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293

공부하는 심정

공부하는 심정 입력 : 2022.09.16 03:00 수정 : 2022.09.16. 03:01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당신 공부의 동력은 무엇인가. 오래전 어느 선생이 내게 물었다. 그때 호기심이라고 답했다. 처음에는 연구 대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어떻게 나아가는지를 지켜보고 싶다고. 이런 호기심이 내 공부를 이끄는 것 같다고. 거짓은 아니었지만 돌이켜보면 낯 뜨거운 답변이었다. 너무 겉멋을 부렸다. 다른 새의 깃털을 제 몸에 꼽았던 이솝우화의 까마귀처럼, 남의 문구를 빌려서 내 공부의 동기를 장식했다. 사실 그것은 미셸 푸코의 말이었다. 제2권의 서문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그토록 끈질기게 작업에 몰두했던 것은 호기심, 그렇다 일종의 호기심 때문이었다. 반드시 ..

책이야기 2022.09.18

[책값: 싸다 vs 비싸다] 우리의 책값에는 오해가 있다

[책값: 싸다 vs 비싸다] 우리의 책값에는 오해가 있다 서동민(가가책방 대표) 2022. 6. 간단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당신에게 책은 무엇인가?” 누군가에게 책은 생업의 본질이거나 수단일 것이고, 배움의 창구 혹은 정보의 서랍, 어쩌면 심심풀이거나 공감, 깨달음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나에게 책은?’이라는 질문으로 시작한 건 자신의 위치나 상황에 따라 책을 활용 혹은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그 대답에 따라 다음 이야기가 의미를 얻거나 잃을 거라는 생각에서다. ‘나에게 책이 무엇인지’ 간단하게나마 대답이 떠올랐다면 시작해 보자. 익숙한 이야기겠지만 좋은 질문이 좋은 대답을 끌어낸다고 한다. 이제부터 시작할 이야기는 “소비자에게 책은 왜 비싼가?” 하는 질문에 대..

책이야기 2022.09.10

[책값: 싸다 vs 비싸다] 판매량과 얽혀 있는 책값의 딜레마

[책값: 싸다 vs 비싸다] 판매량과 얽혀 있는 책값의 딜레마 이부연((주)스몰빅미디어 대표) 2022. 6. 우리는 경제학 시간에 어떤 물건의 가격이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고 배웠다. 다시 말해 소비자는 가급적 물건을 싼 가격에 사려고 하고 생산자는 가급적 물건을 비싼 가격에 팔려고 하는데 그 둘의 욕구가 일치하는 지점에서 가격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최초로 물건값을 매기는 주체는 생산자이다. 생산자는 먼저 자신이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을 계산할 것이다. 그것을 원가라고 한다. 여기서 출판사를 생산자라고 한다면 출판에 드는 원가로는 디자인비, 용지비, 인쇄비, 물류비, 인건비 등이 있다. 생산자가 가격을 정할 때는 최소한 그 원가보다 비싸게 매겨야 이익이 생긴다. 그렇다면 ..

책이야기 2022.08.26

철학책을 읽는 이유

철학책을 읽는 이유 입력 : 2022.07.28 03:00 수정 : 2022.07.28. 03:01 안희곤 사월의책 대표 벌써 30년이 훌쩍 지난 옛일이다. 대학 신입생으로 철학과에 입학한 후 처음 맞는 철학개론 시간이었다. 모든 학과가 수강하는 교양과목이었지만 대학 첫 강의인 데다 철학 전공생이었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수업을 기다렸다. 마침내 뚜벅뚜벅 강단에 선 교수는 첫 마디로 교탁을 가리키며 다짜고짜 “이게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질문했다. 강의실 안의 그 누구도 다 다른 형태로 교탁을 보고 있고, 고개를 돌리면 교탁이 여전히 거기 있는지 알 수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는 그것을 ‘교탁’이라 부를 수 있으며, 도대체 교탁이란 것이 지금 여기에 있기는 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충격적이었다. 나중에야..

책이야기 2022.08.08

[책값: 싸다 vs 비싸다] 책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책값: 싸다 vs 비싸다] 책의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가? 김슬기(매일경제신문 문화스포츠부 기자) 2022. 6. 모두가 납득할 만한 책의 가격이 있을까. 책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다. 물리적인 성분으로는 종이와 잉크, 표지에 사용되는 일부 장식물과 가름끈 정도로만 이뤄진 책의 원가는 일정 금액 이상을 넘어서긴 힘들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담긴 정보를 채우기 위해서는 작가의 막대한 노력과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의 집필 시간의 투입이 필요하다. 국내 단행본 가격의 평균이 1만 6천 원(2020년 납본 기준)대임을 감안하면, 책의 정가가 지식의 가치를 다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반면 형편없는 책을 읽고 나서 책값을 못한다고 푸념하는 독자들도 많다. 책의 가격을 매기는 일은 그만큼 복..

