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21

대체육은 ‘고기’인가

대체육은 ‘고기’인가 도재기 논설위원 호주 대체육 전문기업 브이투푸드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 프레시지 제공 대체육은 맛과 식감·형태를 기존 소·돼지고기 등과 흡사하게 만든 인공 고기다. 채식주의자들이 찾는 비건 식품이자, 한때는 ‘콩고기’로도 불렸다. 식물 성분의 식물성과 동물세포 배양을 통한 동물성으로 나뉘는데, 기술 발전으로 지금은 고기와 구별하기 쉽지 않을 정도이다. 대체육 기술은 미래 기술로도 주목받는다. 대체육 시장은 채식주의 열풍과 기후위기에 따른 친환경 및 동물권에 대한 관심 증가 등에 힘입어 국내외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2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정도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적으로 2040년쯤이면 대체육이 기존 육류시장 규모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도..

칼럼읽다 2022.02.28

옥수수의 변신은 무죄

옥수수의 변신은 무죄 고영 음식문화연구자 옥수수의 고향은 아메리카이다. 북부 안데스 또는 멕시코 일대를 그 원산지로 추정한다. 옥수수는 오늘날 밀, 벼와 함께 세계 3대 식량작물에 드는 귀중한 자원이다. 사람도 먹지만, 절반 이상이 온 지구 가축의 사료로 쓰인다. 그만큼 잘 자라는 작물이란 말이다. 옥수수는 조선 후기에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들어왔다. 조선의 문헌에는 옥미(玉米), 옥촉서(玉蜀黍), 옥수수미(玉穗穗米) 등으로 기록되었고 해방 이후 ‘옥수수’가 자리를 잡는다. 1690년 간행된 한조(漢朝) 대역 어휘집 는 ‘玉薥薥(옥촉촉)’을 표제어로 잡고 한어음은 ‘유슈슈’로, 조선어음은 ‘옥슈슈’로 달았다. 1776년 유중림(柳重臨, 1705~1771)이 엮은 는 ‘옥촉서(玉薥黍, 옥슈슈)’를 표제어로..

칼럼읽다 2022.02.28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인가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인가 이봉수 MBC저널리즘스쿨 책임교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국민은 그런 막강한 권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선거는 민주주의 최대 행사지만 권력의지에 불타는 후보와 열성적으로 조직된 정치세력에 밀려 대다수 유권자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존재다. 번드르르한 공약들을 내놓지만 집권하면 이행률이 매우 낮아 시민들은 열망과 실망을 반복한다. 유권자는, 주주총회에 초청돼 선물이나 챙기는 소액주주 같은 신세다. 세계가 한국의 촛불혁명에 경의를 표한 것은 광장민주주의가 그만큼 실현되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광장민주주의가 거의 불가능해진 시대에 그 권력을 대행하는 것이 언론이다. 그리스의 고대 민주주의와 달리 현대 민주주의는 언론이 공론장 임무를 적절히 수행..

칼럼읽다 2022.02.28

"37년 싸움을 마칩니다"... 김진숙, 퇴직하다

"37년 싸움을 마칩니다"... 김진숙, 퇴직하다 [현장] 조선소로 돌아간 소금꽃나무의 당부 "여러분은 울지 않고 죽지 않는 미래로 당당히" 22.02.25 15:59l최종 업데이트 22.02.25 17:11l김보성(kimbsv1) ▲ "소금꽃나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으로 명예 복직했다. 그는 영도조선소 단결의 광장에서 열린 금속노조의 복직행사에 참여한 뒤 이날 바로 퇴직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한진중공업을 말하면 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사가 아닌 갈등과 투쟁이라는 단어가 먼저 생각납니다." 25일 모처럼 활짝 웃음꽃이 핀 영도조선소 단결의광장에서 심진호 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지회장이 회사의 어두운 과거를 ..

