가에는 인쇄, 제본, 유통, 마케팅, 디자인 비용, 작가 인세..

책이야기 202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