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읽다 986

[사설] 김진숙 37년 만의 복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 되길

[사설] 김진숙 37년 만의 복직, 일하는 사람의 희망 되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왼쪽)이 지난해 2월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 도착해 김 지도위원의 복직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47일째 단식 중인 농성자를 만나 부둥켜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해고노동자의 상징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복직한다. ‘소금꽃 나무’가 사무치게 그리던 공장으로 37년 만에 돌아간다. 에이치제이(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23일 김 지도위원의 명예복직에 합의했다. 김 지도위원은 25일 복직해 그날로 퇴직한다. 복직과 퇴직이 한날 이뤄지는 것은 그의 정년(2020년 12월31일)이 1년 남짓 지났기 때문이다. 1986년 노동조합 유인물을 돌렸다는 이유로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받고 그길로 해고..

칼럼읽다 2022.02.26

‘손꾸락 콱 잘라뿌고’ 싶은 이에게

‘손꾸락 콱 잘라뿌고’ 싶은 이에게 채효정‘오늘의 교육’ 편집위원장 “손꾸락을 콱 잘라뿌고 싶소.” K는 말했다. 투표 다음날부터 배신당하고 후회하는 시민. 그는 몇 번이나 손가락을 잘랐을까. 이번에도 그는 암만 생각해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한다. 열네 명의 대통령 후보 중에, 내가 살고 싶은 세상 같이 꿈꾸는 이가 정말로 한 명도 없는 건가. 양당체제가 고착된 이후로 당선 가능한 후보와 지지하는 후보 사이의 간극은 점점 멀어져 갔다. 안 찍으면 안 찍었지, 더 나쁜 놈 막으려고 덜 나쁜 놈 찍는 그런 투표 다시는 하지 않겠다 다짐했건만 투표일이 다가오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혹시라도 나 때문에 세상이 더 나빠질까봐. 하지만 세상이 나아지지 않는 건 손가락을 그렇게 꺾고도 당신이 또 예전과 똑같은 선택을 ..

칼럼읽다 2022.02.26

‘거장’ 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거장’ 김건희와 안상수의 망언 홍경한 미술평론가·전시기획자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소속 예술인들이 지난해 11월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블랙리스트 예술인 시국선언 5주년 선언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소위 ‘거장’이라 불리는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부여된 예술적 재능으로 동시대 인간 조건과 진실한 삶에 대해 탐구하며, 독창적인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존의 문제를 논했다는 데 있다. 선한 영향력을 담보한다는 점에서도 분모가 같다. 박수근이 그랬고, 장욱진이 그랬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는 백남준과 봉준호, BTS도 마찬가지다. 김건희는 사업가다. 외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통해 수익을 추구해온 이다. 대형 상업전시를 기획하는 회사의..

칼럼읽다 2022.02.26

제발 ‘공정’ 말고

제발 ‘공정’ 말고 조희원 참여연대 활동가 영어단어 퀴어(queer)의 뜻을 그대로 번역하면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뜻이다. 성정체성,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 주로 동성애자를 경멸적으로 지칭했던 단어다. 지금 누군가를 ‘퀴어’라고 한다면 혐오발언이 될까. 그건 아니다. 성소수자들이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퀴어’라 불렀고, 이는 성소수자 권리운동에서도 적극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이제는 성소수자를 포괄적으로 어우르는 단어가 됐다. 성소수자가 자신의 권리를 소리 높여 말하는 ‘퀴어문화축제’라는 이름을 누가 붙였겠는가. 갑자기 잘 알지도 못하는 단어의 유래를 늘어놓는 것은, 혐오표현에 맞서는 대항표현만 생각해왔지, 그 반대의 상황에 처할 거라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긍정의 가치, 정의와 진보의 가치..

칼럼읽다 2022.02.23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가장 약한 자가 떠받치는 나라 초고령화, 노인빈곤, 젠더차별, 이주노동 등 우리 시대의 가장 아픈 문제들이 간병노동에 집약되어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조형근 | 사회학자 “또 너무 힘들다 그러네. 만원 올려서 하루 12만원 드리기로 했어.” 처의 말에 한숨이 묻어나왔다. 교통사고로 입원 중인 장모님을 돌보는 간병인에게서 온 전화였다. 장모님은 건널목에 서 있다가 택시에 부딪힌 오토바이가 덮치면서 발목이 심하게 골절됐다. 어려운 수술이라더니 천만다행으로 수술이 잘돼서 회복 중이다. 처음 1주일은 처가 간병을 했고, 이후에는 60대 여성 간병인을 썼다. 처도 하던 일인데 간병인은 통화 때마다 힘들다며 푸념을 했다. 결국 만원을 올려달라는 말이었다. 간병인이 힘들다면 장모님 마음도 ..