칼럼읽다 2022.02.26

‘1위’ 광고

‘1위’ 광고 차준철 논설위원 미국 렌터카 회사 에이비스의 60년 전 광고는 획기적인 성공 사례로 지금도 회자된다. 세계 최초로 2등 전략을 쓴 것이다. 1962년 선보인 “에이비스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Avis is only No.2. So we try harder)”라는 광고다. 당시 업계 1위는 점유율 70%가 넘는 허츠(Hertz)였다. 에이비스는 1위를 넘보지 않고 2위임을 깨끗이 인정하는 파격적인 광고 전략을 택했고,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그해 13년 연속 적자를 끊으며 흑자로 돌아섰고 매출이 50% 이상 급상승했다. 1위와의 격차를 줄인 것은 물론이다. 2012년까지 지속된 에이비스의 ‘2등 광고’는 많은 아류를 낳았다. 국내 소주·라면 시장에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칼럼읽다 2022.02.26

[사설] 김진숙 37년 만의 복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 되길

[사설] 김진숙 37년 만의 복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 되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왼쪽)이 지난해 2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해 김 지도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47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를 만나 부둥켜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해고노동자의 상징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복직한다. ‘소금꽃 나무’가 사무치게 그리던 공장으로 37년 만에 돌아간다. 에이치제이(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에 합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25일 복직해 그날로 퇴직한다. 복직과 퇴직이 한날 이뤄지는 것은 그의 정년(2020년 12월31일)이 1년 남짓 지났기 때문이다. 1986년 노동조합 유인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그길로 해고..

칼럼읽다 2022.02.26

‘손꾸락 콱 잘라뿌고’ 싶은 이에게

‘손꾸락 콱 잘라뿌고’ 싶은 이에게 채효정‘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손꾸락을 콱 잘라뿌고 싶소.” K는 말했다. 투표 다음날부터 배신당하고 후회하는 시민. 그는 몇 번이나 손가락을 잘랐을까. 이번에도 그는 암만 생각해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열네 명의 대통령 후보 중에, 내가 살고 싶은 세상 같이 꿈꾸는 이가 정말로 한 명도 없는 건가. 양당체제가 고착된 이후로 당선 가능한 후보와 지지하는 후보 사이의 간극은 점점 멀어져 갔다. 안 찍으면 안 찍었지, 더 나쁜 놈 막으려고 덜 나쁜 놈 찍는 그런 투표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투표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세상이 더 나빠질까봐. 하지만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 건 손가락을 그렇게 꺾고도 당신이 또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

칼럼읽다 2022.02.26

‘거장’ 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거장’ 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소속 예술인들이 지난해 11월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블랙리스트 예술인 시국선언 5주년 선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부여된 예술적 재능으로 동시대 인간 조건과 진실한 삶에 대해 탐구하며,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존의 문제를 논했다는 데 있다. 선한 영향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도 분모가 같다. 박수근이 그랬고, 장욱진이 그랬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백남준과 봉준호, BTS도 마찬가지다. 김건희는 사업가다.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통해 수익을 추구해온 이다. 대형 상업전시를 기획하는 회사의..

칼럼읽다 2022.02.26

제발 ‘공정’ 말고

제발 ‘공정’ 말고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영어단어 퀴어(queer)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뜻이다. 성정체성,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 주로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지칭했던 단어다. 지금 누군가를 ‘퀴어’라고 한다면 혐오발언이 될까. 그건 아니다.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퀴어’라 불렀고, 이는 성소수자 권리운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성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어우르는 단어가 됐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권리를 소리 높여 말하는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을 누가 붙였겠는가.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단어의 유래를 늘어놓는 것은, 혐오표현에 맞서는 대항표현만 생각해왔지,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긍정의 가치, 정의와 진보의 가치..

칼럼읽다 2022.02.23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초고령화, 노인빈곤, 젠더차별, 이주노동 등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문제들이 간병노동에 집약되어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조형근 | 사회학자 “또 너무 힘들다 그러네. 만원 올려서 하루 12만원 드리기로 했어.” 처의 말에 한숨이 묻어나왔다. 교통사고로 입원 중인 장모님을 돌보는 간병인에게서 온 전화였다. 장모님은 건널목에 서 있다가 택시에 부딪힌 오토바이가 덮치면서 발목이 심하게 골절됐다. 어려운 수술이라더니 천만다행으로 수술이 잘돼서 회복 중이다. 처음 1주일은 처가 간병을 했고, 이후에는 60대 여성 간병인을 썼다. 처도 하던 일인데 간병인은 통화 때마다 힘들다며 푸념을 했다. 결국 만원을 올려달라는 말이었다. 간병인이 힘들다면 장모님 마음도 ..

칼럼읽다 2022.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