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존엄의 대결 박구용 전남대·광주시민자유대학 교수 진실이 힘을 잃고 있다. 참과 거짓을 구별하는 기준들조차 조롱받는다. 정치판은 그 극단을 보여준다. 편가르기가 정치의 본질이라면 지금 대선처럼 무논리, 반이성이 판치면 결국 분노동원 세력이 축배를 들 것이다. 사바나의 자연상태에서 메타버스 인공세계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정성이다. 정글에선 사자가 달려오는 것보다 저편에 무엇이 웅크리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이 더 무섭다. 무지는 불안의 원천이면서 자유의 약탈자다.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를 안다는 것은 그곳으로 갈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준다. 헤겔이 자유를 필연성의 인식이라고 말한 까닭이다. 문제는 앎이 커질수록 자유만이 아니라 무지도 확장된다는 것이다. 많이 아는 사람은 ..