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86

한 시설의 위대한 몰락

한 시설의 위대한 몰락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시설 정상화 아닌 몰락을 요구했다 그들은 집으로, 사람으로 가는 길 시민으로 가는 길을 소리쳤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의 첫 장은 이들의 투쟁에 의해 열렸다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집에 있으면 짐밖에 안 되는 걸 내가 뻔히 아는데.” 지금 예순을 넘긴 규선씨는 스물일곱 살 때의 일을 선명히 기억한다. 뇌성마비장애인인 그는 어려서부터 방에서만 지냈다. 그러다가 방에서도 지낼 수 없는 때가 왔다. 어느 날 어머니가 시설 이야기를 꺼냈고 그는 받아들였다. 더 이상 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석암 베데스다요양원(현 향유의집)에 입소했다. 슬프지만 평온한 이별, 그러나 극단적인 뒷이야기가 있다. 담담하게 그때를 회고하던 ..

칼럼읽다 2022.04.30

학교 현장에 봄은 왔는가

학교 현장에 봄은 왔는가 박수정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지금쯤이면 사라졌으리라 믿고 싶었던 코로나19가 여전히 진행 중인 가운데 세 번째 봄이 학교에 찾아왔다. 그런데 그 양상은 매우 다르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처음 맞는 봄이다. 코로나19 첫해 봄은 등교를 하지 못했다. 그해 2월부터 대학에서 예정된 졸업식의 행사가 취소되었고, 이후 입학식과 졸업식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개강은 했지만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고 등교수업은 거의 불가능했다. 학교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했고, 부분 등교 후 방학을 맞았다. 결과적으로 등교 일수와 확진자 수가 모두 적은 국가로 기록되었다. 돌이켜보면 아쉽지만, 모두가 처음 겪는 두려움 앞에서 방역체계 준수와 안전권 확보가 중요했던 터라 다른..

칼럼읽다 2022.04.26

표절 기준? 예전에도 분명했어요

표절 기준? 예전에도 분명했어요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표절 논란에 휘말렸던 한 유력 정치인의 석사학위 논문이 해당 대학으로부터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늘 그렇듯이 연구윤리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표절에 대한 기준이 모호했고 통상적인 관행이었다는 투의 설명도 따라붙었다. 해당 정치인은 몇년 전부터 이미 논란이 된 학위를 반납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나는 이 특정 정치인만을 문제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가짜 논문과, 그렇게 얻은 가짜 학위와, 표절 시비와, 학위 반납이 이어져 왔다. 정치인도, 고위 관료도, 교수도, 연예인도, 스타 강사도 골고루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두고 봐야겠지만 곧 있을 인사청문회에서도 단골 메뉴인 표..

칼럼읽다 2022.04.26

빈곤한 문제의식이 문제다

빈곤한 문제의식이 문제다 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유인촌은 빼어난 재능을 지닌 연기자였다. 1974년 배우생활을 시작한 이래 장수프로그램이었던 를 비롯한 다양한 드라마와 연극을 통해 이름을 알렸고, 역사 다큐멘터리 MC로 활약하며 쌓은 지적인 이미지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10여년간 이명박의 측근으로 있으면서 여러 자리를 꿰찼다. 이명박이 서울시장에 당선되자 인수위원을 지냈으며, 한나라당 후보로 대통령선거에 나선 2007년엔 문화예술정책위원장 직무를 대행했다. 이명박 당선 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그사이 문화예술 관련기관 수장자리도 두루 거쳤다. 2004년 국내 최대의 광역 문화예술지원 기관인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맡았고, ..

칼럼읽다 2022.04.26

누가 그런 ‘안배’ 해달랬나

누가 그런 ‘안배’ 해달랬나 김영희 | 논설위원실장 “안배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나 관계자들이 인사에 대해 직설적으로 내놓는 말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한다. “윤 당선자는 이벤트 인사, 패션 인사는 절대 안 할 것.”(3월13일 윤 당선자 핵심관계자) “저는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다.”(4월10일 윤 당선자) “새로이 소개해드릴 인사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트로피 인사는 안 할 것.”(4월19일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 용어는 쓰는 사람의 인식을 반영한다. ‘알맞게 배분한다’는 사전적 의미는 이런 발언의 반복 속에 ‘자질도 되지 않는데 나눠먹기나 구색 맞추는 행위’로 변질되고 있다. 그런데 누가 그런 안배 하라 했나. 윤석열 1기 내각..

칼럼읽다 2022.04.26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나 '소설'인 건 마찬가지?

