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86

부화뇌동과 화이부동

부화뇌동과 화이부동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에 실려 있는 말이다. 천시는 주로 계절이나 기후 같은 자연 조건을 뜻하지만, 성리학자 주희는 그날그날의 운세나 길흉 따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봤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뜻이 이렇게 드러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면 천시에 의지하는 것이 지리나 인화를 활용함보다 못할 수 있다. 인간은 하늘의 뜻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없기에 그러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 천시를 활용하려면 하늘의 뜻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사뭇 버거운 일이다. ‘지형지세의 이로움’이라는 뜻의 지리는 천시에 비해 한결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형지세란 것은 정해져 있고 ..

칼럼읽다 2022.04.19

글빚의 무게

글빚의 무게 도재기 논설위원 서예가들이 유독 강조하는 말이 있다. ‘글씨는 곧 그 사람’이란 뜻의 ‘서여기인(書如其人)’이다. 서예뿐 아니라 문학·그림 등이 작가의 인격과 수양의 정도를 반영한다는 전통 예술관에서 나온 말이다. 굳이 예술관을 들지 않아도, 도스토옙스키나 뷔퐁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우리는 ‘그가 쓴 글이 곧 그 사람’이란 것을 안다. 윤석열 정부의 1기 내각 장관 내정자들의 글이 잇따라 논란을 부르고 있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결혼과 출산을 ‘애국’으로, 저출생의 원인을 여성 탓으로 돌리는 내용의 칼럼을 썼다. 성범죄자 취업제한 직종에 의료인을 포함시킨 법률을 비난하고(‘3m 청진기’), ‘암 치료 특효약은 결혼’이라고도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내정자는 출산하지 않는..

칼럼읽다 2022.04.19

김건희와 경찰견과 ‘애완견’ 언론 / 손원제

김건희와 경찰견과 ‘애완견’ 언론 / 손원제 경찰견은 특정한 활동 목적을 위해 훈련된 특수목적견의 하나다. 군견, 인명구조견, 장애인 보조견, 썰매견 등 다양한 특수목적견이 있다. 경찰견은 폭발물·마약 탐지, 범인 추적, 실종자 구조 등 경찰 업무를 돕는 역할을 한다. 특수목적견은 임무 수행에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기에 개를 관리하는 핸들러가 아닌 사람은 함부로 접촉하지 않는 게 기본 에티켓이다. 물론 임무 수행 중이 아니라면 핸들러의 허락을 받아 친밀감을 표현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가 당선자 가족 경호 임무를 수행 중인 경찰견을 껴안는 사진이 공개됐다. 대부분의 매체는 김씨의 소탈한 옷차림과 신발 가격, 입마개를 안 한 대형견을 서슴없이 끌어안는 대담함까지 찬양 일색의 ..

칼럼읽다 2022.04.19

원희룡의 제주판 론스타 사건 / 안영춘

원희룡의 제주판 론스타 사건 / 안영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지명으로 ‘론스타 사건’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두 후보자의 연루 여부 때문이다. 이 사건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하나은행에 되팔아 4조6천억원의 차액을 챙긴 데 이어, 우리 정부에 5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을 건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다. 잘못하면 국민 1인당 최대 10만원에 이르는 세금이 투기자본에 넘어갈 수 있다. ‘녹지병원 사건’은 론스타 사건의 지방정부 판본이라 할 만하다. 2018년 12월 원희룡 당시 제주도지사는 중국 부동산 개발 자본인 녹지그룹에 국내 최초로 영리병원 허가를 내줬다. 그런데 녹지가 진료 대상을 외국인으로 제한..

칼럼읽다 2022.04.15

[팩트체크] 잘못된 사실, 맥락 삭제… 이수정 교수의 위험한 주장

[팩트체크] 잘못된 사실, 맥락 삭제… 이수정 교수의 위험한 주장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보고하는 성차별 지수(성불평등지수·Gender Inequality Index)에서 아시아 중 1등 국가인데, 지금처럼 여성인권만 높여달라고 주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이냐. 저는 여성이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문제의식이 있습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그 대안은?’이라는 주제로 토론회에서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가 한 발언이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이 날 행사에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이수정 교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차인순 국회의정연수원 겸임교수, 하나 베커 독일대사관 1등 서기관 등이 참여했다. 지난 20대 ..