칼럼읽다 2022.02.22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승자의 역사

[최우리의 비도 오고 그래서] 승자의 역사 최우리 | 기후변화팀장 최근 만난 공무원들은 일이 손에 잘 안 잡힌다고 했다. 그동안의 일들을 정리하는 정도에 그친다고들 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책 방향이나 현재 하던 일에 관심 정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계획을 추진력있게 진행하기에는 확신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바뀌면 사람도, 조직도 다 바뀐다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하는 말로 들렸다. 관료화된 사회 속 수동적 개인을 탓하기는 쉽지 않다. 역사는 결국 승자가 기록하기 때문에 누가 승자가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실무자들은 더욱 잘 안다. ‘승자의 역사’라는 관용어가 떠오른 것은 정치권이 다시 소환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을 대표했던 4대강 ..

칼럼읽다 2022.02.22

바람의 말

바람의 말 부희령 소설가·번역가 너는 달빛의 아이란다. 어머니는 종종 이야기했다. 늑대 울음 같은 바람이 초원을 휘감고 지나가는 밤이었지. 게르의 천장 틈새로 보름의 달빛이 흘러들어 홀로 잠든 나의 배를 어루만졌어. 달빛은 마른 땅에 내린 빗물처럼 스며들었지. 동틀 무렵까지 환한 빛이 곁에 머물렀어. 얼마 뒤 보름달처럼 배가 부풀었고 네가 태어난 거야. 1) 아이는 바람처럼 떠돌고자 했으나, 마땅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병든 어머니를 살릴 약초를 찾으러 떠나거나,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의 복수를 맹세하며 떠나거나. 하지만 어머니는 늑대처럼 강인했고, 달빛은 사그라들었다가도 되살아나곤 했다. 아이는 홀로 초원에 섰다. 먼 곳에서부터 풀이 눕기 시작했다. 몰아치는 바람을 마주 바라보자, 눈동자가 베인 듯 아팠..

칼럼읽다 2022.02.22

문화정책 ‘MBTI’

문화정책 ‘MBTI’ 정재왈 예술경영가 고양문화재단 대표 나에게 정치는 멀지만 정책은 가깝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와 달리 정책은 내가 몸담고 있는 현장의 일이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든 지방자치단체든, 특히 공공 영역에서 정책은 서비스 대상인 시민의 삶과 직결된다. 정책의 수혜 대상이 크고 작든 그 편익(便益)에 대한 고민은 정책 집행자의 숙명 같은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가능성의 예술이라는 정치는 현실의 정책으로 구현되는바,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찾아온 정치의 계절을 그냥 허비할 수는 없다. 대선판을 놓고, 요란한 이전투구요 정책 실종이라며 장삼이사의 아우성이 대단하다.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늘 뒷전이라고 자조하는 문화예술계에서도 소리 없는 아우성은 불문가지다. 하나 작금 BTS와 이 세계..

칼럼읽다 2022.02.22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정찬ㅣ소설가 2022년 새해의 거리가 유독 어둡게 느껴지는 것은 코로나 때문일 것이다. 델타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확진자의 급증 속에서 최근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프랑스 남부지방에서 발견되어 바이러스의 생명력에 대한 두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구 생태계를 붕괴시키기까지 하는 자본주의의 가공스러운 에너지가 바이러스의 생명활동에 전전긍긍하는 형국이 비극적이다 못해 희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자본주의는 휴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휴식은 정지이며 죽음이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자본주의라는 생명체는 이익의 발생이 정지되는 죽음을 용납하지 않는다. 인류의 신화는 봄의 새로운 생명을 낳기 위해 겨울의 죽음이 필요하다는 자연의 이치 속에서 잉태되었다...

칼럼읽다 2022.02.22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신예슬 음악평론가 음악을 듣고 글 쓰는 일을 하지만, 가끔 음악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에는 가닿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음악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그 크기와 무게를 재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음악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으며, 가질 수 없다. 시간 속에서 생겨났다 금세 사라진다. 음악을 듣고 나면 깜깜한 방에 혼자 남는 것 같았다. 음악은 무엇일까. 어딘가에 있긴 한 걸까. 막막함 속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런 물음이 흐려지는 순간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시끌시끌한 현장에 갔을 때, 그리고 음악가를 대면해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음악가에게 음악이 무엇이냐고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건 어..

칼럼읽다 2022.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