생활기록부나 자기소개서나 '소설'인 건 마찬가지? [아이들은 나의 스승] 올해를 끝으로 전면 폐지되는 자소서에 대한 아쉬움 22.04.10 20:15l최종 업데이트 22.04.10 20:15l서부원(ernesto)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냐. 이제는 식상하다 못해 지긋지긋한 논쟁거리다. 현재 양시론과 양비론 사이에서 60:40이라는 수치로 어정쩡하게 봉합된 상태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른바 서울 상위권 대학에 한정된 비율일 뿐더러 앞의 60%는 학종을 포함한 수시모집 전체를 포괄한다. 여기서 또다시 둘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하고 교육적인가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학종은 교육적이되 공정성에 의심을 받고, 수능은 공정성을 다수가 수긍하지만 학교 교육을 황폐화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칼럼읽다 2022.04.26

약자 조롱해놓고 ‘웃자고 한 말’? 혐오는 블랙유머가 아니다

약자 조롱해놓고 ‘웃자고 한 말’? 혐오는 블랙유머가 아니다 [한겨레S] 김내훈의 속도조절 위험한 농담 인종주의, 난민, 기후변화, 백신 등 다양한 주제로 퍼지는 혐오 표현 문제 되면 “농담”이라며 잘못 회피 ‘표현의 자유=혐오의 자유’ 아니야 캐나다 출신 유명 코미디언 놈 맥도널드가 지난 2016년 영화제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작년 9월 62살의 나이에 암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놈 맥도널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이다. 그를 처음 소개한 이전 글(2021년 8월14일치)에서도 썼듯이, 그는 무척 아슬아슬한 유머를 구사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망한 뒤에도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수많은 유튜브 영상으로 기억되고 동료 연예인들에게..

칼럼읽다 2022.04.22

일본군 군영 터로 들어가는 대통령 집무실

일본군 군영 터로 들어가는 대통령 집무실 [김종성의 히,스토리] 용산이라는 땅의 역사적 의미 서울 용산 국방부 자리가 대통령 관저로 적절하지 않다는 이의 제기들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용산 이전을 공식화한 직후인 3월 22일에는 용산구 향토사학자인 김천수씨의 연구 결과가 언론에 소개됐다. 그날 발행된 기사 '윤석열이 찜한 용산 언덕, 원래 공동묘지였다'는 "국방부 부지 자락 언덕은 사방이 무덤 자리"였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군사기지를 조성하면서 공동묘지를 없애버린 지역에 대통령 관저가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국방부 자리는 총독관저 터와 500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황평우 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과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이의제기도 있었다. 4월 8일 자 '일제 총독관..

칼럼읽다 2022.04.22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진동수가 같아야 공명도 크다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 아이 그네를 밀어주던 때가 생각난다. 그네는 앞으로 갔다가 내가 있는 뒤쪽으로 다시 돌아온다. 다시 앞으로 막 움직일 때 그네를 미는 것이 좋다. 이렇게 반복하면 그네는 점점 더 높이 오르고 아이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아이보다 내가 더 즐거웠던 시간이다. 이렇게 그네를 밀어주는 것은 물리학의 ‘공명’과 관계가 있다. 함께 울린다는 뜻이어서 우리말로 ‘껴울림’이라 한다. 그네 밀기의 원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3초에 한 번 그네가 다시 다가오면 3초에 한 번 밀면 된다. 3초보다 짧은 간격이면 그네가 다가올 때 밀게 되어 팔이 아프고 그네의 속도는 오히려 줄어든다. 3초보다 긴 간격으로 밀면 그네..

칼럼읽다 2022.04.22

갑부가 된 영화제작자... 그의 놀랄 만한 과거 행적

갑부가 된 영화제작자... 그의 놀랄 만한 과거 행적 [김종성의 히,스토리] 친일파의 재산 4 – 홍찬 유명한 친일 영화가 있었다. 일제강점기 최초의 친일 영화로 평가되는 서광제 연출의 가 그것이다. 1938년 6월 29일 경성 약초극장에서 개봉된 이 영화의 '스포일러'가 7월 2일 자 기사 '7월 제1주 영화'에 등장했다. 기사 작성자는 영화감독 이규환이다. "인제는 꼼작할 수 업시 더워지고 마럿다"로 시작하는 이 기사는 등에 땀이 나서 외출하기도 힘들다고 한 뒤, "그래도 조흔 영화가 어디 있다면 차저 가지 않고는 도회인의 생활, 아니 이 습관 때문에 가령 한 주일이 간 뒤거나 더 나아가 새달이 될 때마다 이달엔 좀더 조흔 영화 프로가 잇섯스면 하는 기대를 가지게 된다"라고 말한다. '좋은 영화' ▲..

칼럼읽다 2022.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