칼럼읽다 2022.04.13

약자 조롱해놓고 ‘웃자고 한 말’? 혐오는 블랙유머가 아니다

약자 조롱해놓고 ‘웃자고 한 말’? 혐오는 블랙유머가 아니다 [한겨레S] 김내훈의 속도조절 위험한 농담 인종주의, 난민, 기후변화, 백신 등 다양한 주제로 퍼지는 혐오 표현 문제 되면 “농담”이라며 잘못 회피 ‘표현의 자유=혐오의 자유’ 아니야 캐나다 출신 유명 코미디언 놈 맥도널드가 지난 2016년 영화제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작년 9월 62살의 나이에 암으로 안타깝게 사망한 놈 맥도널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미디언이다. 그를 처음 소개한 이전 글(2021년 8월14일치)에서도 썼듯이, 그는 무척 아슬아슬한 유머를 구사하기 때문에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망한 뒤에도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수많은 유튜브 영상으로 기억되고 동료 연예인들에게..

칼럼읽다 2022.04.13

"취임식 엠블럼, 장례 때 쓰는 사동심결" 주장은 '대체로 사실'

"취임식 엠블럼, 장례 때 쓰는 사동심결" 주장은 '대체로 사실' [팩트체크] 황교익 등 문제 제기... 매듭장 전수교육조교 "생동심결 아닌 사동심결 모티브"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사회 글 김시연(staright) 김예진(gimyejin) [검증대상] "취임식 엠블럼, 죽은 사람 염할 때 쓰는 사동심결 매듭" 누리꾼 주장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위원장 박주선)에서 지난 11일 공개한 제20대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이 모티브로 삼은 '동심결' 매듭이 주로 길일에 쓰는 '생동심결'이 아닌, 죽은 사람 염할 때 쓰는 '사동심결'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맛 전문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11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엠블럼을 사동심결 매듭에서 따왔네요"라면서 "5월 10일 민주공화정 대한민국을 장..

칼럼읽다 2022.04.13

학교 축구조차 피파 온라인 게임에 밀려나다니

학교 축구조차 피파 온라인 게임에 밀려나다니 [아이들은 나의 스승]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22.04.09 19:58l최종 업데이트 22.04.09 19:58l서부원(ernesto) 드디어 기나긴 어둠의 터널 끝이 아스라이 보이는 것 같다. 아직 섣부르다는 전문가도 있지만, 사람들 사이에선 이미 '엔데믹'이 화제다. 지난 2년 반 동안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 역병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교실 문만 빼꼼히 열었을 뿐 체육관과 운동장을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없었던 학교도 이제 정상화 채비 중이다. 확진자가 수십만 명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전국 대부분의 학교는 등교 수업을 했다. 하지만 방역지침에 따른 온갖 제약이 많아 제대로..

칼럼읽다 2022.04.13

'확진학생도 중간고사 보자' 인수위에, "학교 모르는 소리" 반발

'확진학생도 중간고사 보자' 인수위에, "학교 모르는 소리" 반발 '학교시험 개입'에 교육계 발끈... "아픈 학생 시험 공부시키는 게 인수위냐?" 22.04.11 17:31l최종 업데이트 22.04.11 17:31l윤근혁(bulgom) 대통령직 인수위가 코로나19 확진학생에게도 중간고사 등 학교 시험을 대면으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을 공식 표명했다. 이에 대해 시도 교육청과 교원들은 "전염병 걸려 아픈 학생을 시험 공부시키는 게 인수위의 할 일이냐", "퐁당퐁당 응시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퐁당퐁당' 응시도 우려 11일 오전 홍경희 인수위 부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교육부의 확진학생 내신시험 응시제한 방침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교육부는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칼럼읽다 2022.04.13

여성보다 로봇

여성보다 로봇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회원들이 2월 12일 오후 보신각 앞에서 ‘차별과 혐오, 증오선동의 정치를 부수자'를 주제로 열린 집회에서 대선후보들에게 보내는 문구를 적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숨&결] 이주희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의 경우, 극우 혐오정치는 인종적 배타성이나 민족주의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 더 정확하게는 ‘능력’ 없는 자에 대한 경멸과 폄훼로 발현된다. 이들에 따르면,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장애를 가진 것, 가난한 부모를 둔 것, 비정규직이 된 것 등이 한결같이 개인의 무능력 때문이다. 샬러츠빌 시위에서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전면에 등장한 저학력 저소득 백인의 분노는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라기보다는 무너져 내린..

칼럼읽다 2022.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