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화뇌동과 화이부동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 에 실려 있는 말이다. 천시는 주로 계절이나 기후 같은 자연 조건을 뜻하지만, 성리학자 주희는 그날그날의 운세나 길흉 따위를 가리키는 것으로 봤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뜻이 이렇게 드러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할 때면 천시에 의지하는 것이 지리나 인화를 활용함보다 못할 수 있다. 인간은 하늘의 뜻을 정확하게 읽어낼 수 없기에 그러하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그것을 잘 알아야 한다. 천시를 활용하려면 하늘의 뜻을 잘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사뭇 버거운 일이다. ‘지형지세의 이로움’이라는 뜻의 지리는 천시에 비해 한결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다. 지형지세란 것은 정해져 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