책이야기 2022.07.25

오리가 하는 말

오리가 하는 말 김만권 |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조지 오웰의 은 여러모로 놀라운 소설이다. 를 ‘빅브러더가 지배하는 전체주의 세계’에 대한 경고로만 읽는다면 이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없을지 모른다. 오히려 그리 읽다 보면 우리가 사는 세계를 억지로, 혹은 어설프게 ‘전체주의’에 끼워 맞추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 한나 아렌트가 에서 강조하듯 전체주의적 요소들이 있다고 해서 그 사회가 ‘전체주의’인 것은 아니다. ‘전체주의에 대한 고발’이란 관점에서 벗어나 를 보면 우리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소위 정치하는 엘리트들이 지니고 있는 이중적 인식이다. 오웰은 이런 이중적 인식을 ‘이중사고’(doublethink)라고 표현한다. 이 ‘이중사고’는 빅브러더가 이끄는 당의 슬로건에 고스란히 드러난..

책이야기 2022.06.26

하기 싫은 일과 평등의 대가

하기 싫은 일과 평등의 대가 인아영 문학평론가 한 소설가가 카페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제 소설에는 ‘한 방’이 없다고 하잖아요.” 비판을 의식해 자기 소설을 방어하려는 모양이다. 그래, 결정적인 한 장면, 에피파니, 와우 포인트가 없으면 소설 쓰는 능력이 부족한 것처럼 여겨지곤 하지.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도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결국 ‘한 방’일 때가 많으니까. 그런데 소설가는 일부러 그것을 안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설에 쓴 모든 문장이 그 ‘한 방’을 위해 씌어진 것 같잖아요. (…) 모든 자잘함을 지우며 홀로 우뚝 선 한순간을 지지하는 것에 찜찜함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유난스러워보이기는 하지만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 것도 아니다. 무언가를 찬양하고 드높이기 위..

책이야기 2022.06.21

"소설로 대리만족했다" 요즘 가장 핫한 동네서점

"소설로 대리만족했다" 요즘 가장 핫한 동네서점 [인터뷰]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작가 22.05.22 11:31l최종 업데이트 22.05.22 11:31l김은경(yerisung) 최근 대세인 서점이 한 곳 있다. 책이니 서점이니 하는 것이 사실 참 환호 받기 쉽지 않은 소재인데 무려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황보름 작가의 장편소설 (아래 휴남동 서점) 이야기다. 브런치북 전자책 출판 프로젝트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전자책으로 나왔다가, 독자들의 끊이지 않는 요청으로 종이책으로도 다시 출간된 특별한 스토리를 가진 책이다. ▲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클레이하우스, 2022) 전자책으로 먼저 출판되었다가 독자 요청 쇄도로 종이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 김은경 은 전체적..

책이야기 2022.06.18

시로운 생각

시로운 생각 입력 : 2022.06.16 03:00 수정 : 2022.06.16. 03:02 오은 시인 카페에 앉아 있던 한 사람이 지루하다고 말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다른 한 사람이 늘어지게 하품을 한다. “우리는 왜 매번 지루할까?” 한 사람이 묻자 하품을 마친 다른 한 사람이 따분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매번은 아니야, 자주 그럴 뿐.” “그런데 너는 지금 하품만 하고 있잖아.” 하품하던 사람이 놀랐는지 갑자기 딸꾹질하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하품에 딸꾹질”이다. 어려운 일이 공교롭게 계속되고 있다. “움직이자!” 한 사람이 단호하게 말하며 딸꾹질하는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그들은 어디론가 이동한다. 바깥에 나와 걷는데 아까 들었던 말이 자꾸 들렸다. 다름 아닌 “움직이자!”라는 말이. 움직이면..

책이야기 2022.06.18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의 글쓰기 비결

50만 독자를 사로잡은 작가의 글쓰기 비결 [쓰라고 보는 책] 정여울 지음 22.05.30 12:03l최종 업데이트 22.05.30 12:04l최은경(nuri78) 자주 보지 않아도 만나면 편한 후배가 있습니다. 이 후배는 저처럼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는 사람'이에요. 그래서인지 글 쓰는 고민을 이야기 하면 제법 통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후배와 나눈 많은 이야기 가운데, '어쩜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네' 싶은 게 있었어요. 그건 바로 '발견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후배의 경우는 책 4권을, 저는 책 3권을 썼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슨 글을 썼는지(혹은 쓰고 싶은지) 알려야 하고, 이런 글을 썼다고 보여줘야 하며 또 그들이 검토를 끝낼 때까지..

책이야기 2022.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